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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llo Earth Apr 30. 2023

교육이 없는 나라

대학입시는 공부의 최종 목적지가 아니다.

저자가 욕 먹을 각오를 하고, 비판과 지적을 받아들일 각오를 하고 쓴 책.

책을 쓴 저자는 비록 교육 분야의 전문가는 아니지만, 우리나라 최고 대학인 KAIST 입학처장 등 교육 현장에서 느낀 바를 누구보다 진솔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이 분의 열렬한 지지자가 되기로 한 나는 감히 이 분의 책이 학원에서 1타강사라고 불리우는 수많은 유명 강사들의 육아법, 공부법 서적보다 우리가 먼저 읽어봐야 할 단 한 권의 책이라고 자부한다.


그 수많은 유명강사들의 공부법이 잘못 되었다는 게 아니라, 그 분들의 책은 기본적으로 '우리나라 교육방식이 잘못 되었음에도 그 교육방식에 따라가기 위한 공부법'임이 전제되어 있다.


교육방식을 고치기 위한 대안을 제시하기보다, '학부모로서 이런 잘못된 교육시스템 속에서 아이를 (대학 입시까지) 키워내기 위해 개인적으로 노력할 수밖에 없다.'는 점은, 결국 아이들의 학업과 교육을 개인에게 떠넘기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정부의 교육방식을 탓하면서, 개인에게 그 교육의 대안을 떠넘기는 건 교육불평등의 또다른 원인이 될 뿐이며 결코 장기적인 방안이 될 수 없다.


OECD 청소년 자살률 1위, 우울한 청소년에 대한 데이터가 넘쳐남에 대해 수많은 육아서와 교육서가 인용해왔지만, 이에 대한 본질적인 대안을 학령기 전체(초중고대학교육 전체)에 걸쳐 통합적으로 제시한 교육자는 이 분 말고 보지 못했다.(자세히 살펴보라. 최.. 분당.. 등 수많은 강사들의 교육법 책 내 대학 이후에 대한 공부법 제시는 없다. 우리나라 대다수 육아 교육서는 대학 입시를 최종 목표로 달리는 중이다.)


제일 공감했던 내용은 "우리 교육은 아직도 식민지 교육"이라며 필자가 가상으로 설계한 식민지 교육 목표였다.

SNS 블로그에서 내가 우리 나라 교육은 식민지 교육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한 적이 있는데 저자도 역시나 같은 생각이었다. 심지어 내가 미처 구체적으로 표현하지 못한 구체적인 내용을 적나라하게 가상설계서로 보여주고 있어서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아래 사진 참조.)

정말 지금의 교육과 똑같지 않은가.

조선의 마지막 총독 아베 노부유키가 조선땅을 떠나며 했다는 이야기를 읽다보니 식민 교육이 얼마나 무서운지 새삼 깨달았다.


"우리는 패했지만 조선은 승리한 것이 아니다. 우리 일본은 조선인에게 총과 대포보다 무서운 식민 교육을 심어 놓았다. 결국은 서로 이간질하며 노예적 삶을 살 것이다. 조선은 결국 식민 교육의 노예로 전락할 것이다."-91p


초등 아이를 둔 학부모로서 이런 식민 교육의 문제점을 이해하면서도 내 아이를 어떻게 교육시켜야 할 지 몰라 갈팡질팡하고 있음을 고백한다.


학원의 폐해를 충분히 이해하기에 학원을 보내지 않고 초등 6년을 보내고는 있지만, 역설적으로 학교 교육만으로 부족한 부분을 어떻게 충족시켜주어야 할 지 잘 몰라서 헤매고 있다. 한 명의 학부모로서 일일히 아이에게 어떤 방식의 공부법을 적용해야할지 찾고 또 찾는 노력과 수많은 실패와 피드백을 통해 맞는 방법을 찾는다 치더라도 그 과정 속에서 아이와의 실랑이, 이런 저런 방법을 적용해보느라 일관적이지 못한 육아방식 때문에 아이는 만신창이가 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있는가. 내가 이미 그 과정을 겪고 있어서인지 혼자만의 힘이 아닌 시스템의 체계적인 도움이 절실하다.


지금 현 교육 시스템으로는 엄마가 교육 선진국의 교육 방식을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이해하고 습득하고 있지 않으면 아이가 지엽적 암기식 학습에서 벗어나 충분한 경험을 통해 다양한 분야를 이해하고 통합적으로 사고함으로써 미래의 꿈을 스스로 설계할 수 있도록 키우기는 너무도 어렵기 때문이다.


개개인의 노력만으로는 공교육의 문제점을 커버하면서 아이가 잘 자라주기를 기대하는 게 어렵기도 하고, 또 교육을 학부모 개개인의 노력만을 통해 해결해서도 안된다.


"조상 탓, 나랏님 탓"


저자는 이런 우리나라 공교육 시스템 문제를 나라탓, 조상탓으로 돌리고 있다. 조선시대까지만해도 과거 시험은 우리나라 제도의 문제에 대해 대안을 제시하라는 등, 논술형이었다. 마냥 암기하는 게 아니라 자신만의 생각 또한 충분히 있어야 가능한 것이었다.


하지만 일제 강점기를 거치며 단순 암기 교육으로 바뀌고 지금에 이르른 건, 전적으로 정치에 따라 이리저리 휘둘리는 교육 제도의 문제라는 것이다.


장기적인 교육 대계 없이 정치적 필요성에 따라 이리 저리 흔들리느라 누더기가 되어버린 교육 시스템.

사교육과 공교육이 똑같이 입시라는 목표를 갖다 보니 상대적으로 입시에 탁월한 사교육에 몰입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을 꼬집는다.


과고 졸업생이 의대로 대거 몰리고, 대학교를 입학하는 순간 인생의 목표가 사라지다보니 방황하는 청년들. 전공과 무관하게, 자신의 적성과 무관하게 트렌드에 따른 직업 선택. 이 모두가 입시만을 목표로 하는 공교육 시스템의 문제임을 알려주며 저자는 이 모든 공교육 문제점을 합리적으로 해결할 대안을 제시한다.

(아래 사진 참조)

결과적으로 저자가 대안으로 제시하는 교육은 철저하게 학생의 적성을 고려하고, 생각할 수 있는 힘을 키우는 데 목표를 둔다.


중고등학교의 경우 국어는 독서와 작문 토론 기반 수업으로, 영어 및 제2 외국어 교육을 강화해서 국어 교육과 마찬가지로 독서, 독후감과 토론이 가능한 수준으로 끌어올리도록 하고, 가장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수학은 단연 학습량과 난도를 확 낮추어 많은 아이들이 수학을 포기하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다.


저자의 대안에는 교과서를 없애자는 것이 핵심이다. 교육청이나 교육기관의 역할을 줄이고 선생의 자율을 늘리는 것이다. 교과서가 정해져버리면 교사의 역량과 선택권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사교육처럼 교사의 역량을 믿고 수업권을 보장해야 공교육이 살아날 수 있다.


대학 교육도 전문성을 고려해 연구중심, 교육 중심 등으로 세분화하고, 서열을 없애자고 저자는 주장한다. **대학 졸업장이 좋은 직장의 보증수표가 되는 시대는 이미 저물고 있다. 대학에서 취창업 교육, 중소기업과의 현장 중심 연구 개발 등을 충분히 보장함으로써 사회에 진출했을 때 덜 더 빠르게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재편하자는 것이다.


의대, 법대, 약대 등은 전문대학원 체제로 전환해서 교육 중심 대학 졸업생들이 주로 진학할 수 있도록 하고, 연구 중심 대학에서는 학부보다 대학원 중심으로 운영해서 연구성과와 석박사 배출의 본연의 목적을 되살릴 수 있도록 한다.


꿈이 없는 아이들.

대학 가면 꿈을 찾을 수 있을까 싶어 죽자사자 외워서 대학을 와보니 대학에 왔지만 아무것도 없었더라는 자조섞인 KAIST 대학 신입생의 글이 와닿았다.

꿈을 키울 수 있는 초중등교육이 아니라 그저 입시가 목표가 되어버린 교육은 분명 문제가 있다.

초중등 시절에 충분히 꿈을 키우고, 대학 교육을 통해 꿈을 구체화해야 할 텐데, 우리나라 교육은 대학 입학과 동시 제로세팅 모든 게 기본 베이스로 세팅이 되어버리고 꿈이 무엇인지 모르고 대학을 입학한 아이들은 대학 휴학과 재입학을 반복하며 방황한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답답했지만 원인을 몰랐었는데, 이 책을 읽다보니 나 또한 식민 교육의 희생자라 어떻게 확장 사고를 할 수 있도록 교육해야할지 구체적인 교육방법을 모른다는 것 때문임을 깨달았다.

아마, 학교 현장에서도 선생님들 또한 그렇게 교육받아왔기에 저자가 제시하는 대안대로 교사들에게 갑작스럽게 자율권을 주면 방황할 거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우리가 가야할 길은 암기식 주입식이 아닌 합리적으로 생각하고, 내 아이디어가 실용적인 무엇인가로 탄생시킬 수 있는 적극적인 교육방식이다.


부디 대한민국의 학부모들이 이 책을 읽고, 논의와 논쟁, 다양한 의견들을 냄으로써 식민교육이 아닌 다양한 아이들의 다양한 욕구를 충분히 키워낼 수 있는 교육시스템을 갖춤으로서 공교육 신뢰도를 회복시킬 수 있길 바란다.


(YES24 서평단으로서 책을 제공받아 쓴 리뷰입니다.)



장기적인 교육 대계가 없는 나라. 정치인의 한 마디에 이리저리 휘둘리는 공교육. 선생님의 전문성을 살리기 어려운 획일적인 교과서. 이제는 정말 생각있는 학부모들의 적극적인 의지와, 개혁을 꿈꾸는 전문가들의 아이디어, 선생님들의 실천능력이 필요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역사를 좋아하는 6학년 큰 아이가 한국사 능력시험을 보겠다고 해서 지금 준비하고 있는데요. 어렵기만 한 토지제도, 문화재, 이름만 난무한 제도들. 내용도 모르고, 이유도 모르는 저 수많은 제도들과 문화재들을 왜 달달달 외우고 있어야 하나 싶더라구요. 역사적 사건이 중요한 게 아니라 사건이 일어나게 된 이유, 현대사와 연계지어서 어떻게 분석하고 활용할 수 있는지 에세이를 쓴다던가 하는 생각하는 질문이 아니라 그냥 외우라는 교육. 중고등학교 시험문제도 이와 다르지 않으니 도와주면서도 한숨만 나옵니다.

학부모도 알아야 할 권리가 있다고 봅니다. 어떤 방향으로 나가야 올바른 교육인지 알아야 주장도 하니까요.

고요한 연못에 파문을 일으켜서 세상을 변화시키고자, 돌 맞을 각오하고 각종 비판도 받아들이겠다는 교수님, 미약하나마 학부모로서 힘을 보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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