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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llo Earth Sep 24. 2023

세계 시민 수업4-아동 노동

옷 한 벌, 라면 한 그릇의 불편한 진실

오늘은 어린이집 같은 반 아이들 대부분이 학원을 가지 않는다.

어린이집에서부터 어디서 만나자며 서로 약속을 주고받던 아이들.

하원시간이 비슷하다보니 어쩌다 어린이집 앞에서 다 모여서 약속장소로 간다.


( 어제는 작은 아이가 집에 들르는 동안 친구들 서너 명이 동 출입구 앞에 딱 붙어서 기다리다가 큰 아이를 발견하고는 환호하기도 했다. 말로만 듣던 전설(?) 속의 형아를 본 게 신기하기만 한 호기심쟁이 친구들. 다닥다닥 붙은 아이들이 웃겼는지 사춘기 초입 과묵함 큰 아이도 피식~ 웃는다.)


요즘 들어 반 아이들끼리 똘똘 뭉쳐 놀이터에서 노는 일이 많아졌다. 폭염도 지나고, 장마도 지나고, 바람 살랑살랑 부는 가을인데다 아이들이 가장 잘 뭉쳐 노는 나이인 7살의 가을.


신나게 놀던 작은 아이가 팔을 다쳤다며 걸어온다.

단순 상처인줄 알고 집으로 잠깐 가서 연고를 바르려니 집에 가는 길에 갑자기 어지럽다며 기운 없이 픽 쓰러져버린다. 얼핏 봐도 입술에 핏기가 싹 사라진 게 뭔가 이상다.(빈혈인가?)


아들 육아 13년 차지만 이런 일은 처음이라 당황했다.

 다행히 집으로 돌아와 소파에 앉히고 포도를 쥐어주니 조금씩 입술색이 제 색깔로 돌아오고 아이도 기운을 차린다.

팔뚝이 조금씩 부어오르는 게 보아하니 놀기는 그른 것 같고, 조금 누워 있으라 하니 그대로 잠들어버리는 아이.


다친 건 그렇다 치고, 픽 쓰러져버린 건 요즘 노느라 잠이 부족했던 게 화근이었던 모양이다. 일주일 내내 12시 넘어 잠들기도 했거니와 어제마저도, 저녁 먹으며 꾸벅꾸벅 졸다가 밥 다 먹자마자 잠이 깨서는 12시 넘어 자고 다음날 여덟시 조금 넘어 일어났으니 잠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던 게 분명해보다. 우려하긴 했으나 내일이 주말이니 오늘 푹 재우면  거라고 생각했는데...정형외과로 향하려다 아이가 자니 일단 지켜보기로 하고 나니 갑자기 한가로워다.


남은 시간에 책을 보자며 펴든 책이 하필이면 아동노동.


신나게 노느라 지쳐 쓰러진 우리 집 아이와 달리, 지구 한 켠에서는 열 두 시간씩 일하느라 픽픽 쓰러져버리는 아이들도 있.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여전히 읽을 때마다 충격적이다.


우리나라 한 기업이 우즈베키스탄에서 나쁜 기업으로 불매운동을 당했다. 아동노동의 결과물인 목화에 대 불매를 요청했지만, 박 전대통령은 오히려 목화 수입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한다.

문익점이 중국에서 몰래 들여온 목화를 기억하는가.

따스한 옷을 통해 백성의 삶의 질을 높여준 그 목화가 이 곳 우즈베키스탄에서는 지배자들의 탐욕의 대상이 되고 있었다.


우즈베키스탄의 주요 작물인 목화 수확 시기가 되면 농민 뿐만 아니라 아동, 학교 선생님, 심지어 의사 등 목화와는 관계 없는 일반 국민들조차 목화 수확에 동원이 된다.


날씨와 상관없이 그 해 수확해야 할 목화 양이 정부로부터 내려오면 어른 아이, 직업 상관없이 목화 수확에 매달린다. 비라도 올라치면, 목화가 비에 젖어 묵직해져버리다보니 아이들은 제가 비 맞는 것보다 목화를 먼저 챙긴다고 한다.

솜장수가 게으른 당나귀에 솜을 가득 싣고 물에 빠뜨렸다는 탈무드 일화는 들어봤지만, 아이들이 솜이 물 먹으면 묵직해진다는 사실을 직접 몸으로 겪으며 깨달아야 하다니. 

게다가 목화 수출로 얻은 이익은 기금으로 조성되어 아무도 그 사용처를 모른다하니, 말 그대로 정부 일부 기득권층의 이익을 위해 국민을 노예 부리듯 한 것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국민은 못 살고 정부(를 구성하는 지배층)는 잘 사는 구조는 독재 국가의 특징인 듯하다.


그에 대해 우리 나라 정부는 불매는 커녕 수입 확대를 발표해버렸으니... 민주주의는 정부의 수준이 국민의 수준이라는데... 우리나라 국민의 수준이 이 정도였던 것인가. 우즈베키스탄의 아이들에게 부끄럽기만 하다.


그 밖에도 우리가 잘 아는 글로벌 아동복, 팜유, 초콜렛 등 너무도 당연하게 널리 이용되고 있는 글로벌 기업의 제품들 상당수가 저렴한 아동 노동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다.


우리가 현명한 소비자이자 세계 시민이 되려면, 이 책에서 말하는 것 처럼 내가 쓰는 물건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있는지 잘 이해할 필요가 있다. 초콜렛이 저개발 국가와의 불평등한 교역으로 얻어지는 것이라는 걸 이해한다면, 초콜렛을 먹기 전에 고민을 하고 조금이라도 덜 먹으려고 노력하게 되지 않을까.


지난번 난민 책에서도 언급했지만, 우리가 현명한 세계 시민, 깨어있는 소비자가 되어 불공평한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는 일단 알아야 하고, 당연한 것에도 비판적으로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양심이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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