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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llo Earth Oct 30. 2023

10월, 축제를 즐기다.

나만의 보물을 찾는 시간

바야흐로 축제의 계절이다.

한때 기획자로서 축제를 만들고 운영할 땐 도대체 이런 행사에 사람이 오기는 하는 걸까? 의아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생각으로 축제를 기획했으니

제대로 치뤄진 게 신기할 정도다.

(물론 내부자 관점에선 실수가 참 많았지만 사람 몰이만은 성공이었던 듯...복직하면 축제 기획은 정말 신중히 하거나 그런 여건이 안될 것 같으면 피하게 될 것 같다.)


축제 참가자로 마음 훌훌 털고 아이들 몰고 가자니 축제가 많은 게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

주말, 어디 갈 지 고민하곤 하는데 10월엔 갈 곳이 많아 고민이.

아이들 또한 가는 건 귀찮아하지만, 일단 축제 현장까지 데려다만 놓으면 여기 저기 구경하며 체험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시립과학관의 메이커페어부터 출발한 축제 여정이 국립어린이청소년 축제, 동네 구립도서관 축제까지 이어지고....

갈 때마다 새로운 체험과 함꺼 선물들이 쏟아지니 아이들도 가는 걸 마다하지 않는다.

(자신이 그린 그림이 인쇄된 머그컵, 설문하고 받은 문화상품권, 나무 키트로 제작한 자동차 미니어처, 3D펜으로 만든 작품, 한 번도 접해보지 못했던 캐릭터 솜사탕까지...)


아빠가 주말 특근이라 셋이서만 축제 현장으로 나가던 참에 동네 큰 아이 친구를 만났다.

하교 후에 만나는 친한 친구들은 없는 큰 아이.

그래도 동네 친구라고 말을 걸어주니 그저 고마울 뿐인데

어디 가냐 묻기에 북페스티벌에 간다 하니

자기는 오전에 학원 다녀오는 길이란다.

(주말 아침에도 학원을 간다고??헉)


엘레베이터 앞.

자연스럽게 학원 친구들을 만난 그 아이가 친구들과 이야기하는 것 듣고 있자니 아마도 그 날 수학 시험이 있었던 모양이다.

저마다 답이 어쩌고 저쩌고 하는 걸 큰 아이도 나도 한 귀로 들으며 쓴웃음을 짓는다.

(학원을 안다니니 아이들과의 대화 소재가 없어 자연스럽게 왕따 아닌 왕따가 되는 것 같다. 엄마인 나로서도 바라보면서 어찌 해줄 수 없는 슬픈 현실이다. 성격 자체도 활발한 아이가 아니었으니... 이 또한 아이가 자라면서 극복해야 할 과제가 아닐까.)


이번 축제에 우리가 축제 현장까지 가는 방법은 자전거.

작은 아이는 내가 태우고, 큰 아이는 따릉이를 빌렸다.

아이 핸드폰이 없으니, 이런 건 참 불편하다.

단체권이 없어지니, 누구 한 명은 뛰거나, 조금 불편하더라도 작은 아이를 뒤에 태우고 내가 자전거를 타야 한다. 당연히 나는 차라리 뛰는 걸 선택한다.

(내 덩치보다 작은 자전거에 작은 아이를 태우고 달리는 건 너무 힘들다. 바퀴도 작고 핸들도 작고, 심지어 안장도 작아서 엉덩이도 아프다. 흑.)


쌩쌩 달리는 한강변 자전거길에 느긋하게 천천히 달리는 달팽이 자전거 한 대.


형아는 저만치 멀어지고 7세 아이 혼자 달리고 있자니 아이 때문에 속도를 줄여야 하는 어른들이 뒤에서 천천히 따라오며 의아한 표정으로 두리번거린다.

그러고는 저만치 뒤에서 헉헉 거리며 뛰어오는 날 보며 상황을 이해했다는 듯 큭큭 웃으며 아이에게 한 마디 던지고 앞서 나가버리고, 민망해진 나는 터벅터벅 걸으며 헉헉댄다.


그렇게 20분도 안 걸리는 길을 걷다 서다를 반복하느라 40분도 더 걸려 행사장 도착.

그래도 도착하니 아이들은 신나고 나도 긴장이 풀린다. 휴우...

(드디어...헉헉... 도착...헉헉...했!...다!)


과학관 축제는 과학 개념을 적용했다는 특이성이 있었는데 북 페스티벌은 딱히 주제를 잡기가 어렵다보니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키트 제작, 드론 체험 등 대동소이한 것 같다.

내가 축제를 기획할 때도 늘 고민하던 부분인데, 지금도 여전히 특색을 찾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러거나 말거나 아이들은 신났다.

다문화 체험이라며 접시도 돌려보고, 경극 인형 장난감으로 얼굴도 바꿔보고, 인기 있는 체험은 예약제라 서둘러 예약을 걸어두고 돌아다니다보면 뜨거운 햇볕에 아이 하나를 케어하지 못해 꼭 탈이 나긴 한다.


하지만 이젠 아이도 성숙해져서 그런지 토라져도 예전보다 빠르게 돌아오니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큰 아이가 조금 토라져서 난감했는데, 밥 먹으러 가면서 다시 회복했다. 역시 아이나 어른이나 배가 불러야 기분이 좋은 법! 만고의 진리다.)


내가 도서관 축제에 오게 된 건 바로 책을 기증하고 받아둔 도서 교환권 2장 때문.


새 책이나 과월호 잡지로 교환할 수 있는데, 난감하게도 작은 아이가 읽을만한 그림책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뒤적거리던 작은 아이는 뜨거운 햇볕아래 책 고르기가 싫었는지 안 고른다고 선언하고, 큰 아이마저 자기 맘에 드는 책이 없다나 뭐라나...


그렇게 큰 아이와 작은 아이에게 번갈아가며 책을 몇 권 추천해주고, 겨우겨우 새책 2권과 잡지 4권으로 교환을 마쳤다.

하지만 축제가 마무리될 즈음, 아이들 시선이 비눗방울 공연으로 향하고, 여유를 틈타 사람들이 북적대는 책교환코너에 다시 슬그머니 고개를 디밀어보니

아뿔사! 저 책은 큰 아이가 열광할 만한 비..행..기..책?!

심..봤..다!!


생각하고 자시고도 없었다.

운영자님께 정중히 부탁드려서 기존에 고른 새책을 반납하고 재빠르게 이 책을 집어왔다.

이 책을 왜 초기에 발견하지 못했을까 의아해하면서....

"아들아 엄마 잘했지?!!


마땅히 궁디 팡팡 받아야 할 아주 멋진 책 한 권.

아들은 살짝 덜 풀렸던 기분마저 싸악 풀렸는지 환하게 웃었고,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이 책 한 권을 완독할때까지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물론 퇴근해서 돌아온 남편도 감탄사를 뿜뿜하고, 두 부자는 사이좋게 비행기 관련 다큐를 보면서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눈다.

오늘 한 일 중 최고 잘 한 일 같아 나 자신도 어깨가 으쓱해진다.


어쩌면 축제란 비슷비슷할 것 같은 부스들 사이에서 나만의 보물을 찾으며 즐거워 하는 과정이 아닐까??

우연히! 발견해 사람들이 집을세라 재빠르게 건져내온 보물 같은 책!! 비행기에 꽂힌 큰 아이는 이 책 한 권만으로도 축제의 목적은 200%달성했다. 실로 뿌듯한 책 한 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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