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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llo Earth Jun 15. 2023

지붕 밑의 세계사

집을 이루는 구조물에 엮인 세계사 탐험

창비 의식주 세계사 시리즈의 마지막 이야기, 집에 얽힌 재미있는 세계사 이야기를 담은 책, 지붕 밑의 세계사.


작은 아이를 키우며 느끼는 거지만, 우리 주변의 사물과 현상, 제도 등, 모든 것에는 사연과 역사가 담기지 않은 것은 없다.


작은 개미에게는 인간이 본받아야 할 사회성이 있고, 신호등, 컴퓨터, 청바지 등 무심히 마주하는 우리의 일상 곳곳에 역사가 스며들어 있다는 걸 깨닫고 소름 돋아본 적이 있는가?


선조들의 지혜, 혹은 오류, 성공과 실패 인간의 삼라만상과 생물의 세계가 그냥 이루어진 게 아니라는 단순한 사실 하나만으로도 경이로운 이 세계를 살 수 있게 해준 모든 것에 감사하게 되는 것 같다.


저자는 지붕에 얽힌 로마 '돔'의 역사에서 시작해, 이화원의 정원으로 이어지는 청나라의 멸망까지 결코 가볍지 않은 역사의 궤적을 무겁지 않게 훑어낸다.


구텐베르크의 인쇄술과 우리나라의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을 비교하는 부분은 내가 이전에 한양도성 드라이브 때 남편과 논쟁하던 화두이기도 했. 그땐 직지와 구텐베르크인쇄술을 비교했었는데, 직지는 나라의 위기를 불교의 힘으로 극복하기 위한 목적이었고, 구텐베르크는 성경의 대중화를 위한 실질적 목적 때문이 아니었을까 추측했었는데, 이 책은 조금 다른 각도로 이 두 인쇄술의 차이를 비교하고 있었다.


유럽의 인쇄기술은 상대적으로 인쇄하기 쉬운 알파벳 기반이라 발달하기 쉬웠다면, 한글 창제 이전에 만들어진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은 한자를 조합하기 어려워서 대중화에 실패했을 거라는 분석.


설득력있는 주장과 합리적인 근거.

특히 마리 앙트와네트, 서태후에 대한 소신 있는 의견이 인상깊었다. 역사적으로 사치스럽게만 알려졌던 두 인물 이면에 숨겨진 진실, 이들이 남성이 아닌 여성이라는 점 때문에 평가절하되었을지도 모른다는 분석이 나름 설득력있게 다가왔다.


유명한 유럽 화가인 다비드와 프랑스 자코뱅당의 마라.

이 둘의 관계 또한 매우 흥미로웠다.

화가의 그림 한장이 많은 걸 표현한다는 걸 배우기는 했어도, 다비드의 그림 한 장이 내포한 정치적 의도가 이처럼 사람들에게 쉽게 먹히는지 미처 몰랐었다.


대통령을 풍자하는 그림 하나로 고등학생에게까지 정치적 압력을 넣는 걸 보면서 도대체 저 그림 한장이 뭐가 무서워서 성인도 아닌 학생에게까지 압박을 가하나 싶었는데,


다비드가 자코뱅당의 공포정치의 중심에 섰던 마라를 좋은 사람으로 포장해서 사람들의 인식마저 바꾸었다는 걸 보면서 우리 정치인들이 그림에 예민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그렇다고 그들의 대처가 잘 한 짓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역사라는 긴 강을 흘러가는 한 방울의 물방울같은 소시민인지라, 국가라는 거대한 물살을 헤치며 상류로 거슬러갈 여력은 없다.

하지만, 역시나 이런 저런 세계사 책을 읽을 때마다 지금 우리 대한민국의 상황과 겹쳐지는 안좋은 사건들 접하다보니 이유 모슬 불안함이 엄습해오기도 한다.


부디  역사의 긴 강을 흘러가는 국가라는 거대한 물살도, 결국 소시민이라는 물방울 하나하나의 힘이 모여 이루어진 것임을 늘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성공의 경험보다 중요한 건 실패로부터 배우는 교훈이라고 생각한다.

있지도 않은 성공이지만, 승리와 권력에 취해 있기보다, 역사의 실패를 반면교사 삼고, 유비무환의 정신으로 미래의 위기를 준비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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