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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lo Earth
Mar 19. 2022
작은 아이가 변했다.
새해가 되고 6살이 된 그 날부터 작은 아이가 변해버렸다.
큰 아들 때도 미처 겪지 못했던 시련의 시간이 왔다.
이제야 비로소 그 말로만 듣던 아들 엄마가 된 기분이다.
어제 설을 맞아 시댁에 갔다.
다리를 다치셔서 목발을 짚게 된 어머님을 대신해서 변변치 않으나마 밥상을 차려야 했다.
아이들을 재촉해서 출발까지는 했는데, 마트에서 장을 보자니 설 전날의 돗대기시장 같은 북적거림 속에서 아들 둘은 투닥거리며 싸우고 있었다. 한 놈은 12살, 한 놈은 6살. 두살 차이도 아니고 무려 6살이나 차이나는 놈들이 마치 동물의 왕국의 한장면까지는 아닐지언정 그 비슷하게 투닥거리고 있었다. 하악... 차라리 보지를 말자며 멀찌감치 장을 보는 것에 집중하려 했지만 찬거리가 똑 떨어졌다는 어머님 말씀에 이것저것 사가려던 계획은 어그러지고 대충 몇 가지만 집어 오는 걸로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낙낙히 찬거리를 안겨드리려고 했는데 오늘도 며느리 노릇은 실패다.
이 두 아들램들은 차에 내려서 조금 얌전해지는 듯, 문을 열어주시는 할아버지에게 공손히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며 제법 의젓하게 인사하고 들어간다. (정확히는 작은 아이만 인사를 했지만...) 그러나 그 뿐이었다. 할머니가 "왔어?"라고 한 마디 하시기가 무섭게 두 아들램은 소파 위에서 몸싸움을 하는 건지, 노는 건지 모를 행동이 시작되었다. 아들 둘을 키우던 나도, 남편도, 어머님 아버님도 눈이 휘둥그레해졌다. 이것이 정녕 나의 아들, 나의 손주들이란 말인가.
한 달 전 얌전하게 앉아 "할머니, 레고 다 만들었어요."라고 다 만든 레고블럭을 내밀며 수줍게 웃던 그 아이는 어디로 간 것인가.
작은 아이는 형아를 툭툭 치는 것도 아니고 아예 대놓고 때리고 있고, 큰 아이는 작은 아이가 때리니 자기도 맞서서 한 대도 지지 않겠다는 듯 서로 때리고 있었다. 동물 다큐를 자주 보는 우리집이기는 하다만 이거슨 또 무슨 동물의 왕국이냐고...
쫓기듯 밥을 하고 다 먹이고 나서는 간만에 아들과의 회포를 푸시라며 아들 둘을 데리고 뒷산으로 올라왔다. 아무래도 아들들을 너무 집에서만 키웠나보다. 그래 암만, 밖으로 나가야지. 후우...
'마음껏 네 힘을 무한 발산하거라.' 라며 뒷산으로 올라가 나뭇가지로 나무도 두들겨보고, 얼음 위로도 조심스레 올라가보고, 숲놀이터에서 마음껏 놀도록 놔두었더니 만나기만 하면 투닥거리기에 떼어놓고 떼어놓고....유치하기 짝이 없는데 6살 터울의 아들들은 그러고도 아무렇지도 않은가보다. 휴우....
한 시간여 놀리고 들어와보니 평화롭던 집안이 다시 들썩거린다.
작은 아이는 형아를 마음껏 때리려다 제지받고는 몸부림치다 쿵쿵 소파에 머리를 부딪고, 형아는 그 사이를 비집고 때리고 도망가기 신공을 펼쳐낸다. 실로 약올리기의 귀재들이 아닐 수 없다.
나는 그동안 아이들을 키운 것인가, 약올리기 선수들을 키운 것인가....
업그레이드라 함은, 이전보다 기술력이 한 단계 높아지는 게 원칙이 아니던가.
이렇게 너덧단계를 훌쩍 뛰어넘으면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적 여유라도 주던가, 이놈들아!!!
나의 시련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신이시여, 저에게 시련에 맞설 용기를 주시옵소서.
다른 것은 필요 없나이다. 그저 참을성과, 인내심과, 버럭 소리질러도 쉬지 않는 목소리를 주시옵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