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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llo Earth Mar 26. 2022

초심으로 돌아가기

휴직을 처음 시작했을 때가 떠오른다.

승진을 앞두고 휴직을 할 수가 없어 코로나로 힘든 시기에 방치되었던 큰 아이.

큰 아이 스스로도 암흑기라고 할 정도의 극심한 방황기를 바로잡아주려고 승진 확정과 함께 휴직을 신청했더랬다. 벌써 휴직만 세번째.

입사 후 10년동안 세 번의 휴직을 거치느라 내 이력은 너덜너덜해졌다. 근무할 때 만큼은 천직이라 생각하고 최선을 다한지라 업무성과는 남들에게 밀리지 않았는데 휴직과 함께 승진에서는 늘 멀어지곤 했다.


그래도 이번만큼은 폭력적으로 변해가던 첫째와 직장과 집에서 지킬과 하이드로 변신을 반복하며 파멸중이던 나를 붙잡기 위해서는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일말의 망설임 없이 신청했었다.


중간 중간 위기를 겪기는 했으나 다행히 아이도 나도 안정적으로 바뀔 수 있었고, 1년이 지난 지금 우리에겐 여전히 해결되지 못한 묵은 감정들이 남아있기는 하나 남편의 적극적 협조 하에 평범한 가정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하지만 요즘 살짝쿵 마음 한 구석이 시큰거리는 것 같다.

1년동안 아이도 나도 성장은 했지만 내가 이루어낸 것이 뭐가 있을까. 아쉬운 맘이 크기 때문.

동화작가를 하고 싶었다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이루어진 건 아무것도 없었다. 책을 쓰고 싶었는데 그마저도 쉽지는 않은 일이다.


남들 앞에서 잘 하는 걸 꺼내자니 딱히 잘 하는 게 무엇인지 모르겠다. 40넘은 중년인데도 여전히 해결되지 못한 고민거리다. 휴직기간동안 무언가 하나쯤은 멋들어지게 해내고 싶었는데 지나고 보니 아쉬움 뿐이다.

그런 까닭인지 요즘은 책을 읽어도 눈에 잘 들어오지는 않는다. 슬럼프일까. 눈으로는 보고 있는데 마음으로는 와닿지 않는다. 눈으로만 살짝 스쳐지나간 듯, 마음에 남는 것이 없다.


무엇이 문제일까.

목표가 사라진 휴직의 연장 때문일까.

아이의 시골 유학으로 휴직을 연장할 수밖에 없었기에,

나만의 휴직 목표가 아직 설정되지 못한 이유인 듯하다.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서 올해 하고 싶은 목표를 재정비해야 할 시기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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