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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llo Earth Mar 05. 2022

2021년 독서 보고서

오롯이 책, 독서와 함께 했던 2021년의 기록

이맘때쯤이면 온라인 서점에서는 개인별 독서 보고서(라고 쓰고 구매 이력이라고 읽는다.)가 청구서처럼 날라든다. 작년까지 별 감흥없던 독서 보고서. 올해가 특별한 건, 책을 사기도 많이 샀거니와 읽는 것도 많이 읽었다고 자부할 수 있는 해이기 때문. 도서관 투어로 한 해의 첫 날을 시작한 게 엊그제 같은데 그 생활도 벌써 1년이 다 되어간다. 


내가 A 서점에서 구입한 책 금액만 약 140만원.

월 평균 독서(구매)량은 월 10권

제일 많이 구매한 달은 8월로 23권의 책을 구매했다.

구매량만으로 보았을 때 내 나이대의 상위 1%에 육박하는 성적.


이게 뭐라고 아침부터 보고서를 받아보고 어찌나 뿌듯하던지...

도서관에서 빌려 본 책 권수와 합하면 이보다 훨씬 많을 것 같기도 하다. 기분이 좋지 않았던 날은 20권의 책을 읽어 해치우기도(!) 했으니까.


모든 책을 읽고 소화했느냐 그건 또 별개의 문제다. 

해서 하반기부터 나만의 독서기록을 하기 시작했다. 그냥 읽고 잊어버리기엔 아까운 책들이 많았는데 상반기를 그냥 날려버린 게 아쉽기도 하다. 처음엔 독서 목록과 한 줄 감상평으로 끝내다가 세계사 2회독부터는 마인드맵을 그리고 있다. 너무 많은 문명과 인물, 나라들이 얼키고 설켜서 머릿속에서 뒤죽박죽이 되어버렸기 때문인데 나름 마인드맵을 활용해서 정리해보니 읽는 속도는 느려졌지만 이해도는 훨씬 높아졌달까.


원인-결과, 문명-문화-관련 인물 등 관련된 내용끼리 마인드맵으로 연결시키고 나니 나중에 머릿속에서 내용을 꺼내기도 훨씬 수월해졌다. 아직은 어설픈 수준이지만 예전 학과 공부 때도 이런 식으로 정리했으면 굳이 달달 외우지 않고도 재미있게 공부했을텐데 하는 아쉬움도 든다.


마인드맵을 하기 시작한 건 사실 몇 주 되지 않는데, 큰 아이가 그 모습이 꽤나 인상적이었는지, 오늘 마인드맵으로 무려 4권의 독서록을 쓰고는 뿌듯해했다. 되지도 않는 그림만(그림 그리는 걸 무지 싫어하는 큰 아이는 삽화를 그대로 베껴서 독서록을 만들면서 그 마저도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줄창 그려대는 것보다 훨씬 수월했다. 자기만의 독서록을 통해 머릿속에서 내용을 정리하다보니 아이는 4건이나 기록해놓고 무척이나 만족스러워했다. 모처럼 창의적인 독서록 만들기에 나 또한 감동해서 마구마구 칭찬을 퍼부어주었다. 

(학교에서는 독서록 40건을 채우면 금상을 시상하는데 큰 아이는 입학 후 처음으로 금상 수상권에 근접했다. 4건만 더 채우면 금상 수상이 가능하니, 작년에 단 한 건도 안써서 10건만 채우면 동상을 탈 수 있었던 기회조차도 날렸던 큰 아이로서는 대단한 발전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2학기 때는 단 한번도 빼먹지 않고 독서록을 제출한 6명의 아이에 선정되는 쾌거가 있기도... 야호!)


사실 독서록이 성적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것 같지는 않다. 독서의 영향은 시나브로 찾아오는 것인지라 금방 눈에 띄지 않기 때문이다. 여전히 아이는 수학 문제집의 문장을 이해 못해 버벅대기도 하고, 일기장 맞춤법도 많이 틀린다. 남들보다 늦지만, 아이는 스스로 조금씩 학습방법을 터득해가고 있는 중이다. 올해 첫 상을 타고 나면 자신감이 더 붙겠지. 자신감이 학습 집중도를 높이고 높아진 집중도로 학업성취율이 높아지면 다시 자신감이 올라가는 선순환이 계속되기를 바라본다. 물론 실패의 쓴맛을 성공의 마중물로 끌어올릴 수 있는 높은 자존감은 덤으로....



아이와 함께 나도 자라고 있다. 아쉽게도!! 몸은 자라지 않지만 마음은 그 어느 때보다 더 성장중이다. 

"절대!"라는 아집을 "한번 해볼 수 있지 않을까?" 라며 열린 가능성으로 바꿔가는 중이다. 

아직은 어렵지만 나를 닮아가고 있는 큰 아이를 위해 내가 먼저 노력해야겠다.

올해 초, 불가능하리라 믿었던 독서 습관잡기가 지금은 일상이 된 것 처럼 말이다.

뿌듯한 책 구매 보고서가 독서기록으로 이어질 수 있기를... 1년이 지난 2022년 또다른 목표로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하기 전에 나의 독서 습관의 단점을 다시 되짚어보고 고쳐나갈 점들을 찾아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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