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 선물로 미니어처를 사달라던 둘째 아이.
그렇게 선물로 받고는 초반 하루이틀은 열의를 가지고 만들었는데요.
하필이면 잘 안나오던 목공풀 탓에 계속 테이프로만 고정 고정을 해버렸더니 쓰러지고 또 쓰러지던 벽체.
원래 포기 잘 안하던 작은 아이도 자꾸만 쓰러지는 벽체에 좌절해버리고 맙니다.
그렇게 처음으로 도전했던 미니어처 초밥집은 버려지는 줄 알았죠.
그렇게 버려진 지 세 달 여.
티비는 없고, 형은 숙제하느라 바쁘고,
하필이면 거실공부 실천중인 저희집이라
둘째 아이가 공을 던지며 놀고 싶어도
시끄러워서 못 하겠다는 형님 성화에
공놀이도 못 하고 뭘 해도 안된다 하니
금세 시큰둥해집니다.(거실 공부의 폐해(?)라면 폐해 랄까요...)
그렇게 사부작사부작 뭔가를 계속 끄집어내면서 눈치를 보더니 어디선가 콕 박혀있던 미니어처를 꺼내 책을 읽고 있던 에미가 있는 식탁 위로 가지고 오네요.
흥미로운 눈초리로 바라보던 에미가 호응해주니 신이 난 작은 아이.
그렇게 버려질 뻔한 초밥집만들기가 다시 시작되었는데요.
퇴근길 아빠에게 부탁해 받은 목공풀.
그야말로 마법의 풀이었던 걸까요.
그때와 달라진 건 목공풀 하나 뿐인데 그렇게 떨어져나가며 사람 애를 태우던 나무조각 천 조각, 종이조각들이 척척 들러붙으며 제법 모양을 갖춰나갑니다.
장장 일주일 가량을 끙끙대다가 드디어 완성된 초밥집입니다. 짠!
겉으로 보기엔 쉬워보이지만 저 초밥 하나하나 만드는 것조차 꽤 번거롭고 섬세한 작업의 연속이다보니 중간에 그만둘 법도 했는데요.
참으로 신통방통하게도 어려운 작업조차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악착같이 해내더라구요.
자세히 들여다보면 조금은 어설픈 모양도 있지만요.
매일 세 시간도 넘는 시간을 꼼짝않고 앉아서 만들어낸 작품.
매일 밤 열 두 시가 넘도록 끙끙대다가 잠들다보니 다음날 비몽사몽 아침도 못 먹고 가기 일쑤였던 일주일.
커터칼을 사용해야 하는 작업과 전선 연결 작업 말고는 그야말로 자르고 붙이고 순수하게 초2 아이의 힘으로 완성한 작품에 스스로도 뿌듯해하는 작은 아이를 바라보는 에미의 눈도 저절로 하트눈이 됩니다. 허허헛...
학교에서 방과후로 아주 간단한 미니어처 작품들을 곧잘 만들곤 하는데요. 작품 하나하나 만들 때마다 어찌나 소중하게 들고 오던지요.
아이가 스스로 관리하는 책장 한켠에 그동안 자신이 만든 작품들을 하나하나 전시하고 있는데요.
그 작품들 한 칸에 또 하나의 멋진 작품
제법 근사한 초밥집이 차지하게 되었네요.
자르고 붙이고 뭉치면서 만들어내는 손맛은 결국 또 다른 미니어처로 이어지는 중독의 세계.
이번에는 중국 찻집 만들기에 도전중인 작은 아이의 열정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