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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llo Earth Apr 12. 2023

방과후 로봇 이야기

큰 아이는 1학년 때부터 방과후 수업으로 로봇을 만들었다.

그리고 3년.

코로나가 시작되면서 방과후도 중단되었고,

아이의 로봇에 대한 애정도 차디차게 식었다.


그리고, 다음해.

놀거리가 고팠단 5살짜리 작은 아이는 늘 토이스토리에서 외면받았을 법한 놀잇감들을 세상 밖으로 내놓곤 했는데, 어느날 형아 방 구석에 숨겨진 로봇을 들고 나와 만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작은 아이를 시작으로 큰 아이가 슬그머니 끼어들면서 로봇 만들기 경쟁이 시작되었다.


큰 아이가 만든 캐리어로봇과 창작 축구 로봇. 두 개의 리모컨으로 캐리어에 축구로봇을 태우는 중이다.
작은 아이가 만든 7단계 틸팅바이크, 외관도 멋지지만 터보로 스피디하게 조종되다보니 남자아이들이라면 반할만 한 인기로봇.

시골에 잠시 살았을 때도 가지고 갔던 로봇 키트는그 후로 3년째, 1년에 단 한 차례 유행하고 슬그머니 사라지곤 한다.


서울로 올라와서 새 학년 적응이 끝나고 나니, 심심해 하는 아이들에게 슬그머니 로봇 키트를 다시 내밀어보았다.


신나게 조립해서 각자만의 로봇을 완성한 아이들과 놀이터로 나가 화려한 조종솜씨를 뽐내고 있자니 놀고 있던 조무래기 꼬마 아이들이 우르르 모여들기 시작했다.


터보로 돌아가는 작은 아이의 스피디 카, 캐터필러를 장착해서 구불구불, 출렁거리는 나무다리도 거뜬히 건너가는 화려한 기술의 큰 아이 RC 카, 그 뒤를 좆아 아주 천천히 걸음마 수준으로 기어가는 내 차까지 세 대가 놀이터를 휘젓고 있자니 제각각 놀던 아이들 시선이 우리에게 고정된다.


그 시선을 즐기며 보란 듯이 몰려드는 아이들 앞에서 여러가지 기술을 보여주는 작은 아이, 시선을 짐짓 모른체하며 자신만의 기술을 테스트하기 바쁜 큰 아이, 아이들이 파워 CpU를 다 써버린 까닭에 내가 쓸 수 있는 힘 없는 일반 CPU를 달고 거북이마냥 느린 로봇을 조종하면서 눈으로는 부지런히 아이들이 흘릴 수 있는 부품들을 줍기 위해 땅바닥을 훑는 나까지.

각자 다른 성향, 다른 모습이지만 아이들은 분명 사람들 앞에서의 로봇 조종 시간이 즐거운 듯했다.

 

배터리 문제로, 혹은 더이상 수리할 수 없을 정도로 부품이 해체되어서 집에 돌아오면 아이들은 고무되어 다른 로봇을 만들겠다며 의욕을 불태운다.


다른 아이들의 부러운 시선들에 자신감이 업업된 모양인데, 부모 입장에선 우스우면서도 아이들이 자신감 뿜뿜하며 더 열심히 하려는 모습이 기특해 자주 놀이터로 나가곤 한다.


그간 여기저기서 중고로 추가 구매도 하고 해서 로봇 다섯 대 쯤은 만들 수 있는 규모인데, 이 열정 또한 금방 식겠지만....

정말이지 아이들 취미생활로는 이만한 것이 없는 것 같다.

힘차게 돌아가는 토네이도 로봇, 작은 아이가 만든 6단계 로봇. 감기로 어린이집을 결석하고 가정보육중인 작은 아이는 하루종일 로봇을 만들며 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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