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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lum Jun 27. 2021

토끼가 야채 반찬만 먹게 된 이유 - 하(1)



서른이 되니까 진짜 아파



 나는 메니에르를 앓고 있는 환자다. 내가 채식을 시작하고 반년 정도 후에 발병했으니 3 하고 절반 정도 되었다. 29살의 봄이었고 처음 겪는 고통과 함께 듣지도 보지도 못한 병을 안고 살게 되었다. ‘스트레스를 받지 마세요’ ‘과로를 하지 마세요’ ‘저염식을 하세요한국인은 지키기 어렵고 환자가 아니어도 하면 좋을 것들을 다시 한번 강조받았다. 특히 ‘저염식염분이 높은 음식을 먹으면 귀의 내림프액이 차올라 압력이 가해지면 증세가 악화될  있다는 것이 강조되는 항목이었다. 나는 발병이 되기 전부터도 항상 샐러드가 주가 되는 식사를 했었기 때문에 조금 억울했지만 20대 내내 스트레스와 과로를 방치했음에 곧 숙연해졌다. 가끔 친구들과 함께 자극적인 음식을 먹고 1 만에 어지러워지는 경험을  후에는 알지도 못했지만 발병  최소한의 안전망을 미리 쳐놓은 기분이었다.



 매일 샐러드나 샌드위치 과일을 먹는 삶을 살다가 문득 지겨워져 불을 이용한 요리를 시작했다. 다행히도 나는 요리를 좋아하고 나름 잘하는 편이다. 어릴 때부터 먹는 것을 좋아해서 많이 하다 보니 실력은 좋아졌다. 육류가 들어가지 않고 자극적이지 않은 요리는 어렵진 않지만 종류가 한정적이었다. 점점 요리를 개발하고 다른 채식주의자들의 식탁을 검색해서 새로운 레시피들을 익히기도 했다. 지금은 나름의 틀이 생겼고 익숙한 식사 루틴이 생겼다.




 다행히 비건을 위한 식당들도 점점 늘고 있어 가끔은 외식으로 마음의 사치를 부리기도 한다. 외출을 하지 않아도 집 앞까지 배달이 오기도 한다. 건강하기 쉬운 시대에 살고 있다는 착각이 든다. 채식에서 얻기 어려운 영양소들을 섭취하기 위해 먹는 영양제들도 생겼다. 더 이상은 위경련으로 바닥을 굴러 다니지 않고 메니에르 치료를 위해 병원을 방문하는 간격이 길어졌다. 20대 때보다 더 가볍고 건강한 몸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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