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이 되면 크게 아파
솔직히 말하면 채식을 처음 시작한 이유는 다이어트였다. 28살의 막바지 즈음이었다. 평소 언니들이 말했다 “서른이 되면 크게 한번 아프다”. 웃고 넘기던 이야기들인데 언젠가부터 이상한 기시감이 들면서 갑자기 운동과 식이를 조절해야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녀들의 이야기는 소위 앞자리가 바뀌며 신체적으로 겪는 변화와 20대 내내 스트레스를 방치했던 몸이 보내는 신호였을 것이다. 나에게 다이어트는 평생의 숙적이었다. 예민한 성격 탓인지 외모 강박인지 고등학교 때부터 남모르는 섭식장애를 앓고 있었고 20대 초반에는 갑자기 눈이 돌아 키 170cm에 49kg까지 감량을 했었다. 물론 운동을 병행한 결과였지만 처음으로 지나가는 모르는 사람에게 너무 말랐다며 욕을 들었다. 이 일화는 지금 생각해도 그 남자의 멱살을 잡고 싶다. 1년 정도 체중계에 매달린 삶을 살다 당시 ‘그놈의 연애’ 때문에 무너졌다. 그 후로는 53-4kg을 유지하며 조금 살이 찌면 조금 빼고를 반복하는 삶을 살았다.
어설프게 다시 운동을 시작하며 흔히들 말하는 다이어트 식단을 시작했다. 원래 먹는 것을 좋아했기에 자극적인 고칼로리 음식을 못 먹는 고통은 상당했지만 반대로 원래 가리는 음식이 없어서 또 괜찮았다. 그러니까 생양배추와 생당근이 생각보다 너무 입맛에 맞았다는거다. 시골에서 자란 부모님들 덕분에 나물과 생식에 익숙했던 영향도 있는 것 같다. 아이들은 엄마의 식습관을 닮게 되는데 내가 어릴 적 엄마는 본인에게 익숙하지 않은 과자나 군것질을 우리에게 자주 사주지 않았고 식탁 위엔 항상 상추와 배추 나물반찬이 있었다.
그즈음 나는 유튜브의 세상에 푹 빠져있었는데 각양각색의 사람들의 이론을 신이 나서 찾아보며 이런저런 식단을 도전했다. 그중에는 ‘사람의 원시적인 근본으로 돌아가 과일식만 지향’ 하는 사람도 있었고 일명 급찐급빠 위한 ‘걸그룹 식단’도 있었다. 진정 자연식을 하려면 커피도 마시지 않아야 한다는 사람도 있었고 단백질 파우더나 닭가슴살이 없이는 식단을 하면 안 된다는 사람도 있었다. 박사부터 트레이너까지 세상에 너무 많은 생각과 가설, 방법이 존재했고 곧 흥미를 잃었다. 단순히 ‘살을 빼기’를 위한 식사는 너무 소모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