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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llo Earth Mar 02. 2022

작가를 꿈꾸는 아이

생애 최초 독서신문을 만들다

작년까지 책을 싫어하던, 정확히는 그림책에서 줄글 책으로 넘어가지 못하고 학습만화에만 빠져있던 아이는, 둘째 아이의 등원과 함께 거의 매일 반복된 엄마의 도서관 투어 덕분으로 4월 즈음에는 이미 줄글 책의 매력 속으로 푹 빠져 있었다. 그동안 3개월 여, 책 1권에 게임 시간 10분으로 매일 최대 1시간씩 게임을 할 수 있게 하니 최대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5권을 목표로 읽던 아이가 어느새 책으로 바꾼 게임시간이 10시간이 넘어가게 되었다. 최대 1시간만 쓸 수 있다 보니 하루에 5권 이상 읽게 되면 게임시간으로 적립만 가능한데 언젠가부터는 읽는 책 권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다 보니 10시간, 14시간씩 쌓이게 되었던 것. 아이에게 좋아서 읽는 책이니 게임시간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며 게임시간 제도를 폐지하자 하니 아이도 선뜻 그러자고 한다. 그렇게 아이는 억지로 읽는 책이 아니라 정말 좋아서 읽는 책을, 게임보다는 아니지만 게임만큼 재미있다며 스스로 읽게 되었다.


4월 말, 아이 학교에서 가족 독서신문 대회를 개최한다는 가정통신문이 날아왔다. 아이에게 이건 기회라며 직접 참여해보면 어떻겠냐고 권유했다. 선정되면 상품권이 2만 원이니, 참여만 하더라도 엄마가 상품권 2만 원을 주겠노라고... 아이는 살짝 당황한 듯했지만 하겠다고 하고 다음날로 신청해서 도화지 4장을 학교에서 받아왔다. 받아는 왔지만 어찌해야 될지 몰랐던 아이는 그렇게 계속 미루다가 제출 마감 2주를 앞두고 나와 기획에 나섰다. 아빠까지 나서면 작은아이가 동떨어지니 나와 둘이 담판을 짓기로 한 것. 나름 직장에서 소식지 발행도 해보았던 터라 내가 나서면 착착 잘 될 테지만, 나는 아이가 직접 해보았으면 하는 마음에 샘플을 이것저것 보여주고 어떻게 구성하면 좋을지 의견을 나누었다. 그렇게 1차 기획을 마치고 2차 기획에서 수정을 거듭한 후, 마감 시일을 이틀 앞두고 우리는 글을 쓰기 시작했다. 작은 종이를 받아왔더면 이 고생은 안 했으련만, 큰 게 좋은 거라며 호기롭게 4절지를 받아오라고 말한 나는 잠시 후회했다. 하지만, 다행히 아이가 써둔 동화가 있었고, 이 대회와 거의 동시에 참가하게 된 백일장 대회에 제출하려고 준비해둔 시도 있었던 지라 하나둘씩 내용이 채워지기 시작했다. 마무리를 하자니 마감 2일 전 11시. 아이는 졸려서 자꾸 포기하고 싶어 했지만, 그럼 내지 말까 한 마디에 이를 악물고 끝까지 버텼다. 그림은 엄마도 아이도 졸라맨 외엔 그릴 줄 아는 게 없으니 직접 쓴 글과 시, 작가가 되고픈 열망을 가득 담은 글로 채워 마감날 오후 겨우겨우 제출했고, 난 비닐로 마무리한 작품과 함께 서점에서 점심도 굶어가며 촉박하게 공수해온 문화상품권 2만 원을 내밀며 아이를 격려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마감날 당일, 아이 학교에 확진자가 발생하는 바람에 아이 학년 모두 학교에 차려진 임시 선별 소에서 검사를 받아야 했고, 그렇게 마감일은 일주일 뒤로 밀려났지만 아이는 미리 제출한지라 더 이상 채근하지 않고 편안하게 보낼 수 있었다. 

그리고 얼마 후, 가정통신문 앱에 아이의 독서신문이 당선되었다는 감격스러운 문자 알림이 도착했고, 그날 아이의 하굣길에서 아이의 활짝 웃는 얼굴과 함께 아이가 드디어 세상 속으로 당당히 걸어 나오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아이는 한 발자국, 한 발자국 내 생각보다 더 빠르게 기적 속으로 뛰쳐나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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