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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llo Earth Jun 30. 2023

우리가 고전을 읽어야 하는 이유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건 실력일까?높은 도덕성일까?

"엄마, 형아가 나 놀렸어!"

"이 쪽으로 던지지 말랬는데 네가 이쪽으로 던지니까 그렇지!"

"하아....너희들! 둘 다 안 떨어져?!"


오늘도 둘 사이에는 긴장감이 흐른다.

하아...

농촌 유학으로도 해결하지 못한 형제의 난 이라는 숙제.

오늘도 엄마는 괴롭다.


요즘 내가 꽂힌 관심분야는 '국제 관계'다.

독재자와 항거하는 시민 사이의 갈등, 힘센 나라와 약한 나라 사이의 갈등, 종교와 종교 사이의 갈등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우리집도 예외는 아닌 것 같다.

국제관계는 우리집에도 적용되는 건가?


1라운드. 협상-중재-협상 타결


(엄마)"오늘 어디 놀러갈까?"

(큰아이)"산에 가자. 나무 있으니 시원하고 새도 볼 수 있잖아!"

(작은 아이)"난 안 가. 집에서 종이비행기 접을 거야. 산에 가면 볼 것도 없고 심심해."

(엄마)"그럼 둘이 협의해서 알려줘. 형님은 협박 하지 말고, 동생은 무조건 거부는 안 했음 좋겠네"

(큰아이)"동생아, 산에 다녀 오면, 형아가 집에 와서 카탄 해줄게."

(작은 아이)"어! 좋아!(엥?)

참 단순한 작은 아이 덕에 협상 싱겁게 끝나버렸다.


2라운드. 독재-반발-갈등-더 큰 힘으로 제압하기


작은 아이가 거실에서 종이비행기를 날리고 있자니 큰 아이가 숙제도 미루고 책 읽고 있는 상황에서 방해된다며 하지말라고 소리치는 중.


(엄마)"형님, 네가 네 방으로 들어가서 읽으면 될 것 같은데."

(큰아이)"왜 나만 들어가야 하는데? 난 거실에서 읽을 거니까 ㅇㅇ이가 안하면 되지."

(엄마)"ㅇㅇ이는 놀 수 있는 방이 없으니 거실을 이용할 수밖에 없고 넌 조용히 들어가 책 읽을 수 있는 방이 있잖아."

(큰 아이)"나만 손해보는 것 같아 싫은데?난 여기서 읽을래. ㅇㅇ가 안 하면 되지. 왜 내가 움직여야 하는데?"

(엄마)"이쯤되면 막 나가자는 거지?차라리 그럼 동생한테 방을 주지 왜 넌 방 두개씩이나 차지하고 있어야 하니! 네 방으로 지금 안들어가면 방 없앨 줄 알아!!"


결국 동생이 하는 건 무조건 싫으니 내 앞에서 재밌게 놀지 말라는 거?

무소불위 사춘기에 진입한 힘센 형님의 거실과 방 모두 독차지하겠다는 욕심에 힘없는 작은 아이는 조용히 거실 구석에 앉아 사부작거리며 눈치를 본다.


갈등은 큰아이와, 큰아이가 지나치게 동생 하는 거에 트집잡는 걸 못마땅해하는 엄마의 갈등으로 변경되고 만다.


방 하나니 방 두개니 하며 유치하게 아이와 핏대를 올리고 있자면, 어린 시절 책상 하나를 두고 38선 긋고 조금이라도 넘으면 뺏어버리던 얄굿은 기억이 떠오른다. 누구였는지 기억도 안 나지만 그런 짝궁이 참 치사하고 얄밉던 그 때 그 기억...


"지난 번에는 이불 조금 네거 덮었다고 밀쳐버리질 않나, 너는 왜 하는 짓마다 동생 못살게 구는 거니? 응?!"


결국 본질은 저 멀리 가고 이해관계자가 아닌 아득한 옛날 불쾌했던 기억까지 소환되며 엉뚱한 쪽으로 불똥이 튀어버리니, 음. 갈등 회피 성향이 강한 둘째가 빠진 채 엉겁결에 둘째 대리인처럼 되어버린 나와 큰 아이 간의 갈등으로 변질되다보면, 큰 아이도 엄마는 동생 편만 든다며 불만이다. 결국 또 한 층 쌓이는 불신.


 대리전으로 치닫고 있는 국제 관계들도 대략 이런 유치뽕짝한 이해관계와 해묵은 감정들 때문은 아닐까...


4명밖에 안되는 구성원간 갈등도 쌓이고 쌓인 갈등요소와 감정이 워낙 깊다보니  풀기 쉽지 않은데, 각종 이해관계와 묵은 감정으로 얽히고 설킨 국제관계는 말할 필요도 없다.



이 두 아이 간 갈등을 풀기 위해 무던히 애를 쓰다보니, 고전이라는 케케묵은 책에 관심을 두게 되었다.

나만큼이나 보수적이고, 나만큼이나 구닥다리같은 고전이지만, 아이가 어렸을 때부터 고전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밥상머리에서 충분히 대화를 해왔으면 묵은 감정들이 쌓이기 전에 풀릴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자책감으로 찾게 된 마지막 보루다.


소학의

"부모님이 나를 부르시거든 대답하고 얼른 달려가야 한다."

 "다른 사람의 단점을 말하지 말고, 자기 장점을 믿지 말라."

"남에게 손해를 끼치고 자신을 이롭게 하면 마침내 자신을 해롭게 하는 것이다."

라는 구절들을 읽다보면 구구절절 구문들 하나하나가 멀리 동떨어진 세계가 아니라 우리 일상생활에서 지켜야 할 도리와 맞닿아있음을 알 수 있다.


형제 관계, 부모 관계, 친구 관계, 사회 생활...

적게는 1인 가족 많게는 5~6인 가족까지 있기도 하지만, 우리 사회 대부분은 부모-형제자매로 이루어진 핵가족이다.


부모 간에 지켜야 할 예절을 보고 배울 할머니 할아버지도 같이 살지 않고, 외동으로 곱게 크거나, 형제간의 위계도 모호한 상황에서 자라다보니 사람과의 관계 맺음에 익숙해지기 어렵다.


그렇게 1세대 2세대가 지나면 우리 사회는 어떻게 될까.

오로지 실력과 경쟁만을 강조하는 학교 교육.

오냐오냐 하며 부모가 다 해주고, 공부하라며 친척 모임이나 사교의 자리에도 잘 데리고 가지 않는 가정 환경에서 자란 부모세대, 아이세대.


 이런저런 실패와 관계맺음의 기회를 잃어버린 아이들이 학부모가 되었을 때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국제관계도 결국 사람관계의 확장판이다.

국가의 이해관계도 결국 사람이 풀어나가야 할 것이다.

삼각함수도 좋고, 국어 교과서 한 단어 한 단어의 상징적인 의미가 무엇인지 아는 것도 좋지만, 우리 사회가 건강하기 위해서는 결국 사회의 높은 도덕성을 위한 아이들의 인성교육이 중요하지 않을까.


나랏님들 하는 걸 보아도 답답하고, 우리 아이 둘이 투닥거리는 걸 봐도 답답하지만, 결국 이 또한 풀어나가야 할 과제다.

고전을 통해 우리 아이들 사이의 갈등을 해소할 수 있다면, 미래의 우리 아이들이 성인이 되었을 때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높은 도덕성을 가지고 서로 신뢰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우리 아이들 모두가 고전을 읽어야 하지 않을까.


기본에서 다시 출발하자.


4차산업혁명, 인공지능, 로봇 처럼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기술 문제에 앞서 고려해야 할 것이 "인(간)성""윤리""도덕성"이라는 고리타분한 요소라는 걸 생각해보.


엄청난 천재성이나 뛰어난 실력도 중요하지만 그 뛰어난 머리를 사람을 해치는 데 사용하는 기득권층이 되라고 아이들을 종용하는 게 옳을까,


"남에게 손해를 끼치고 자신을 이롭게 하면 마침내 자신을 해롭게 하는 것이다."


사소하지만 사람 사는 기본 원칙과 올바른 심성, 지혜를 알려주는 고전을 읽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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