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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llo Earth Apr 06. 2023

행복한 책 읽기 시간

봄이 되면 생기는 나만의 공간, 베란다 서재


복직을 3개월도 채 안 남긴 날.

복직 생각하면 마음이 다시 묵직해지지만, 아직은 괜찮아. 로 지금을 즐기려 애쓰고 있는 나날이다보니, 하루하루가 소중하고 아쉽기만 하다.


유학을 마치고 서울로 온 지도 1개월이 넘으니, 장성과 서울을 비교하던 시간도 흐릿해지고, 이젠 서울에서의 현실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아이들의 새학년도 적응이 되어 안정된 생활이 계속되고,

서울로 올라오자마자 짐을 정리하면서 한 번 대청소를 하고, 예전같음 잔뜩 미루어두었을 집안일도 그때 그때 바로바로 치우는 습관을 들이고 나니 아이들 로봇 만드는 아주 일부 공간만 제외하고는 굳이 대청소를 하지 않고도 늘 깔끔함이 유지되고 있다.


서울 와서 달라진 점은, 주말이면 멀리 나가곤 했던 예전과 달리, 장성에서 늘 여기저기 충분히 다녀서 서울에서는 굳이 차를 가지고 막히는 길을 뚫고 멀리 나가는 일은 없다는 것.


작은 아이도 어느정도 자기 한 몸 건사할 나이가 되니 자전거나 킥보드로 한강을 달리다 오거나, 큰아이는 남편과 산에 가고, 작은 아이와 나는 근처 공원에서 놀다 오기도 한다.


그렇게 각자 놀고 들어와서 매주 빠지지 않고 하는 일은 빵 만들기.

빵값이 너무 비싸져 요알못이지만 빵돌이인 남편이 자발적으로 아이들과 시작했는데 벌써 한달 째 주말 하루는 빵을 만들며 보내고 있다. 식빵, 모닝빵, 스콘을 거쳐 카스테라까지 만들다보니 아이들도 주말이 즐겁고, 나가지 않으니 남편과 내 몸도 여유로워진다.


아이들과 남편이 빵을 만드는 시간은 나에겐 자유의 시간.

책을 보거나 늘 뭔가를 찾아 하다가 이번 주말엔 큰 맘 먹고 창고를 뒤집어 엎어 입주 후 6년 묵은 시꺼먼 먼지들을 다 닦고, 물건을 차곡차곡 정리했다.


겸사겸사 베란다도 싹싹 닦아 재작년 봄에 시도했던 베란다 서재를 다시 만들었다.

농촌유학 때, 학교 목공교실에서 아이와 만들었던 좌식 테이블. 덩치가 있어 가지고 오는데 애를 먹긴 했지만, 쓸모가 아주 많은 녀석이다.

아이들이 학교로, 어린이집으로 간 시간이면 오롯이 내 공간으로, 큰 아이가 오면 큰 아이의 숙제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는 베란다 서재다.


욕심내서 1200으로 만들다보니 둘만 앉아도 베란다 서재가 꽉꽉 차는데, 테이블보로 쓰다 버려질 뻔한 천조각을 올리고, 남편책상에 있던 책상 매트도 올리고, 작년 국립생태원에서 무료체험한 아이비 두 아이도 올려두고 ㅅ어머님께 받아 잘 쓰던 물건꽂이까지 올려두니 멋진 1평 서재가 되었다.


휑한 거실도, 편한 의자가 있는 방도 포기하고, 1평도 될까말까 한 작은 공간에 앉아 조용한 음악 틀어두고 커피 한 잔에 책을 펴들고 있자면 1인 카페에 온 것 같은 착각마저 든다.(굳이 카페에 간 적은 없지만 내집이 최고의 카페인 것만은 분명하다.)


평화의 유지기한은 단 2개월이지만.

지금 현재를 즐기며, 나는 오늘도 1평 서재에 책을 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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