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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아들만 둘

큐브 돌리기 좋은 날

중딩이와 초딩이의 취미생활

by Hello Earth

즤이집에 때아닌 큐브 열풍이 불었습니다.

시작은 역시나 작은 아이인데요.

심심할 때면 이것저것 놀거리를 찾아 다니는 아이이기는 하지만 큐브는 1학년 1분기 때 잠시 방과후로 배우다가 바로 그만둔 채 1년 반 이상을 방치한 거였죠.

물론 큰 아이는 그보다 오래인 2년동안 방과후로 배우긴 했지만 놓은 지 어언 6년 차.


그러니 작은 아이가 큐브에 다시 관심을 가질 리는 없다고 생각했는데 독감 유행에 친구들과 놀지도 못하다보니 너무 심심했던 걸까요.

지난주 거실 책장 구조를 바꿔놓으면서 우연히 눈에 띈 큐브 책을 뒤적거리며 다시 큐브와의 인연을 이어가게 되었습니다.


물론, 시작은 미미하죠.

작은 아이가 갖고 있던 몇 안되는 큐브 중에서 그나마 돌려본 적은 있는 기본 3×3 큐브부터 시작입니다.

책을 보던 형님이 슬그머니 다가와서

"나도 좀 해봐도 돼?"


이쯤 되면 판이 좀 커집니다.

형제 간에 경쟁이 붙기 시작한 거죠.

왕년에 큐브 좀 돌려본 형님.

온갖 레고블럭이며 로봇 설명서 좀 많이 접해 본 동생님.

동생은 설명서 하나하나를 찬찬히 뜯어보며 큐브를 돌리고

형님은 대충 책 한 번 보고 요래조래 기억을 되살리며 큐브를 돌립니다.

구석에 박혀 있던 큐브 책 한 권에 요리 보고 저리 뒤적거리다보니 각기 보고 싶은 페이지가 달라 투닥거리기도 합니다만, 그래도 혼나면 아예 못 돌릴까 걱정됐는지 큰 싸움으로 번지지 않고 나름 규칙을 만들어가며 보는 아이들입니다.


다행히 목 마른 자 우물 열심히 파듯 버려진 줄 알았던 큰 아이의 큐브책도 유물처럼 발견되어서 사이좋게 한 권씩 펼쳐서 돌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3×3 큐브 공식도 암기하고 클리어 시간이 짧아지면서 슬슬 다른 큐브에도 관심을 갖는 아이들인데요. 용돈을 사용해서라도 사고 싶다는 아이들을 위해 큐브 가격을 검색하니 히엑~

큐브 가격이 큰 아이 어릴 때와는 완전히 차원이 다르더군요.


할 수 없이 당근을 뒤적거려서 아이들에게 큐브를 공급해준 엄마. 당연히 아이들 용돈을 사이좋게 반반 나눠서 사준 거지요. 허허.

큐브를 돌리다보니 친구들과의 놀이시간도 잊고, 숙제도 잊고 해야 할 일도 잊고, 씻는 것도 잊어버리는 아이들.


그래도 할 일은 다 하고 돌리자며 타이릅니다.


산행할 때도 갖고 다니는 보물이 된 큐브에 중딩이도 초딩이도 그저 행복한 듯 하네요.


게임 속 세상보다 더 한 중독의 맛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아직은 시간을 두고 지켜보려고 하는 에미랍니다.(속으로는 부글부글 끓긴 합니다..아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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