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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llo Earth Aug 06. 2023

미리 알아야 할 재난, 재난동화

재난은 예고하지 않는다.

전 지구촌이 푹푹 끓는다.

체감 45도를 매일 찍고 있는 요즘,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이 기후이변으로 몸살인가보다.

얼마전 뉴스를 보니 투모로우 라는 영화가 현실화될 수 있다던데...

전쟁 위협, 기후 위협, 생존과 언론 위협...

온 세상이 같이 미쳐가는 것 같아 정신을 바짝 차려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재난동화라고 이름 붙여보았다.

비교적 아기자기한 에피소드들로 채워지는 생활동화와 달리 재난동화는 일단 읽으면서도 와닿는 무게감 자체가 다르다.


체르노빌 원전 사건 시기를 겪었던 저자가 지은 핵 재난 시리즈에는 핵 폭발 최후의 아이들, 핵구름 속의 아이 등이 있다. 둘 다 읽어보았는데 핵 폭발로 인해 가족이 피난을 떠나다가 헤어지고 아이들이 겪어야만 했던 각종 재난 상황, 필사적인 탈출 등 재난 상황에서 아이들이 겪을 수 있는 최고 난도의 에피소드를 쫒아가자면 나 자신이 그 아이가 된 것마냥 으스스해진다. 만약 우리 아이들이 저 상황이라면?....해피엔딩, 착한 사람은 복을 받고 나쁜 사람은 벌을 받는 뻔한 권선징악적 이야기가 아니다. 1차원적인 생존 욕구, 2차적인 안전 욕구 충족을 위해 내 몫을 악착같이 챙겨두어야만 한다는 현실보다 더 현실같은 동화다. 피도 눈물도 없는...


이 책을 읽어서인지 우리나라 원전에 대한 정부의 안이한 태도, 안전보다 경제를 생각하라 했던가. 정부의 사고방식에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두려워진다. 이 책이 현실이 될까봐.


정전을 소재로 한 동화도 있다.

블랙아웃, 불 꺼진 아파트의 아이들.

캐나다였던가. 정전이 2~3일이 넘게 되는 바람에 온 도시가 마비되고 경제적 손실이 60억달러(?)를 넘었다는 이야기를 얼핏 들었다.

핵폭발은 멀지만, 정전은 왠지 가깝게 느껴진다. 에너지 풍족 국가가 아니라서 그런 듯하다.


이상한 선생님인 채모령 선생님 말이 와닿는다.

"인류의 문명이라는 게 그런 식이야. 고도로 발전할수록 그 기반이 허약해지지. 소비가 늘어나면서 계속 자원을 쓰게 되고, 상당수는 낭비되곤 해. 그러다 결국 스스로가 만든 덫에 걸리고 마는 거지."


생태 감수성이나 환경 감수성이 높은 나와 우리집 큰 아이.

아이들의 미래를 생각하니 에어컨도 함부로 틀 수가 없어서 체감 40도를 웃돌아도 아이들과 나만 있는 낮시간엔 에어컨을 틀지 않는다.


선풍기를 돌리다가 더워서 못 견딜 즈음엔 인근 도서관으로 피서를 간다. 워낙 땀이 많은 작은 아이가 올 즈음엔 나는 더위로 땀범벅이 되더라도 작은 아이에게 선풍기를 양보하다가, 더위를 못 참는 남편이 퇴근하는 저녁시간에서야 에어컨을 튼다. 에어컨이 틀어져있지 않으면 틀때까지 짜증을 내기 때문에....


동화 속에서도 정전이 지속됨에 따라 사람들의 불쾌지수도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졌다. 더위와 불쾌지수의 상관 관계를 연구해보자면 꽤 과학적인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내 자신부터 아이들, 남편도 더우면 짜증지수가 솟구치는 걸 매일 겪고 있어서다.


하지만, 에어컨을 틀면서도 재난동화를 너무 많이 본 탓일까. 지구와 아이들에게 미안해진다.

어른들이 시원하게 보낸 후유증을 미래세대인 아이들이 고스란히 짊어져야 할 것만 같아서...


환경 오염으로 인한 지구적 재난을 다룬 판타지(?) 동화도 있다.

햇빛 전쟁, 지상의 아이 지하의 아이, 무너진 아파트의 아이들


햇빛으로 인한 전염병을 막기 위한 분투기인 햇빛 전쟁, 마스크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도시에서 지상과 지하에 각각 삶의 터전을 잡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지상의 아이 지하의 아이, 다작이면서 다양한 분야의 글을 쓰는 정명섭 작가의 무너진 아파트의 아이들 등...


그리고 임진왜란이라는 전쟁을 소재로 한 역사 재난동화인 열두살의 임진왜란까지..


요즘 전문가들의 강의를 듣고 있자면, 확실히 수능이나 대입 전쟁이 끝물이라는 생각이 든다.

대학이 중요한 게 아니라 직업이나 진로가 중요하고, 문제 풀이보다 문제 해결이 중요시 되어가는 과도기적 시대랄까.


게다가 우러전쟁, 미국 경제의 쇠퇴 등 세계적인 이슈들과 교권 상실, 정치 문제 등 국내 이슈들로 사람들의 피로도가 높은 상황 속에서 아이들에게 마냥 정답지가 있는 문제 풀이만을 강요하는 건 쉽지 않다.


뭐랄까. 시키는 공부 열심히 해서 높은 자리 차지한 나랏님들이지만 해답 없는 문제 풀이에는 영 맥을 추지 못하고 있는 기득권 계층의 산모습을 보면서 아이들에게 성공한 사람의 본보기로 가르칠 수 없는 아이러니 때문이기도 하고,

(이젠 더이상 공부 잘 하면 성공한다는 인식으로 아이들을 호도하기 어려워졌다. 왜 그런지는 모두의 상상에 맡기는 걸로...)


경쟁을 우선시하는 사회에서 상처받은 영혼들이 예전과 달리  정신과를 찾는 횟수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걸 보면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건 경쟁과 성공이 아니라 배려와 소통, 공감과 위로가 되는 인간성의 회복, 그리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 그 자체가 아닐까...싶다.



하지만, 재난이 일어났을 때 우리 아이들이 재난에 어떻게 맞서야 할지를 알려주는 것도 무척이나 중요할 것 같다.

왜 푸는지 이유도 모르고 그저 시켜서 억지로 푸는 수학 문제 백 문제보다, 재난에 맞닥뜨렸을 때 어떻게 대처하고 연대해서 극복해야 하는지를 미리 책을 통해 경험시키고 나라면 어떻게 할 것인지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평화로운 시기라면 지식의 습득과 연구가 무엇보다 중요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처럼 위태로운 시기에는 아이들에게 다양한 재난 상황을 최대한 많이 경험 시켜 생존 가능성을 높일 수 있도록 하는게 더 우선시되어야 할 것 같다.


6년만에 전국민 대상 민방위 훈련이 진행된다고 한다.

거미줄쳐진 민방호에 과연 대피나 가능할지 모르겠다.(솔직히 민방위 대피소가 어딘지도 잘 모른다.)


다소 마음이 무거워지는 재난동화 이야기였다.

(끝 마무리가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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