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2의 수학 놀이 이야기
작은 아이는 EBS 문명과 수학 이라는 프로그램을 꽤 좋아합니다. 미적분이나 21세기 7대 수학 난제 중 하나인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 등의 어려운 주제가 나오는 후반부는 보지 않지만, 수의 역사를 다루는 전반부는 아주 재미있게 보곤 합니다.
아이는 특히 고대 이집트, 바빌로니아 고대 숫자부터 수의 발견, 0의 발견과 전파 과정 등에 대해 흥미를 기지고 보곤 합니다.
보다보면 하노이의 탑이라 불리우는 아주 신비로운 조형물에 대한 수학 이야기가 나옵니다.
하노이의 한 유적지에는 기둥이 두 개가 있고 한 기둥에는 고리 64개가 걸려있는 연못이 있는데요. 이 64개의 고리가 다른 기둥 쪽으로 완전히 이동하는 날 세상이 멸망할 거라는 살벌한(?) 전설이 있는 연못이죠.
하지만 세상이 멸망할 일이 없다는 게 결론.
규칙에 따라 1초당 1개의 고리를 옮긴다 하더라도 5천 억년(?) 이상이 걸리기 때문이죠.
처음엔 무서워하던 작은 아이가 빠르게 돌아가는 화면 끝에 나타난 숫자에 환한 미소를 지으며 안심했는데요.
호기심이 발동한 작은 아이가 저에게 하노이의 탑을 직접 만들어보고 싶다고 하더라구요.
급히 인터넷으로 주문해주었더니 도착한 날 친구들과의 약속도 잊고 몰입하더군요.
처음에는 규칙이라는 걸 생각 못 하고 한꺼번에 옮긴 후 "어? 엄청 쉬워요!" 했는데요.
"그...그럴리가 없는데."
당연히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한 에미는 열심히 인터넷을 뒤져 규칙을 찾아냅니다.
규칙 1. 크기가 큰 링을 작은 링 위로 올릴 수 없다.
규칙 2. 한 번에 한 개의 링만 옮겨야 한다.
규칙 3. 링을 옮길 때는 하나의 기둥만 사용하여야 한다.
이 세 가지의 규칙으로 하노이탑을 쌓으려니 골치가 아파지기 시작합니다. 단순할 거라고 생각했던 아이.
해 본 사람만이 이 링을 다른 링으로 옮기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를 알게 되는 신비한 놀이.
아기들의 장난감이라고 생각했는데 아기들의 장난감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심오한 교구 느낌이네요.
그렇게 한참을 씨름하고도 결국 축구 차량 탑승 시간 직전까지 링 하나가 남아있으니 답답할 노릇인데요.
축구 다녀오고 난 직후부터 화장실까지 가지고 들어가는 집념 끝에 마침내 하노이탑 링 8개를 옮기고야 말았네요.
최소 이동수가 (2의 8제곱-1)개, 255개인데요.
처음이라서 그런지 400번은 거뜬히 넘긴 것 같긴 합니다.(체감일 수도 있지만요. 계속 옮기다보면 원점인 적도 많다보니 얼추 맞을 듯합니다.)
그렇게 오랜 시간의 집념 끝에 하노이탑을 직접 옮겨보고는 하노이탑에 담긴 수학적 재미를 깨닫게 된 작은 아이.
다음날 친구들에게 자랑해보겠다며 놀이터에 갖고 나갔지만, 친구들은 관심이 없다보니 바로 집으로 퇴출되긴 했네요.
그래도 그저 신난 작은 아이.
덕분에 에미도 하노이탑을 직접 쌓아보며 재미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답니다.
수포자인 에미가 수학의 묘미에 푹 빠지고 있는 요즘, 재귀함수라고 어렵게 말하기도 한다는 하노이탑 놀이 이야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