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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llo Earth Apr 30. 2023

어둠을 걷는 아이들(A wish in the dark)

크리스티나 순토르밧 저/뉴베리 상 수상작

한글판으로 먼저 접하고, 한글판으로 조금 아쉬워 원서로 접하게 되었습니다.

한글판으로 미리 접해서 내용을 알고 있기도 했지만, 원서로 읽기에 부담스울 정도로 어렵지는 않아서 쉽게 이야기 속으로 빠질 수 있었습니다.


퐁과 솜킷의 남원에서의 삶, 퐁의 탈출과 사원에서의 삶, 그리고 교도소 소장 딸과의 만남, 탈출과 추적으로 이어지는 이야기가 촘촘히 연결되고, 참사부와 총독과의 악연까지.


이야기 전개 속도가 빨라 지루할 틈이 없고, 각자의 심리 묘사도 아주 충실히 되어 있어 한 번 쥐면 놓을 수 없는 절대 마력이 있네요.


빛을 가져다준 총독.

하지만 그로 인해 차타나는 착한 자와 나쁜 자, 법을 수호하는 자와 어기는 자 등 총독에 의해 양극으로 첨예하게 갈라지게 되었습니다. 서쪽 황금빛 오브로 대변되는 잘 사는 사람들과 대화재로 피해를 입고 총독에 의해 빛을 다시 보게 되지만 갈소록 가난해지고 사람대접을 받지 못하는 동쪽 주민들. 오브 색깔에 따라 사회적 위치와 대접이 달라지는 세상.


빛은 비출 가치가 있는 사람에게만 비추느니라.


빛을 잃을까봐 고개를 숙이고 살던 사람들에게 암파이는 그들도 사람이기에 존중받아야 할 멋진 사람임을 인식시켜주고, 그들은 사람다운 대접을 받기 위한 행진을 기획하게 되지요...


주인공 퐁과 솜킷의 우정도 주목할 만 하지만, 저는 부모에게서 인정받고자 하는 욕망 하나로 탈옥자 퐁을 쫒아다니던 녹이 자신이 그토록 존경했던 총독의 본 모습을 알게 된 이후로 혼란을 겪는 과정을 거쳐, 시민들 편에 서서 진심으로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마침내 용감하게 시민들의 편에 서게 되는 입체적 모습에 주목하게 됩니다.

 자신의 환경에 순응하고 뛰어난 무술 실력과 공부로 완벽한 듯했던 모범생이 스스로 그동안 가려져왔던 진실을 깨닫고 직접 실천해나가는 모습을 보노라면, 누구나 사람이라면 완벽하지 않고 흠결이 있게 마련이지만, 자신의 잘못을 깨달은 순간 고치면 된다는 믿음을 주는 듯합니다.


이 책을 읽다보면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대한민국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한 편애는 몇 백 채의 집을 가진 부유한 사람들, 한편으로는 일자리를 얻지 못해 빈곤함으로 좌절해서 자살하는 청년들. 노력 여하와 상관없이 이미 벌어진 격차를 따라잡을 수 있는 기회조차 박탈된 채 죽음으로 몰리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이 책을 읽다보면 세상을 바꿀 힘은 우리 개개인의 마음 속에 있음을 알게 될 것입니다. 가만히 있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지요.

암파이가 그랬던 것처럼, 퐁과 솜킷, 녹이 그랬던 것처럼 불합리한 세상을 바꾸기 위해 우리 마음 속의 열정을 꺼내보면 어떨까요.


여운이 남아 다섯 번도 넘게 읽는데도 또 집어 들게 되네요.


두툼한 원서 두께에만 겁먹지 않으면 초 고학년 이상 아이들이 읽으면 좋을 것 같고, 특히 생각이 많은 중학생 친구들에게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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