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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lum Jul 21. 2021

불능의 씨앗


잡초의 종자일지라도



 무기력한 날들이 계속되었다.

 반년 육 개월 여섯 달

 많은 단어로 표현할 수 있는 시간만큼

 많은 형태의 외로움과 무력함이 날 집어삼켰다.


 사막에 떨어져 있는 듯한 무력함이

 소리조차 지르지 못하게 하고

 깊은 심해 속에 있는 듯한 두려움이 

 손발을 묶었다


 그래도 모든 건 계속된다

 좋은 싫든 시간은 흘러가고

 간간히 웃고 울고 사랑하고 미워하며

 그래도, 살겠지

 피우지 못한 꽃이 시들고

 내가 쉴 나무 그늘 하나 없어도

 살아야지


 설령 내가

 애초에 틔우지 못하는 씨앗이라

 꽃잎 하나 피우지 못하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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