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청소년이라면 4.3 사건은 꼭 배워야 해!
해마다 4월 3일 즈음이 되면 신문기사에는 이번 기념식에 대통령의 참석 여부를 두고 갑론을박하곤 합니다.
3.1절 기념식은 이견 없이 참석인데, 여전히 참석 여부가 논쟁거리라는 건 역사적 평가가 정리되지 못했다는 반증이겠죠.
5.18을 광주사태라고 부르며 대통령 후보가 되겠다고 외치는 사람도 있으니까요.
그래도 5.18은 언급이라도 되니 다행일까요?(그게 좋은 건지 의문이긴 합니다만)
4.3 사건은 육지 사람들에게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일입니다. 그나마 기념식 즈음 갑론을박하면서 관심을 갖다가도 지나면 곧바로 식어버리곤 했죠.
저 역시 이 사건에 대해서는 국가에 의한 제주도민 대량 학살 사건이라는 단편적인 사실 외에 잘 알지 못했습니다. 우리나라 역사 교과서에서는 다루지 않는 내용이고요. 시중 역사책으로도 접할 기회가 많지도 않습니다. 그나마 기념식 즈음 기사를 통해 짤막하게 알고 있는 정도입니다.
이 책을 읽은 큰아이에게 교과서로 배운 적 있냐고 물어보니 사회 선생님이 제주도 사람이었어서 교과서에 없는 내용이지만 이야기로 들려주셨다고 합니다. (이 말은 역사 선생님이 제주도 사람이 아니면 들을 일도 없다는 이야기이기도 하죠. 참 슬픈 현실입니다.)
이 책에서는 제주도 4.3 사건을 짚기 전에 고려 말 몽골 점령기 시기부터의 제주도의 역사에 대해 간단히 훑어냅니다. 우리나라이기 전에 섬이기 때문에 가지는 특수성을 이해해야 4.3 사건도 이해할 수 있으니까요.
여몽항쟁기와 몽골 점령기 시기의 말을 키우는 목장으로, 그 이후엔 우리나라 유일 감귤 생산지로서 진상품 수탈로 인한 제주도민의 수난의 역사에서 일제강점기 말기엔 결사항전지 병참기지로서의 제주도에 대해 알려줍니다.
그리고, 해방.
하지만 해방 후에도 자국으로 돌아가지 않는 일본인, 여전히 활개치다가 미군정 이후 복귀하는 친일파 무리들이 제주도로 입도하는 과정을 보노라면 지금의 현실이 비쳐 보이는 듯합니다.
뭐랄까요. 내란을 일으키고, 그 무리에 동조했으면서도 시치미 뚝 떼고 대선후보로 나서려는 누구님과 그 일당들 모습 말이죠. 그 분께서 대통령이 되면 12.3 내란도 혁명으로 포장되고 국민들은 다시 그 기나긴 민주화를 위한 터널 속으로 다시 들어갈 수 밖에 없을 것 같기도 합니다.
미래의 모습이 보이는 건 저 뿐만일까요?
(전 왜 미래가 보이는 건가요...무당도 아닌데 말이죠.)
4.3 사건은 어느날 갑자기 제주도민 모두가 빨갱이로 몰려 학살을 당한 게 아닙니다. 친일 잔재세력으로 채워진, 기마경찰의 행진, 뛰쳐나온 아이의 사고, 오해와 그로 인해 시작된 불운의 기운들은 결국 사람이 사람을 못 믿고, 국민이 나라를 못 믿게 된 상황과 상황이 겹쳐 만들어진 결과죠. 그리고 권력을 위해 국민의 이익은 헌신짝처럼 내치는 나랏님들의 작품이기도 하구요.
과정을 읽고 나니 작금의 상황이 왜이리 비슷할까요. 결국 타산지석 반면교사의 교훈을 소홀히 한 결과 우리는 아직도 일제강점기와 세계대전의 후유증을 안고 살아가고 있으며, 역사 교육을 소홀히 한 결과, 우리 아이들 역시 반복되는 험난한 세상에서 살아가야 할 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래서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이 나오는 거겠죠.
이어지는 4.19, 5.18, 6.10 그리고 에필로그에 언급된 12.3 내란 사태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일련의 사건들. 모두 어쩌면 우리가 현대사를 지나며 단호히 쳐내야 할 일제 '모리배'들을 제 때 쳐내지 못한 대가가 아니었을까요.
이 책을 읽은 큰 아이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라고 말이죠.
한 신문기사에서 보았던 말처럼, 아이들이 무균실에서 자랄 수는 없잖아요. 죽은 지식, 이미 역사적 평가가 끝난 전근대사까지의 역사만을 중요시하고, 역사적 평가가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현대사 교육을 소홀히 한다면 아이들이 민주화 과정을 곱씹어 교훈으로 삼을 기회조차 없어지는 것 아닐까요.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 세상을 위해서는 당연히 논쟁 과정에 있는 역사도 배움의 일부가 되어야 할텐데 말이죠.
하지만 큰 아이가 단호한 한 마디로 대답합니다.
음...그건 미처 생각하지 못했는데...
하아... 우리에게 정녕 진짜 역사교육을 시킬 수 있는 기회는 없는 걸까요?
(후일담) 큰 아이 학교의 역사 쌤은 사건이나 기념비적인 날에 수업이 있을 때면 역사 관련 영상을 자주 보여주신다는데요. 4.3 사건도 그렇고, 4.19도 그랬구요.
5.16 군사 쿠데타가 다가오니 이번엔 박정희 쿠데타 관련 영상도 보여주셨다고 합니다.
박정희와 4.3 사건과 연관성을 알고 있는 사람이 많지 않은데요.
제주도 사람이신 선생님이 아는 사람이 있냐고 물어보셨을 때, 큰 아이만 유일하게 대답해서 선생님이 놀라워 하셨다고 하더라구요.(큰 아이도 꽤나 많은 역사서를 읽었지만 몰랐던 사실을 이 책을 통해서야 알게 되었다고 합니다.)
교과서로 역사를 배웠다면 결코 알 수 없을 어두운 진실. 그 진실을 알고 있는 청소년이 많지 않다는 사실이 암울하기만 합니다.
민주주의 시대를 살아가야 할 아이들이 민주화의 과정인 현대사를 중요하게 배워야 할 이유는 너무도 당연할 것 같은데요. 역사교육. 이제 정말 다시 생각해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