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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llo Earth Mar 05. 2022

자기주도학습에 대한 생각

초등학생에게 스스로 계획, 스스로 학습이란 무리일까

교육지침서를 보면 '자기주도학습' 이라는 단어가 꽤나 많이 등장한다.

공부의 목표가 자기주도학습이 된 듯하다.

하지만 어떤 작가는 자기주도학습의 오류를 지적하기도 한다. 공부 방법을 알지도 목표를 알지도 못하는 초등학생이 자기주도를 하는 자체가 가능하지도 않을 뿐더러, 스스로 계획에 따른 스스로 학습, 즉 "자기주도학습"이란 결국 공부 목표가 분명한 성인들에게 적용 가능한 학습 방법이 어쩌다 아이들에게까지 잘못 적용된 예라고 했던가. 한 유튜브 크리에이터(?)는 그래서 초등학생의 공부방법은 자기주도학습이 아니라 자기조절학습이 맞다라고도 했던 것 같다.


자기주도, 자기조절 무슨 차이가 있겠냐마는, 생각해보면 차이가 꽤 있어보이기도 한다.

자기주도는 스스로 계획도 다 세우고 그 계획에 따라 학습도구나 방법도 오롯이 스스로 찾아가는 방법이라 했을 때, 학습 경험도 별로 없고 학습 정보력도 없는 초등학생이 스스로 방법과 도구를 선택하고 계획을 짜기는 무리가 있기 때문이다. 반면 자기조절학습은 계획을 부모와 함께 세우고, 학습 도구와 방법을 부모와 아이가 상호 협력 하에 정한 후 그 계획을 스스로 실천하며 부모가 옆에서 도움을 주는 방법으로 초등 중학년부터 실천하는 것도 큰 무리가 없다.



큰 아이는 학원을 단 한 군데도 다니지 않는다.

저학년 때만 해도 태권도는 다녔는데, 개인적으로 관장의 강압적인 교육철학이 마음에 들지 않아 몇 번 항의하다가 코로나를 계기로 자연스럽게 끊게 되었고, 코로나 시기 아이의 의사에 따라 잠깐 독서논술 학원도 보내보았지만 결국 그 조차도 2개월 만에 그만두게 되었다.

관건은 아이의 의지인 듯 하다.

아이가 그 수업에 열정적이지 않다면 아무리 수많은 학원을 보내도 돈낭비라는 게 내생각이다. 아이가 무언가를 간절히 바랄 때 '그 부분을 보충하기 위해서' 잠시 보내는 학원이 아니라, 그저 학원을 가면 좀 낫겠지 라는일방적인 부모의 생각으로 보내는 건 돈낭비라는 것이다.(예체능은 예외)


예전엔 아이 오롯이 스스로, 열정적으로 자신만의 공부 방법을 찾기만 바랐는데 지금은 다행히 그 방법이 터무니 없음을 인식하게 되었다.(다행이다. 안그랬으면 우리 아이는 더 오랜 시간 방황했을지도 모르니.) 나의 한 쪽으로 치우친 "절대"라는 생각을 버리고 현실과 타협을 하면서 느낀 건, 아이에게 적당한 학습 도구를 찾아주는 건 부모의 몫이라는 것. 아이와 나는 수학 쪽으로는 '문제집'이라는 도구를, 영어 쪽으로는 'EBS초목달'이라는 도구를, 국어, 사회, 과학 쪽으로는 '독서'라는 학습 도구를 찾았다. 영어는 최근까지도 적당한 학습 도구를 찾지 못해 방황했는데, 다행히 아이가 좋아하는 전래동화와 접목되어 재미와 함께, 학습 진도까지 조정 가능한 프로그램을 찾게 되었다. (아이는 앞으로 6개월 동안 꾸준히 출석해서 프로그램을 이수하면 장학금의 형태로 수업료의 절반을 되돌려 받을 것이다. 민간이 해낼 수 없는 EBS라는 방송이 가진 공익성 덕분이다.)



영어는 아직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성과를 말할 수는 없지만, 언어능력과 수-과학 쪽은 꽤나 많은 성과들이 눈에 보인다. 물론!! 수학은 워낙! 큰 아이의 기초가 낮아서 여전히 수업을 따라가기 버겁고 기본 문제집에서 응용 쪽으로는 전혀!! 올려다 볼 수 없는 기초수준에 불과하지만!!!

수학이야 나 조차도 워낙 어려워했던 과목이라 아이가 못 해도 나무랄 수가 없는 영역이다. (이과 쪽 머리인 아빠를 안 닮고 엄마 닮은 걸 어찌하라고...)  하지만, 다행히 아이는 문제집을 세 달 째 계획대로 꾸준히 풀고 있고(물론 그 계획 자체가 실천하기 정말 무리없는 정도의 가벼운 분량이기는 하다...) 아주 조금씩이지만 나아지고 있는 게 보이고 있다. 국어나 사회, 과학 쪽이야 그동안 독서로 다져둔 실력이 있는데다, 아직까지 어려운 수준은 아닌지라 따라가기 버거워보이지는 않으나 딱히 복습이라는 게 없이 '학교 수업-끝!' 인 아이라 중학교 때 크게 현실에 부딪칠 일이 있을 듯하다. (나 너무 냉혹한 엄마인가?)



내 아이의 학습 수준을 글로 풀어내자니 한숨만 푹푹 나오기는 한다. 학교 친구들의 평균수준을 따라잡기엔 여전히 힘겨워하는 큰 아이. 그래도 초등 남자아이의 허풍 탓에 본인이 꽤 잘하는 수준으로 착각 중인 아이.

또 한편으로 수학, 영어에 극단적으로 자신감 결여 중인 아이.


그래도 다행인 건, 스스로 목표를 세우고 일주일에 한 번씩 하고 있는 세계 나라 조사하기는 한달이 넘은 지금까지 꾸준히 하면서 꽤나 재미있어라 한다는 것? 나라를 조사하면서 그 나라의 영토를 스스로 그려보고, 국기도 알아보고, 역사나 문화 유명한 유적지까지 알아보자니 종이 한 장 속에 담아놓고 꽤나 뿌듯한 듯 보였다. 내 눈엔 너무 기초 지식만으로 채워진 조사결과라 아쉬운 감은 있지만 살을 붙여나가면서 자신만의 조사 자료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감도 든다.



누군가가 말했다.

초등학교는 공부 습관이고, 중학교는 습관의 내면화, 고등학교는 공부 방법과 엉덩이 힘이라고.

초등학교 때 타인에 의한 공부 습관에 익숙해진 아이가 중학교 때 스스로 공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내 아이가 비록 지금은 상위권도 아니고 중-하위권(가슴은 아프지만 솔직한 의견이다)에 머무르고 있지만, 그렇다고 중학교 고등학교 때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가리라는 믿음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그렇지만 스스로의 인생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경험들을 습득해나가는 데는 문제가 없을 거라는 믿음은 갖고 싶다.

초등학교 때의 공부는 100점짜리 시험 점수 그 자체보다, 60점 짜리 시험지를 보며 나의 부족함을 깨닫고 스스로 80점까지 올리기 위해 어떤 방법을 쓰면 좋을지 부모와 함께 나만의 공부 방법을 찾아가는 과정이 아닐까. (물론 이건 중 하위권 아이 엄마로서 스스로 위로하는 말일지도 모르겠다...하악)

 

아이의 자기조절학습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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