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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아들만 둘

25km 자전거 라이딩

최초의 왕복 라이딩을 기념하며...

by Hello Earth

짙어가는 가을.


모처럼 따스해진 날씨에 안 나갈 수 없죠.

시험기간이 시작되었지만, 주말은 늘 예외인 큰 아이.

언제 철드려나 싶지만 주말에 학교 공부는 안해도 세상 공부를 하면 되겠지 싶은 마음으로 기대를 조용히 내려놓는 저희 부부입니다.


주말엔 늘 어딘가로 향하지만, 어제는 친척이 놀러와서 집에서 놀다보니 오늘이 진정한 주말의 시작이자 마지막.

아침부터 복작거리며 간식거리를 싸고 보니 오늘도 역시나 정오가 지나서야 출발입니다.


따릉이를 빌리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데요.

오래 달릴 예정이다보니 기어도 체크하고 체인도 체크하는데 시간이 걸리는 건데요.


새 자전거인데도 공용자전거다보니 따릉이가 고장난 것도 있고, 체인이 달달거리는 것도 있구요. 기어가 뻑뻑해서 잘 안돌아가는 것도 있습니다. 그러니 각자 마음에 드는 자전거를 찾는데만도 이십 여분이 훌쩍 지나가는 거죠.


100% 만족은 못하지만 그래도 적당히 괜찮은 자전거를 골랐습니다. 작은 아이의 새싹 따릉이는 처음에 딱 한 번 새 자전거로 타보고는 그뒤로 구경도 못하고 있네요. 아쉽지만 이제는 그러려니 하고 있는 자전거 중에 그나마 나은 걸로 고르는 데 만족하는 중입니다. 핸들이 매끈하지 않고 오돌토돌한 거면 합격선이지요. 허허.


이렇게 각자의 자전거를 고르고 나면 만날 지점을 정하고 큰 아이부터 출발입니다.

워낙 빠르다보니 큰아이는 혼자 저 멀리 가버리고, 남편과 제가 작은 아이를 가운데 두고 달리곤 하는데요.

요즘엔 작은 아이마저 빨라져버려서 저 혼자만 낙오되는 일도 많아졌습니다.

게다가 지난 번 청계산 산행과 아차산 산행 이후론 다리가 더 후덜덜거려서인지 힘이 안들어가다보니 더 뒤쳐지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래도 자전거길에 쌩쌩 달리는 자전거들 때문에 젖 먹던 힘까지 쪽쪽 짜내서 어떻게든 따라잡으려고 애쓰곤 하죠.

오늘의 목적지는 올림픽공원.

큰 아이와 작은 아이는 늘 가고싶은 목적지가 달라 결국은 저희 부부 임의대로 고르곤 하는데요.

오늘은 모처럼 올림픽공원의 단풍을 보면서 캐치볼도 하고 싶었던 거죠.


그렇게 간식과 운동 도구들을 잔뜩 챙겨서 출발합니다.

예전 같으면 중간중간 짧게 쉬었을테지만 작은 아이의 체력이 좋아지니 다리와 다리 사이 정도는 이제 가뿐하게 쉬지 않고 이동이 가능해졌습니다.

에미인 저만 갈수록 저질 체력이 되어갈 뿐.


그렇게 6개의 다리를 지나 성내천 산책로를 거쳐 올림픽공원을 한 바퀴 크게 돌아 평화의문으로 입성합니다.


하지만 잔디밭들은 다 진입금지고 평화의 문 광장은 공사중이라 놀 곳이 없네요.

고민을 하면서 자전거로 헤매다가 한 정자에서 간단히 싸온 간식을 먹으며 배를 채웁니다. 물론 에미의 배낭을 비우는 의미도 있고 말이죠. 허허.


그렇게 간식을 먹으며 어디로 갈지 잠시 고민하는 시간.

캐치볼을 할 곳은 많지 않은데 이를 어쩌나...

하지만 고민의 시간은 길지 않습니다.

다시 자전거를 바꿔 타고 한강으로 가는 길.

집 방향이 아닌 더 멀어지는 길로 가기에 도대체 얼마나 멀리 가려나 걱정했는데 한참이 지나 인적이 드문 캐치볼 하기 딱 좋은 장소 발견!

장소는 우리만의 아지트로 삼기로 합니다. 허허허..

그렇게 차가워지는 바람을 뚫고 40여 분의 캐치볼을 즐긴 후 다시 출발합니다.

가까운 지하철 역에서 지하철로 집까지 가려고 했는데 지하철로 가는 것보다 자전거로 가는 게 훨씬 빠른 걸로 나오다보니 남편이 갑자기 계획을 틀어버리네요.


그렇게 처음으로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오는 길.

이미 해는 어둑어둑 지기 시작하고, 찬 바람은 쌩쌩 불기 시작합니다. 허벅지는 뭉쳐서 아픈데 남편과 아이들이 저 멀리 가버리니 조바심이 나서 있는 힘껏 페달을 밟아야 했답니다.

그래도 한강으로 겨울 나러 오는 철새 무리를 발견할 때면 우와 우와 감탄사를 내며 넋을 잃고 바라봅니다.

바람을 헤치고 달리는 라이더보다 더 빨리 바람을 가르며 달려야 할 길잡이새의 위대함을 몸소 느끼면서 말이죠.

함께 머리 위로 날아가는 새들을 바라보다보면 암묵적으로 앞자리를 바꾸어가며 날아가는 길잡이 새들의 모습도 볼 수 있는데요. 그렇게 묵묵히 남들보다 더 힘든 자리를 감내하면서 약한 새들을 보호하며 날아가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리더의 위대함과 무게감, 경의로움마저 들더라구요. 자연의 위대함이란...


자전거를 반납하고 나니 어느새 어둠이 짙게 깔린 저녁.

출발한 지 어느새 5시간을 훌쩍 넘겼습니다.

자전거 반납 시간이 가까워져 쉬는 시간도 포기하고 온 힘을 다해 달리다가 반납시간 8분을 남기고 반납을 하고 보니 긴장이 풀려 몸은 천근만근. 솜 먹은 이불마냥 묵직해져버립니다.


오늘 총 달린 거리는 자그마치 28km.


지난 번 마포 난지도 하늘공원 방향 라이딩보다도 더 강행군이었던 거죠. 그렇게 쉬는 시간과 캐치볼 시간을 제하고 4시간 여를 없이 달리다보니 집에 오자마자 몸이 노곤노곤해졌는데요.


씻고 잘 줄 알았던 어린이들은 아직도 쌩쌩한지 큐브 돌리기에 여념이 없네요. 휴...

내일 회사에 가야하는데...에효.

주말마다 좋은 날씨를 핑계삼아 강행군하는 요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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