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초의 종자일지라도
무기력한 날들이 계속되었다.
반년 육 개월 여섯 달
많은 단어로 표현할 수 있는 시간만큼
많은 형태의 외로움과 무력함이 날 집어삼켰다.
사막에 떨어져 있는 듯한 무력함이
소리조차 지르지 못하게 하고
깊은 심해 속에 있는 듯한 두려움이
손발을 묶었다
그래도 모든 건 계속된다
좋은 싫든 시간은 흘러가고
간간히 웃고 울고 사랑하고 미워하며
그래도, 살겠지
피우지 못한 꽃이 시들고
내가 쉴 나무 그늘 하나 없어도
살아야지
설령 내가
애초에 틔우지 못하는 씨앗이라
꽃잎 하나 피우지 못하더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