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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llo Earth Jun 09. 2022

설명서 읽는 아이

설명서 없이는 못 살아

작은 아이는 레고를 좋아한다.

물론 얼마 전 아빠 회사에서 받은 레고 선물을 좋아한다는 이야기다.

그 전엔 형아의 조립로봇 만들기에 빠졌고,

그 전엔 형아의 블록로봇 만들기에 빠졌다.

이 아이의 인생에서 적어도 작년과 올해 2년 동안은 조립형 로봇, 퍼즐과 함께 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듯하다.

그런데 이것도 부작용이 있었으니

바로 설명서!!


설명서 없이 레고를 만들고, 설명서 없이 무언가를 만들면 좋겠다는게 엄마 아빠들의 생각일테다.

창의력 어쩌고 저쩌고 하면서 말이다.

하루는 작은 아이가 설명서가 없다며 울고 있기에, 설명서 없이 만들어보면 어떻겠냐고 권했더니 단호하게 "싫은데요."라고 말한다.(단 1초의 망설임도 없다. 정말이지 단호박이 따로 없다.)

창의력을 키워주는 어쩌구저쩌구에 몰입된 엄마는 다시 한번 부드러운 목소리를 가장해서

"설명서가 없으니 스스로 만들어보면 좋을 것 같은데?" 라고 말해보지만

돌아오는 건 "나는 설명서 없이 만들기 싫어요."라는 단호박 같은 대답 뿐.


2년동안 형아의 로봇으로 온갖 로봇들을 만들어왔지만 매번 설명서를 가지고 만들었던 게 사단인 듯 하다.

설명서 없이는 레고도 로봇도 만들지 않겠다는 작은 아이.

(물론 설명서를 보고는 기가 막히게 잘 조립한다. 신기할 정도다.)

엄마에게는 새로운 고민이 생겼다.

(몹쓸 놈의 창의력. 당췌 엄마에게도 큰 아이에게도 없는 창의력은 어찌 키워줄 것인가. 엄마는 오늘도 고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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