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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llo Earth Oct 19. 2023

학교에 쥐가 나타났다!

헐레벌떡 들어온 아이가 숨을 헉헉대며 말했다.


"엄마, 엄마, 학교에서 오는데 쥐 봤어!

수풀 속으로 들어간 걸 보면 아마 아직도 학교 안에 있을걸? 같이 오던 친구가 쥐 싫다 그러면서 나한테도 묻길래 난 쥐 많이 봐서 그냥 그런데... 라고 말했더니 놀라더라고."


"아. 뭐. 시골서 살 때 많이 보긴 했지. 고양이들이 열일했으니 ..허허."


그저 싱겁게 웃으며 그 때를 회상하던 나에게 아이가 친구와의 대화 내용을 들려주었다.


"그럼 뱀도 봤어?"

"응. 봤지."

"두더지는?"

"봤지."

"도마뱀도?"

"많이 잡았지."

"뱀 잡는 고양이는?"

"눈 앞에서 유혈목이 먹는 고양이는 잘 봤지."

"....."


더이상 물을 게 없었던지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사는) 친구가 조용히 있자 아이가 친구에게 담담한 표정으로 말 한마디를 덧보탰단다.


"근데 우리 아파트 단지 안에서도 쥐 봤는데...."

"?!"


충격 받은 친구와 헤어지고 아이는 이 이야기를 들려주려고 후다다닥 달려왔던 모양이다.


아이의 말을 듣고 있자니 참 그 1년동안 많은 걸 겪었구나 싶다.

시골 가기 직전까지도 아이는 오로지 장수풍뎅이 사슴벌레를 야생에서 발견하겠다는 열망만 있었는데, 그 1년동안 장수풍뎅이, 사슴벌레는 무수히 잡고 놓아주기를 반복했고, 죽은 두더지, 두꺼비와 개구리, 유혈목이와 살모사, 멧돼지와 고라니, 도마뱀, 심지어 제 새끼 먹는 고양이까지 보고, 사육중인 동물들의 삶과 죽음의 현장까지 지켜봤으니 마트의 장수풍뎅이 사슴벌레가 전부인 줄 알았던 아이의 시야가 확 넓어졌음은 당연한 일이다.


서울 토박이는 이해하지 못하는 야생의 세계, 자연의 세계를 몸소 체험하며 자신감이 붙은 아이의 말에 힘이 실린다.

서울에 돌아온 지 8개월이 넘었지만, 아이의 마음은 여전히 시골로 향하고 있는 것 같다.


도시 사람들에게는

"쥐다 쥐!! 으악 정말 싫어!"

지도 모르겠다.

사람이 사는 곳에 쥐라는 동물이 있는 것 자체를 인정할 수 없다는 무의식적 생각이 깔려있는 것 같다.

(물론 시골 사는 사람이라고 전부 다 쥐 같은 설치류나 일반 동물들을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시골을 아주 잠깐 경험한 우리집 아이는 그 시간이 꽤 짧았음에도 동물을 좋아하고 싫어함을 떠나 자연을 자연 그대로 느낄 줄 알게 된 것 같다.


지구의 주인은 사람이 아니라, 동물도 엄연히 사람과 함께 지구를 나누어 쓰고 있는 동반자라는 사실도 깨달은 것 같다.


아이의 인생에 농촌 유학 1년이 주는 파급력은 엄마 예상치보다 훨씬 컸던 듯 하다.


그래, 자연을 이해하는 아이니, 어른이 되어서 자연을 괴롭히는 어른이 되진 않겠지?

쥐 한 마리 등장에 흐뭇해진(?) 하루다.


며칠 전 집 인근 횡단보도에서 발견한 녀석. 내 검지 손가락 한 개 정도의 엄청난 크기.뱀을 제외한 웬만한 동물엔 덤덤한 나도 놀란 가슴을 쓸어 내렸다.첨 보는 정체, 넌 누구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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