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초록 힐링 에세이 한 편
지구는 아프지 않습니다. 사람이 아플뿐이죠.
지구는 멸망하지 않습니다. 사람이 멸종될 뿐이죠.
얼마전 이정모 관장님 강연을 들었을 때 관장님께서 하신 말씀입니다. 지구가 아픈 게 아니라 지구를 터전으로 살아가는 우리 인간들. 동물들이 아플 뿐이라는 건데요.
생각해보면 그렇습니다.
46억년이라는 긴 시간을 수많은 생물들이 탄생과 멸종을 반복하는 동안 지구는 아팠던 적이 없었어요. 그저 변할 뿐이었죠.
인간이 자연을 파괴하는 후과는 결국 부메랑처럼 인간을 향해 돌아옵니다. 모르는 척하고 있지만 그렇잖아요. 지구가 아픈게 아니라, 결국 나빠진 지국 환경 속을 살아가는 인간이 아픈 거지요. 마치 그걸 지구를 위하는 것처럼 말하고 있지만 인간이 아프니까 지구를 위하는 척하는 건 아닐까요?
중학생인 큰 아이는 어려서부터 동물과 자연을 가까이하며 살아왔습니다.
관심갖는 동물의 종류는 바뀌었지만 늘 관심은 자연으로 향한 채 살아왔던 것 같아요.
이 책의 작가도 마찬가지더군요.
어려서부터 자연을 가까이 하며 살아왔던 작가님의 삶의 궤적은 얼마간의 교사로서의 삶을 살다가 결국 습지보전 운동가로서 살아가는데 큰 영향을 미쳤다고 머릿말에 직접 밝힌 것 처럼 말이죠.
자연을 향해 있는 사람들은 정의롭습니다.
편견이라고 말하는 분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자연에 대한 애정이 깊은 분들 중에서는 탐욕적이거나 이기적이거나 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거라고 믿습니다.
왜냐구요.
시선을 늘 자연으로 두다보면, 자연스레 인간의 한계를 깨닫기도 하구요. 자연의 위대함을 느끼기도 하구요. 먹고 먹히는 생명체들, 새끼를 낳고 기르고 번식하고 죽는 일련의 과정들을 바라보며 사람도 결국은 자연의 일부분이구나. 아무리 으스대고 저 잘났다고 뻐겨봐야 위대한 자연 속의 구성원일 뿐임을 느끼게 되니까 말이죠.
우포늪을 관찰하는 작가의 시선도 그와 다르지 않은 듯합니다. 자연을 지배하는 인간의 모습이 아니라 자연 그대로를 즐길 줄 아는 자연 속의 인간의 입장이 되어 저술한 이 책을 보면 말이죠.
해직교사 출신으로 페놀 사태를 겪고 환경운동가,
나아가 따오기 복원 추진 위원장을 거쳐 우포늪 자연학교를 운영하게 되기까지 꽤나 굴곡진 삶의 과정을 지나온 작가가 우포늪에 안착하면서 덤덤하게 기록한 이 책을 읽다보니 어느새 저 또한 우포늪 속에 들어와있는 것만 같은 착각이 들었습니다.
자연학교를 운영하며 만나게 된 아이들과 독수리먹이를 뿌려주는 이야기를 마치 현장에 있는 것처럼 섬세하게 묘사하고 있었는데요. 풍성한 화보 속 독수리 떼들을 바라보자니 누군가의 죽음이 누군가에게는 생명 유지를 위한 축제의 장이 될 수도 있구나라는 걸 깨닫습니다.
계절을 달리하며 작가의 시선 속에 다가온 따오기들의 모습이나, 동네 어르신들의 꾸밈없는 소탈한 모습의 사진들을 바라보며 마음이 편안해짐을 느끼게 되구요.
우포늪에 자리잡아 살아가는 작가의 시선 끝에 닿은 따오기들의 새끼를 키우고 새끼가 커나가는 모습들을 보자니 자식을 키우는 부모 마음은 사람이나 동물이나 똑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따오기 생태 지역 복원을 위한 논습지 조성 과정을 보면서 작가의 자연에 대한 무한 애정을 느꼈습니다. 먹고 살기 힘든 세상에 그깟 따오기 뭐라고. 하는게 대부분의 사람들 생각이겠죠.
작가는 자연이 건강해야 자연의 구성원인 인간도 건강하다는 걸 몸소 실천하며 보여줍니다. 자연학교를 찾은 아이들과 모내기 행사를 하며 따오기의 먹이가 되는 미꾸라지를 방사하구요.
우포늪 따오기의 첫 야생 번식 성공을 아이처럼 기뻐합니다.
무엇보다 이 책이 좋았던 건 풍성한 화보 속 대부분을 차지하는 초록초록함이었어요.
삭막한 도시 생활. 출퇴근 시간이면 심지어 흡연자들이 가득한 빌딩 1층 흡연코너를 빙 둘러선 나무들.
담배연기에 온통 갈색으로 바싹 말라 죽어버린 주목들을 지나곤 하는데요.
도시 속 맥아리 하나 없는 나무들만 보다가 책 속 여기저기를 가득 채우는 초록초록한 우포늪의 화보들을 보며 황홀해졌습니다.
도시생활에 찌들어 우울해진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합니다. 우울증 상담하는 병원이나 상담센터가 북적거린다는 요즘. 병원이나 상담센터를 찾는 것도 좋지만, 초록초록한 습지와 건강한 생명체들로 가득한 우포늪으로 가보면 어떨까 싶어요.
제 아이가 예전에 그러했듯,
자연으로 치유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길 희망하며 모처럼 편안했던 에세이 리뷰를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