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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llo Earth Jun 14. 2022

엄마는 책 읽기 좋아하는 할머니

나는 시간이 날 때마다 책을 읽는다.

아니 읽지 않고 있을 때 조차도 책을 펴두고 있다.

아이들이 없을 땐 집안일을 하면서 책을 보거나 아이가 놀고 있으면 식탁에 책을 펴고 앉아 아이가 노는 걸 지켜보면서 책을 읽는다. 세계사 책이든, 아이들 독서교육에 관한 육아서든, 역사동화책이든 가리지는 않는다. 단, 성인 서적은 잘 보지 않는다. 이건 좀 개선이 필요한데 아무래도 오랜 기간동안 어린이 서가에 머무를 기회가 대부분이다보니 성인서가에서 나만의 책을 뽑아들 기회도 별로 없고, 있다손 치더라도 성인 서가에서 책을 뽑는 게 이제는 어색해져서 손이 잘 안가기도 한다.


예전엔 큰아이가 읽을 수 있는 수준의 책을 주로 빌렸다면 지금은 내가 볼만한 어린이 서적 위주로 책을 빌린다. 아이는 1년의 시간동안 자신만의 독서 취향이 명확히 생겨버려 내가 빌려온 책보다는 자신이 빌려온 책을 읽었다. 내가 도서관에서 애써 빌려와봐야 다시 고대로 돌아가는 일이 계속되다보니, 내가 볼 만한 책 위주로 고르기 시작했는데 '난민, 세 아이 이야기', '소녀, 히틀러의 폭탄을 만들다.' '열두살의 임진왜란' '핵폭발 뒤 최후의 아이들'처럼 주로 문제의식을 가지고 생각해봐야할 묵직한 주제가 있는 책들이었다.


읽다보면 이야기 속에 빠져버려 아이가 같이 놀자는 요구도 받아주지 못할 때가 있는데 둘째 아이는 이제 습관이 된 듯 조용히 코끼리 인형과 부루마불이나 장기를 두며 시간을 보내곤 한다.


요즘 작은 아이가 잠자리독서로 읽는 책은 '책읽기 좋아하는 할머니'책인데 내 모습과 무척 닮았다고 생각했나보다. "엄마! 엄마는 책 읽기 좋아하는 할머니 같아요."

란다.


민망하게 허허 웃으면서도 작은 아이와 놀아주지 못한 게 못내 미안했다.

책읽기 좋아하는 할머니 마냥 시끄러운 도시를 피해 시골로 이사를 가고, 양털을 깎으면서 책 읽는 할머니 처럼 아이들에게 저녁밥을 차려주고 그 앞에서 책을 읽곤 했으니 아이가 그리 생각할 만도 했다.


엄마와의 놀이시간이 적어 아쉬움이 잔뜩 묻어난 작은 아이 말에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책도 좋지만 아이들과의 대화와 놀이 시간을 늘려야겠다고 생각하게 되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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