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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llo Earth Aug 09. 2023

내 친구 아병호

별난 아이인데 요상하게 끌리는 병호 이야기

70년대 생도 아니고 시골 출신은 더더욱 아닌 나.

하지만 마음만은 늘 시골 생활을 꿈꾸어왔던 80년대생 학부모.


얼마전 초6 아이가 읽고 있던 책을 무심히 보았다.

톰소여의 모험.

내 어린시절에 함께 했던 추억의 책에 있던 허클베리 핀.


아병호... 아니 우병호를 보면서 허크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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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진이네는 아빠 직장 때문에 시골로 이사를 가게 된다.

골목대장 형과 달리 내성적이고 수더분한 호진이는 어디든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툭툭 동생을 놀려대는 형의 거친 말에도 화를 내지 않고 자신만의 상상력으로 재미있는 세상을 펼쳐내는 호진이.

그런 호진이 앞에 우연히 병어? 아니 병호가 나타난다.


이 이야기는 시골 아이들의 일상 이야기다.

화려하거나 어마어마하게 큰 에피소드가 있는 것도 아니고, 아이들이 학교에서, 동네에서 펼쳐내는 소소한 이야기들이지만, 2학년 호진이의 시선에서 그려내는 아이들의 세계를 따라가노라면 절로 웃음짓게 되는 그런 가슴 따스한 동화.


엄마의 죽음으로 아빠와 살면서 속이 상할 뻔도 한데 병호는 남다른 긍정성과 시골 아이의 천진함으로 잘 극복해나간다. 제도권 안에 있는 평범한 아이들에게는 아빠로부터 거의 방임되다시피 하면서 제도권 밖에서 맴도는 자유로운 영혼인 병호가 이상하게 느껴지지만, 나름 병호는 아내의 죽음 이후로 알콜 중독에 빠진 아빠와 같이 살면서 평화를 유지하는 나름의 방식이었을 터.


9살 호진이의 눈으로 충실히 그려내느라 병호의 사정이 구체적으로 그려지진 않는다. 오히려 어른들의 세상에 끼어들기보다 자유로운 아이들 세상 속에 살아가면서 걱정 근심 없이 친구들과 서로서로 버무려지는 비빔밥 같은, 아이들의 순수함이 잘 보이는 작품이랄까.


늘 전쟁이나 가정폭력, 환경 오염, 부모의 이혼으로 인한 청소년 고민 같은 묵직한 주제의 책만 접하다 이 책을 보고 나니 절로 마음이 편안해지는 느낌이다.


마치 맵고 짜고 달고 신 강한 맛의 배달 음식만 먹다가 모처럼 고즈넉한 사찰에 새소리 물소리 견학 온 아이들의 까르르 웃음 소리를 들으며 담백하고 슴슴한 사찰 음식을 물 말아서 싹싹 한 그릇 다 비운 느낌이랄까.


복숭아 서리, 이발소에서 포마드 기름을 바른 호진이를 따라 아이들이 우르르 이발소에서 포마드 기름을 바르며 거울을 보는 에피소드,짝꿍 윤성이와의 38선 전쟁, 이어달리기 시합 등등


호진이와 함께 추억 가득한 에피소드들을 따라가보자.

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병호를 미워할수 없다는 호진이처럼, 별나다고만 생각했단 병호의 매력 속으로 푹 빠지게 될 테니 말이다.


모처럼 담백한 책 한 권 자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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