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을 싫어하게 되었다.
한때 우리나라 예능에서 무한도전이 당연 원탑이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종영되었지만 10년 가까이 장수했던 프로그램이며, 그 때의 멤버들은 잘은 몰라도 꽤나 많은 수입을 거두어들이며 지금도 한 자리씩들 차지하고 있을 듯하다.(잘 모르니 아니어도 패스)
신혼 시절, 주말이면 답답한 집에서 나가 바깥바람을 쐬고 싶은데 남편은 티비를 틀어놓고 늘 깔깔대느라 "잠깐만! 이것 좀 보고."를 반복하기 일쑤였다. -솔직히 난, 사람들이 TV를 보며 아무 표정 없이 깔깔거리며 소중한 시간을 소모하는 건 너무 아까워 보였다. 같은 이유로 지금까지도 연예인과 가족들이 나와 벌이는 관찰예능류나 드라마는 보지 않는다. (연예인에게 아까운 내 돈과 시간을 상납하는 기분이라 별로다.)-
남들은 아내가 치장하느라 준비가 늦어 난리라는데, 우리집은 치장하는 아내도 없고 그저 주말이면 낮잠으로 10시~11시가 되어서야 하루를 시작하는 남편과 그 마저도 무한도전으로 오전시간을 다 까먹는 남편이 있을 뿐이었다. "주말"아침 잠이 많은 남편과는 달리, 난 주말이면 더 더욱 일찍 일어나는 아침형 인간이었기에 신혼 대부분의 남편과의 다툼은 결국 늦잠과 TV가 단골 소재가 되었다. (물론 집안일도 소재는 되었지만)
살다살다 무한도전이라는 프로그램에 질투 느끼는 것도 처음이었다.
참다참다 폭발하기도 여러 번, 그러다 큰 아이를 갖기 6개월 전쯤 TV라는 정적을 없애기로 결심하고 남편에게 선언을 했다.
"지금부터 6개월의 유예기간은 줄 터이니 TV를 없앨 마음이 생기면 말해."
처음 남편은 꽤나 강렬하게 저항했던 것 같다. 그것만으로도 다툼의 소재가 되었던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6개월보다 훨씬 앞선 3개월 즈음, 남편이 선언했다.
"TV를 없애자."
그렇게 우리는 바로 시행에 옮겼고, 2010년부터 2021년 지금까지 우리집엔 TV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