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ello Earth Mar 19. 2022

아들 둘을 키우고 있습니다.

작은 아이가 변했다.

새해가 되고 6살이 된 그 날부터 작은 아이가 변해버렸다.

큰 아들 때도 미처 겪지 못했던 시련의 시간이 왔다.

이제야 비로소 그 말로만 듣던 아들 엄마가 된 기분이다.


어제 설을 맞아 시댁에 갔다.

다리를 다치셔서 목발을 짚게 된 어머님을 대신해서 변변치 않으나마 밥상을 차려야 했다.

아이들을 재촉해서 출발까지는 했는데, 마트에서 장을 보자니 설 전날의 돗대기시장 같은 북적거림 속에서 아들 둘은 투닥거리며 싸우고 있었다. 한 놈은 12살, 한 놈은 6살. 두살 차이도 아니고 무려 6살이나 차이나는 놈들이 마치 동물의 왕국의 한장면까지는 아닐지언정 그 비슷하게 투닥거리고 있었다. 하악... 차라리 보지를 말자며 멀찌감치 장을 보는 것에 집중하려 했지만 찬거리가 똑 떨어졌다는 어머님 말씀에 이것저것 사가려던 계획은 어그러지고 대충 몇 가지만 집어 오는 걸로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낙낙히 찬거리를 안겨드리려고 했는데 오늘도 며느리 노릇은 실패다.


이 두 아들램들은 차에 내려서 조금 얌전해지는 듯, 문을 열어주시는 할아버지에게 공손히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며 제법 의젓하게 인사하고 들어간다. (정확히는 작은 아이만 인사를 했지만...) 그러나 그 뿐이었다. 할머니가 "왔어?"라고 한 마디 하시기가 무섭게 두 아들램은 소파 위에서 몸싸움을 하는 건지, 노는 건지 모를 행동이 시작되었다. 아들 둘을 키우던 나도, 남편도, 어머님 아버님도 눈이 휘둥그레해졌다. 이것이 정녕 나의 아들, 나의 손주들이란 말인가.

한 달 전 얌전하게 앉아 "할머니, 레고 다 만들었어요."라고 다 만든 레고블럭을 내밀며 수줍게 웃던 그 아이는 어디로 간 것인가.


작은 아이는 형아를 툭툭 치는 것도 아니고 아예 대놓고 때리고 있고, 큰 아이는 작은 아이가 때리니 자기도 맞서서 한 대도 지지 않겠다는 듯 서로 때리고 있었다. 동물 다큐를 자주 보는 우리집이기는 하다만 이거슨 또 무슨 동물의 왕국이냐고...


쫓기듯 밥을 하고 다 먹이고 나서는 간만에 아들과의 회포를 푸시라며 아들 둘을 데리고 뒷산으로 올라왔다. 아무래도 아들들을 너무 집에서만 키웠나보다. 그래 암만, 밖으로 나가야지. 후우...

'마음껏 네 힘을 무한 발산하거라.' 라며 뒷산으로 올라가 나뭇가지로 나무도 두들겨보고, 얼음 위로도 조심스레 올라가보고, 숲놀이터에서 마음껏 놀도록 놔두었더니 만나기만 하면 투닥거리기에 떼어놓고 떼어놓고....유치하기 짝이 없는데 6살 터울의 아들들은 그러고도 아무렇지도 않은가보다. 휴우....


한 시간여 놀리고 들어와보니 평화롭던 집안이 다시 들썩거린다.

작은 아이는 형아를 마음껏 때리려다 제지받고는 몸부림치다 쿵쿵 소파에 머리를 부딪고, 형아는 그 사이를 비집고 때리고 도망가기 신공을 펼쳐낸다. 실로 약올리기의 귀재들이 아닐 수 없다.

나는 그동안 아이들을 키운 것인가, 약올리기 선수들을 키운 것인가....

업그레이드라 함은, 이전보다 기술력이 한 단계 높아지는 게 원칙이 아니던가.

이렇게 너덧단계를 훌쩍 뛰어넘으면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적 여유라도 주던가, 이놈들아!!!


나의 시련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신이시여, 저에게 시련에 맞설 용기를 주시옵소서.

다른 것은 필요 없나이다. 그저 참을성과, 인내심과, 버럭 소리질러도 쉬지 않는 목소리를 주시옵소서!!


작가의 이전글 The worst winter vacation ever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