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소리는 잔소리로 응수하자
“너 무슨, 토끼야?”
나는 채식주의를 지향한지 햇수로 4년 차의 간헐적 육식주의자이다. 일주일에 고기를 한두 끼 정도 먹으면 많이 먹는 것이고 계란이나 생선류도 마찬가지이다. 모든 동물성 단백질은 주 1회 많으면 2회 정도 소비를 한다. 내가 아무리 사회성 떨어지는 인간이라지만 사회생활은 해야 하기 때문이다. 내가 채식을 지향하는 4년 동안 가장 많이 듣은 이야기 top 5를 나열하자면 이렇다.
1. 뭐야, 다이어트해?
2. 풀떼기만 먹고 힘이 나?
3. 역시 마른 것들은 이유가 있어(한숨)
4. 그래도 사람이 고기를 먹어야~
5. 너 토끼야?
내가 이 다섯 가지의 반응 중 그나마 기분이 나쁘지 않은 번호에 동그라미를 치자면 5번에 동그라미를 치겠다. 사실 5번이면 하트를 그려줄 수도 있다. 토끼는 나와는 다르게 귀여운 외모와 작은 체구를 가졌고 저 문장에는 이런저런 사족과 함께 담겨오는 찌꺼기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다. 예를 들면 경멸이나 질투 같은 것들 말이다. 나는 친구 집이나 엄마 집에 식사를 하러 갈 때면 내 몫의 샐러드를 근처 편의점에 들려 구매를 하거나 마트에 들려 구매를 해서 간다. 엄마는 이제 내가 집에 간다고 하면 시장에 뛰어가 양배추나 파프리카 같은 채소를 구입해놓는다. 집에 들어서면 나를 향해 당당하게 외친다.
“ 너 온다고 해서 시장 가서 야채 잔뜩 사 왔어!”
엄마도 처음에는 잔소리를 했다. 4번 문장 같은 내용이 주를 이뤘다. “그래도 고기를 먹어야 한다는데..””그래도 조금은 먹어야 하지 않을까?””안 그래도 기운 없는 애가 고기도 안 먹으면 어떡해” 지금 글을 쓰다 보니 알게 됐다. 엄마는 2,3,4번을 아우르는 걱정과 잔소리를 했다. 엄마는 내 엄마니까 그럴 수 있었다. 나는 어릴 때부터 워낙 잔병치레도 많았고 우리 엄마도 어쩔 수 없는 고슴도치니까. 1년 정도 무수히 잔소리를 잔소리로 응수했다. 엄마가 나에게 고기 타령을 시작하면 엄마의 날씬할 수 없는 식습관을 꼬집고 건강하기 위해 해야 하는 것들을 나열했다. 그 결과 이제는 나의 방문을 야채가 가득 담긴 장바구니가 맞이하게 되었다. 승리의 맛은 신선하고 아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