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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llo Earth Jun 09. 2022

친구란 무엇인가

오랜만에 친정에 가려고 준비중이었다. 

점심시간을 살짝 넘긴 1시...

"딩동~"

초인종이 울렸다.

우리집에 찾아올 사람이라곤 없는데, 누굴까 싶어 모니터로 보니 같은 동 다른 라인에 사는 친구 둘.

지난 번 큰 아이가 선별진료소에 가서 검사 받을 때 우연히 같이 가게 되었는데, 갔다와서 잠깐 놀이터에서 놀아라 했다가 큰 아이가 같은 반 아이 확진으로 그 친구까지 위험해질 뻔했더랬다.

그 뒤로는 놀리는 것도 꽤나 조심스럽더랬는데, 친구가 먼저 우리집 벨을 눌렀던 것이었다. (아마 지난번 우리집 주소를 알고 벨을 누른 모양이었다.) 같은 동에 사는 그 친구의 단짝 여자친구도 같이 와 있었다.

외갓집에 가려고 옷을 입어둔 터라 큰 아이는 재빠르게 나갔고, 우리의 외갓집 외출 일정에는 크나큰 차질이 빚어졌다. 외갓집도 근 1년 만의 방문인데, 친구가 집 초인종을 누른 건, 아이 인생 처음이니 엄마로서는 외갓집보다 친구가 우선순위일 수밖에 없었다.(죄송해요 엄니 아부지....)

숫기가 없는데다 남들처럼 게임을 하게 해주는 엄마도 없고, 핸드폰도 없는지라 친구가 없는 건지, 학원에 보내지 않아서 친구가 없는건지, 엄마로서 늘 속상했는데, 누군가가 스스로 내 아이를 찾아와준 것만으로도 너무나 고마웠던 것.

재빠르게 친정에 많이 늦을거라고 연락을 드려놓고는 무작정 기다리기 시작했다. 잠깐 집을 비웠다 돌아온 남편도 눈이 휘둥그레해지며 잠시 당황해하다가 금방 상황을 파악했다. 

"이런 건 세상 처음 보는 일이라, 신기하네...그럼그럼 이럴 땐 무조건 기다려야지. 암암..." 

남편이 슬쩍 밖을 내다보니 아이들 셋이 집앞 놀이터에서 놀고 있었다. 감격에 겨워하는 남편과 함께 우리는 설레기 시작했다. 내 아이에게 친구가 생기다니... 하악하악....



따지고 보면 아이에게 친구가 없는 건 아니었다.

학교에 가면 어색하긴 했어도 친구들 사이에 끼어 공기놀이도 하고, 곤충 좋아하는 친구 하나와는 점심시간에도 곤충 이야기로 점심 끼니를 놓치기도 했단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교문만 나오면 친구와는 남남이 된 것마냥 큰 아이는 모두를 외면했다. 간간히 인사를 하는 아이에게는 시크하게 손 한번 올려주는 것으로 끝이었다.

같이 놀자고 하는 아이도 없었고, 같이 집에 가자며 어깨동무를 하는 친구도 없었다. 교문을 나서는 아이들과 큰 아이 사이에 커다란 벽이 놓인 것 같은 느낌이었다.

다시 휴직을 해서 아이의 일상을 들여다볼 수 있게 된 나도 속상하고, 아이 본인도 내색은 안했어도 속상했을 터였다.



그런데, 불과 시골로 내려가기 1달 전 친구들이 집으로 찾아오는 변화가 생겼다.

지난 번, 코로나 검사 받으러 같이 갔던 그 딱 한 번이 가져다 준 변화였다.

어제, 친구들 앞에서 만들어 둔 로봇 시연을 하겠다며 야심차게 가지고 나갔다가 작동이 안되어 왔다갔다 하더니 결국 시연을 못했던 아이.

아이 셋이 모여봐야, 별로 놀 거리가 마땅치않은 서울 한복판에서 도대체 뭘로 놀겠다는 건지 의아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고맙다. 놀 거리를 꽁꽁 막아두고 맨 땅에서 놀라고 하는 어른들이 미안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고맙다. 

어제 헤어지며 오늘도 오겠다며 약속을 했던 친구들.

아침부터 안절부절 초인종만 기다리던 큰 아이는 점심시간이 지나서야 울린 초인종소리에 바람처럼 달려나간다. 말은 안했지만 친구들의 부름이 고팠을 아이.

스트레스를 같이 풀 친구가 없어 엄마와의 갈등 상황에 늘 외로웠을 아이.

그랬기에 쌓인 스트레스를 해소할 곳도 없어 오롯이 마음 속에만 쌓고 쌓았을 아이.

간밤에 잠꼬대처럼 "엄마 싫어!!"를 외치며 발버둥을 치던 아이.


도대체 나와 저 큰 아이의 갈등은 어찌 풀어야 할지 고민이었는데, 어쩌면 친구들이 그 해답이 되어줄 수도 있겠다 싶은 희망이 보인다. 

친구들과 건강한 교류를 통해 엄마의 잔소리로 쌓인 스트레스를 건강하게 해소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학업의 스트레스를 본인 혼자 다 짊어진 것마냥 괴로워하면서 숙제 다했냐 물어보면 늘 잔소리한다며 화를 내고, 늘 내가 시키는 수동적인 공부만 하던 큰 아이에게 친구들이 건강한 자극을 줄 수도 있지 않을까.

놀러 나간 큰 아이가 오랫동안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길 바라며, 희망 담긴 글을 한 자 적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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