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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llo Earth Jul 06. 2023

똑똑한 (우리집 둘째) 아이가 가지는 함정

둘째의 똑똑함이 오히려 불안한 까닭은?

우리집 둘째는 나름 똑똑한 것 같다.

영재나 천재 수준은 아니지만 뭐랄까.

비교대상이라곤 우리집 큰 아이 뿐이니 큰 아이 키울 때랑은 다르게 눈치도 빠르고 이해 속도나 인지 속도도 빠르고 숫자니 한글이니 터득 속도도 둘째 답게 빠르달까.


빠르지는 않지만 한글도 5세 때에는 어려운 겹받침 말고 거진 읽었고, 숫자도 그 무렵 알기 시작해서 6세 때 주산을 시작하면서 덧셈 뺄셈 곱셈 나눗셈 개념을 알았고, 7세인 현재는  1,490원+2,850원+3,240원처럼 세개의 올림 수 덧셈을 암산으로 계산해내기도 했다.


곱셈도 구구단을 외우지는 않지만 9단(?)에 해당하는 곱셈 개념도 제 나름의 덧셈 형태로 머릿속에 재구성해서 답을 내, 1만 곱하기 1만이 1억이라는 것도 스스로 알아냈다.


형아가 온라인으로 수업받고 있자니 저도 틀어달라기에 2학년과 3학년 EBS수학 강의를 잠깐 틀어준 적 있는데, 그 수업 때 배워서 올림과 내림 개념을 알다보니 자릿수에 상관없이 계산이 가능해지는 것 같다.


큰 아이땐 사놓고 하는 방법을 몰라 결국 당근으로 넘겨버렸던 '러시아워 보드게임(디럭스)'는 6세 때 우연히 수련관에서 작은 아이가 접한 이후 중고로 어렵게 다시 들였고,

아이는 며칠도 채 지나지 않아 어른도 어려워하던

러시아워 60번까지 모두 깨버리는 괴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물론, 7살인 지금 다시 꺼내주니 조금 하다가 홱 내던져버린다. 그냥... 남들보다 즐기는 시기가 조금 빨랐던 거다.)


농촌 유학으로 기관을 3곳이나 옮겨야 했지만, 가는 곳마다 선생님들이 똑똑하다며 아이를 칭찬하곤 했다.

(영재나 천재가 아닌 그저 또래보다 아주아주 조금 빠른 아이가 칭찬을 지나치게 받다보면 역효과가 생긴다. 우리집 작은 아이처럼....)


또래보다 늦었던 큰 아이를 우선 키우다보니 또래보다 다소 빨라보이는 작은 아이를 보면서 흐뭇한 마음 한켠 걱정스러운 마음을 숨기고 있었는데, 언젠가부터는 호기심, 모험심보다 칭찬받을 만한 것에만 몰입하는 등 안정성을 더 찾으려하는 아이의 모습에 회의감이 든다.

(선생님들이 그랬다. 작은 아이는 그냥 하는 대로 지켜보기만 하라고...자기주도성이 강한 아이라 에미가 욕심에 어설프게 나서면 오히려 아이의 의욕을 꺾는 역과가 날 수 있다나.)


(남들이 보기엔) 바람직하게 잘 크고 있다며 주변 엄마들이 부러워하는 아이지만, 요즘 걱정이 하나 있으니 바로 학습에 전혀 관심을 주지 않는다는 것?? 


친구들은 슬슬 한글이나 숫자 등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는데 관심분야에서 멀어진 작은 아이는 친구들이 어린이집 선생님과 받아쓰기를 할 때도 받아쓰기에 참여하지 않고 자신만의 놀이를 즐긴다고 했다.

6살 터울의 형아 덕분으로 또래보다 빠른 시기에 숫자, 한글, 알파벳 등을 접해서 그런지 그 때는 참 똑똑해보였지만, 관심이 식는 속도도 LTE급이다보니 초등학교 입학하면 친구들과 실력이 고만고만해질 것 같다.


또래보다 참 많이 느즈막하게 성장한 느린아이였던 큰 아이는 6학년이 된 지금 '학습적인 방향만 본다면' 오히려 바람직하게 크고 있다. 야구경기 보러 가야 하는 날 행여나 숙제를 못해 야구경기를 못 보는 불상사가 벌어질세라 미리미리 숙제를 해치워버리고, 나머지 시간은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낸다.


참 단순한 일상임에도 지식책 편애자인 큰 아이는 세계사, 국제정치, 과학(요즘은 뜸하긴 하지만..) 분야를 아우르며 폭넓게 독서를 한다.


동화책을 거의 안 보다보니 제 또래 아이들의 생각이 어떤지 알 기회도 별로 없고, 배려니 습관같은 인문학적 품성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기는 하지만, 적어도 아이들이 동화책에 편중하느라 지식책 읽히기 힘들다는 말은 우리집 큰 아이에겐 통하지 않았다. 오히려 동화책 한 권 읽히는 게 훨씬 어려운 아이였으니...


독서 폭이 넓으니 학교 수업도 예전만큼 뒤쳐지진 않게 되었다. 학교 수업 내용이 대개 자신이 읽었던 책의 범주 내에 있어서인지 아이 말뿐이긴 하지만 수업도 나름 재미있게 잘 따라간다고 했다.


하지만,엄마도 형아도 책에 몰입하는 그 시간에 작은 아이는 책이라곤 종이접기 책 한 권 놓고 열공중이다.


독서전문가, 육아전문가들의 '책 읽는 집 분위기가 아이의 독서습관을 만든다.'는 말은 적어도 우리집 작은 아이에게는 통용되지 않는 것 같다.


 요즘은 아예 숫자, 수학, 책 등등에 대해서는 거부감도 있어 보였다. 그 전에도 주변에 뿌려만 두었지 내가 억지로 시킨 적 없건마는, 요즘엔 혹시나 싶어 슬쩍슬쩍 거실에 숫자 관련 책이나 핀란드 수학처럼 아이가 6살 때까지 즐겨풀던 문제집(스도쿠, 미로찾기 등등)들을 늘어놓아보아도 관심조차 두지 않는다.


어렸을 때 지나치게 조기교육 받은 아이들이 나중에 학습을 거부한다더니 우리집 작은 아이가 그런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래봤자 조기교육이라곤 도서관 주산 수업밖에 없었는데 시골에서 즐겁게 배우던 주산수업이 서울에 올라와서는 딱딱한 형태의 수업으로 바뀐 게 시착이었던 것일까.


주변 엄마들의 칭찬만 받던 아이라 칭찬을 줄여서 그런 건지 알 수는 없지만, 또래와의 놀이에 몰입하느라 놀기도 바쁜 세상 책을 읽을 시간 따위는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기도 하다.


어린이집 때부터 개월수가 늦기도 하고 또래보다 한참 발달수준이 늦다보니 친구와 대화 수준이 맞지 않아 친구가 많지 않았던 아이라 책으로 관심을 돌리기 비교적 쉬웠던 큰이이와 달리,


수줍어서 리더형은 전혀 아닌데 친구는 많은 작은 아이는 학습에 대한 호기심보다 친구들과의 놀이에 더 관심이 많다.


딱히 뭐하고 노는지는 모르지만, 어린이집 같은 반 또래들이 작은 아이를 보면 누구 할 것 없이 손 흔들며 반가워하는 걸 보니 친구 관계때문에 늘 고민이었던 큰 아이와 달리 친구들과 고루고루 어울리는 것 같아 내심 안심이 된다.


한켠에는 우리집에 없는 유전자라 고마우면서도 참 걱정이다.


친구 지향형이라 친구들에 이끌리다보면, 제 자신의 소신을 지키기가 어려울 것 같아서다.

큰 아이는 제 나름 소신이 있어서 남의 이야기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데, 작은 아이는 팔랑귀처럼 이리저리 흔들릴 것만 같다.


터울 큼 큰 아이를 키우며 초등학교 때 수많은 유혹거리가 아이들 미래에 산재해 있음 이미 겪어보 안다.


키즈카페, 포켓몬 카드, 학습만화, 컴퓨터 게임, 유튜브와 핸드폰.....


느릿느릿한 큰 아이는 코로나 시기, 동생이 생긴 충격에 따른 퇴행행동이 미처 고쳐지기도 전, 본격적인 학습을 시작하기도 전에 돌봄교실에서 학습 만화를, 사촌 형아집에서 게임을 접하며 급속도로 무너진 전례가 있다.


세상이 무너질 것 같은 좌절감을 맛보며 아이도 나도 지난한 싸움 끝에 세상으로 다시 나올 수 있었지만, 아이와 나 사이의 보이지 않는 장벽은 여전히 존재하고, 동생에 대한 경쟁심과 거부감은 더 심해져버려 우리 가족의 갈등 요소의 제일 큰 중심축이 되었다.

그 때 그 시절에 대한 트라우마는 아이를 평생 지배할지도 모르는 상처 되었다.


그래도 사춘기 예방주사를 일찌감치 맞은 아이는, 팔 윗부분에 새겨지는 불주사 자국처럼 흔적은 남았지만 사춘기를 가볍게 지나갈 거라는 믿음생겼다.


여전히 지지고 볶는 생활이지만, 적어도 컴퓨터 게임에 몰입하며 욕을 일상처럼 퍼붓는 아이들과는 거리를 두고 건전한 취미를 가진 아이들과 가까이 하면서 나름의 친구 사귀는 기준도 생긴 것 같다.


똑똑하지않지만 흔들리지않는 큰 아이.

그래서인지 심적으로는 안심이 되는 큰 아이보다,  똑똑하지만 팔랑귀인 작은 아이, 형과의 관계에서 맺지 못한 인간관계를 친구들과 맺으며 지나치게 친구지향으로 변해버려 제 할 말 똑부러지게 하지 못하고 끌려다니는 둘째의 육아 난도가 더 업그레이드 될 것 같은 의 불길한 예감은....

그냥 걱정으로 끝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참 다른 두 아이를 키우다보니 느끼는 거지만, 천재도 둔재도 그저 '호기심의 시기'만 다를 뿐,

세월이 지나면 역사에 남을 천재 몆몇을 제외하곤 고만고만해지는 것 같다.


엄마 역할의 문제일 수 있는데, 남들보다 빨리 접해도 결국 또래집단에서 얻을 수 있는 경험이나 지식 수준은 제한적이기 때문에 엄마나 아이가 꾸준히 찾지 않으면 결국 천재도 집단 사회에서 얻는 지식 수준으로 돌아와버릴 수밖에 없는 것 같다.

혹자는 그걸 모난 정 다듬는 과정이라 할테고 혹자는 위 아래를 깎아서 평균치로 만드는 과정이라 할테지.


부모가 아이를 더 똑똑하게 만들자고 앞서나갈 수도 없고, 그렇다고 놔두자니 아이가 가지고 있는 자기주도적 습성이 아깝기도 하고...(엄마 욕심 맞다.)


미운 7살, 인지능력과 또래관계 급 상승으로 엄마에게도 조금씩 반항을 시작한 작은 아이.

건강한 성장의 한 과정이긴 하지만 직접 겪다보면 그냥 지켜만 보는 게 쉽지 않다.


다시 육아의 갈림길에 선 나.

어떤 방향이 맞을지 그 길마저 보이지 않으니 아이에게도 잔소리를 퍼붓게 된다. 그래서인지 나에게 조금씩 거리를 두려는 작은 아이.  어찌해야 하나....


그야말로 요즘은 큰 아이보다 둘째 아이로 인한 걱정의 계절이다...

그래도 컴퓨터로 일기를 쓰던 그 때가 나았나보다. 글씨는 틀려도 의욕은 가득했는데... 그저 건강하기만 하자는 엄마였는데, 엄마 욕심은 끝이 없는게 맞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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