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휴가랄 게 따로 없는 저희 가정에서는 밤마다 가까운 한강으로 나갑니다. (여기서 남편님은 언젠가부터 빠져서 저와 아이들 둘만 나가고는 있지요.)
엔돌핀이라는 녀석이 땀을 푹푹 흘리며 무언가를 열심히 했을 때 나온다는 사실을 아는 저희 아이들은 더운 걸 알면서도 밤이 되면 스멀스멀 밖으로 나온답니다. 땀을 흠뻑 흘리고 나면 신기하게도 기분이 꽤 좋아지거든요. 미웠던 동생과도 딱지치기를 하고 싶을 만큼, 하루종일 킁킁대는 비염환자지만 콧노래가 나올 만큼 말이죠. 하하.
폭염으로 달궈진 낮의 열기가 채 식지 않아 여전히 푹푹 찌는 밤*에는 대개 따릉이 바구니에 간식과 물을 잔뜩 싣고 라이딩을 하구요.
* 저희 가족에게 활동 가능한 밤은 보통 9시~11시를 가리킵니다. 진짜 한밤중...은 아니구요..하하.
아주 쬐끔 선선해졌거나, 가끔 그냥. 달리고 싶을 때에는 자신의 선택에 따라 달리기를 하기도 합니다.
보통은 큰 아이가 달리고 저와 땀이 무지 많은 작은 아이는 아직은 한 세트라 라이딩을 택하긴 합니다.
그런데 형만 뛰고 자신은 뛰지 못한 게 아쉬웠던 작은 아이가 이번에는 자기도 뛰고 싶다고 하네요.
모처럼 30도 아래로 내려가는 선선(?)한 밤이라 그러자 했지요.
원래는 저도 같이 뛰려고 했는데 물병 세 개에 음료수까지 들고 뛰려니 난감하더라구요.
결국 아이들 둘만 뛰고 저는 천천히 자전거로 옆에서 따라갔는데요.
인솔자가 지치면 아이들을 못 챙기는데, 아이들은 달리면서 에너지를 소진할 수 있어서 좋구요. 엄마는 힘을 빼지 않고도 아이들과 함께 하면서 아이들 페이스에 맞추어 물도 공급해줄 수 있어 결론적으로는 아주 탁월한 선택이 되었답니다.
가까운 우리만의 아지트까지 달렸다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고 나니 대략 3km.
러닝을 학교 스포츠클럽을 통해 배운 큰 아이에겐 식은 죽먹기지만, 오늘 처음으로 3km라는 장거리를 달린 작은 아이에게는 자기의 한계를 한 단계 끌어올린 시간이 되었답니다.
쉼터에서 물을 마시며 쉬었다가 반환점을 돌아 출발점까지 오는 내내, 짜증 한 번 내지 않고 힘들면 걷다 뛰는 한이 있더라도 웃으며 즐겁게 달리는 작은 아이를 앞에 두고, 조금 뒤에서, 자전거로 조심스럽게 따라갔는데요.
작은 아이는 인도로, 저는 자전거길로 가다보니 아이 지근거리에서 챙겨줄 사람은 오로지 자기 자신뿐인 시간.체력의 한계 속에서 걷겠다는 결정도 뛰겠다는 결정도 오롯이 스스로의 몫입니다.
출발점에 돌아와서도 두 아이들의 에너지가 여전히 남아있었던지라 바로 집으로 가지 않고 한참동안 운동기구로 몸을 풀어주었습니다.
집으로 돌아와서 씻고 나면 꿀잠 드는 시간.
잠 못이루는 여름밤이지만, 이렇게 운동을 통해 못다 쓴 에너지를 소진해주고 나면 뒤척일 틈도 없이 바로 잠이 드는 아이들.
뜨거운 여름.
잠 못 이루는 더운 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잠이 보약이라는 선조들의 말씀대로
아이들의 보약같은 잠을 위해
뜨거운 열기가 조금이라도 식는 밤이면
되도록 밖으로 나오려고 노력하는 엄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