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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llo Earth Apr 29. 2022

지금은 지하철 투어중-1

작은 아이는 지금 지하철 노선도로 한글을 배우는 중입니다.

어린이집의 작은 사건(?)으로 화요일부터 자발적 결석중인 작은 아이는 이틀동안 지하철 투어를 하게 되었는데 정말 그 범위가 다이나믹하기 이를데 없다. 저 강북 끝의 우이신설선부터 저 남쪽 끝의 신분당선, 경강선까지 하루에 소화해내고 있는 강행군 속에서 작은 아이는 큰 아이의 7살 때의 모습을 그대로 닮아가고 있었다.

오늘은 작은 아이의 지하철 투어기를 기록해보려고 한다.



지하철투어 1일차(이번주 1일차...)

전면등교 2일차인 큰 아이가 학교를 가고 나서야 일어난 작은 아이.

아침잠 많은 작은 아이가 늦게 일어난데다 밥도 거의 슬로우 모션 나무늘보 급으로 먹는 아이인지라 아침밥을 먹으니 어느새 11시. 큰 아이가 12시 40분에 수업이 끝나니 시간이 빡빡한데 그래도 지하철 투어를 가겠다며 눈물을 뚝뚝 흘리는 작은 아이. 결국 작은 아이에게 단 1시간 밖에 못 한다고 미리 언질을 두고 출발했다.

야심차게 버스 421번을 거쳐 110B번 버스를 타고 버스 노선표에서 우이-신설선으로 갈 수 있는 가장 가까운 역을 검색해서 길음역에서 내렸다. 한참을 달려야 갈 수 있는 북쪽 동네. 우리는 길음역 주변을 음미할 시간적 여유도 없이 서둘러 우이신설선으로 이동하기 위해 4호선을 탔다.


4호선에서 1정거장 가면 성신여대입구, 무인으로 운행되는 2량짜리 꼬마 지하철을 타고 신설동 쪽으로 향한다. 신설동에서 다시 청량리로 1호선을 타고 이동 후 청량리에서 경의-중앙선을 타는 것으로 첫째날 일정을 마무리한다.


마을버스에서 큰 아이 친구가 하교하는 걸 본 듯도 해서 혹시나 같이 왔을까 서둘러 집에 돌아오니, 아이는 이미 돌아와서 영어 숙제를 하고 있었다. 알고보니 내가 본 친구 바로 뒤에서 따라오고 있었다고...(흑, 아들아 몰라봐서 미안하다....)



지하철 투어 2일차.

6교시인 오늘은 큰 아이가 2시가 되어야 끝나니 여유가 좀 있었다. 서둘러 밥을 먹었는데도 9시를 조금 넘긴 이른 시간. 일찌감치 신분당선쪽으로 방향을 잡고 버스를 탔다. 두 개의 버스를 갈아타고 도착한 곳은 강남역. 2호선과 신분당선 과의 거리가 긴 편이라 버스정류장도 강남역(2호선)과 강남역(신분당선)이 별도로 있었고, 신분당선 쪽에서 내리니 지하철이 바로 앞에 있어서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었다.

출근시간이 지났는데도 사람이 많았던 신분당선. 교통체증 없이 경기도 분당 쪽으로 이동가능한 유일한 교통 수단이라 이용률이 꽤 높아보였다. 판교 쪽으로 이사를 고민중인 우리에게 꽤 많은 생각거리를 주었다.

(신이시여, 저에게 교통지옥을 뚫을 용기를 주소서!!!)


신분당선으로 판교까지 오는 동안 작은 아이는 맨 앞에서 선로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봐도봐도 신기한 모양이다. 가끔 맞은편에서 지하철이 올 때면 헤드라이트 불빛이 눈부셨을 법한데도 눈을 반짝이며 무척이나 신나했다. 그렇게 판교까지 온 우리는 경강선을 타고 이매역까지 간 후 모란역에서 8호선을 갈아타고 석촌역으로 향했다. 석촌역에서 마침 역사로 들어오는 9호선 급행열차를 타고 고속터미널을 거쳐 집으로 돌아오며 오늘의 투어를 마쳤다.


우리에게 남은 건 의정부 경전철과 공항선, 김포골드라인, 인천 1,2호선 및 서해선... 그리고 경춘선.

우리나라 같이 조그만 나라에서 세계 유일하게 인구의 50%가 거주하고 있다는 수도 서울. 그 어느 도시보다도 촘촘한 대중교통 연결망을 갖고 있는 나라. 18개의 노선으로 사통발달된 수도 서울의 교통 환승 제도를 이용해서 아이와 즐거운 투어를 즐길 수 있는 곳.


다음엔 어떤 곳을 가볼 수 있을까.

카드 한 장만으로 훌쩍 떠날 수 있고, 우리의 발자국을 남기고 올 수 있는 그 어디론가를 향해 오늘도 아이와, 지하철과 함께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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