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레시피
보기보다 든든한 톳 두부무침
집 근처에 커다란 편의점이 마트로 변했다. 주인이 바뀐 건지 가끔 갈 때마다 분위기가 조금씩 변했다. 채소나 과일 등이 늘어나고 제품의 용량들이 커졌다. 품목이야 요즘엔 편의점에서도 과일과 채소도 팔기 때문에 크게 이질감이 없었는데 한동안 그쪽으로 다니지 않다가 지나가게 된 어느 날 드디어 이름도 바뀌었다. ‘ㅇㅇ마트’라고 정식으로 개명을 했길래 호기심에 들어가 보았다. 제법 마트스러운 제품들이 많이 생겼다. 편의용품들이 줄고 식료품의 종류가 엄청 다양해졌다. 손으로 써 붙인 가격표들이 생기기도 했고 수입 간식들도 들어오고 냉동식품 냉장고도 엄청 커졌다. 하지만 전에 있던 편의점의 구조는 남아있어 마치 동네에 하나씩 있는 프랜차이즈 치킨집이었다가 사장님이 개인사업장으로 바꿔 장사를 하는 치킨집 같았다. 어릴 적 향수가 어디선가 일었다.
역시 마트는 크든 작든 구경하는 재미가 있는 건지 괜히 한두 바퀴 돌아보고 그냥 음료수나 하나 사서 나오려는데 갑자기 눈에 띈 그 옆에 해조류들. 미역, 톳, 다시마가 줄을 맞춰 있었고 나는 가만히 바라보고 다시마를 들었다가 다시 내려놓고 톳을 집어왔다. 해조류 요리는 살면서 몇 번 해본 적이 없지만 줄 맞추고 있는 해조류를 보자 어릴 적 엄마가 차려주던 어느 날의 저녁 식탁이 생각났다. 알록달록한 반찬들과 가장 가운데에 자리하고 있는 찌개, 그저 대쳐서 투박하게 썰어 낸 미역과 초장이 식탁에 한자리 차지했던 어느 날들의 저녁식사가 생각났다. 해조류가 올라간 식탁은 주로 여름이었고 미역일 때도, 다시마일 때도 있었다.
엄마가 자주 해주지도 않았는데 왜 그리 기억에 남았는지 집에 와서 이런저런 톳 요리들을 검색해보며 생각했다. 매일 요리를 하는 지금의 내가 생각해보면 엄마의 데친 미역은 실은 매일 하는 반찬 궁리에 지쳐 식탁의 자리 채우기용이었을지도 모른다는 그럴싸한 의심도 들었다. 그랬어도 좋은 선택이었다. 나는 아직도 그 맛을 기억하니까. 상념에 빠져 톳 요리를 고민하다 결정했다.
톳 두부무침에 채소를 듬뿍 넣어서 만들어야겠다. 마침 엄마가 담근 오이소박이가 맛있어서 얻어온 것이 있었다. 두부도 있고 참기름도 있다. 톳 두부무침을 만들어 오이소박이와 먹으면 그때의 저녁 식탁이 더 선명히 기억 날 것 같다.
재료
두부 반모, 염장 톳 200g, 양배추 작은 접시, 오이 약간, 당근 약간, 새싹 샐러드 약간, 국간장 한 스푼, 참기름 한 스푼, 통깨 한 스푼, 다진 마늘 반 스푼
How to make
1. 톳을 깨끗이 씻고 염분기를 제거하기 위해 30-1시간 정도 담가 놓았다가 끓는 물에 살짝 데친다. (1분 내외로 살짝만 데쳐주세요.)
2. 두부도 살짝 데친 후 면포에 싸서 물기를 꼭 짠다
3. 가위로 적당히 잘라준 톳과 2를 믹싱볼에 함께 넣고 국간장, 참기름, 통깨 , 다진 마늘, 잘게 자른 오이를 넣고 조물조물 무쳐준다. 기호에 따라 재료를 가감한다.
4. 채 썬 양배추를 접시에 제일 먼저 깔아주고 3을 위에 올려준다. 채 썬 당근과 새싹 샐러드를 예쁘게 올려 완성
+함께하면 좋은 와사비 간장소스
1. 진간장 두 스푼, 식초, 설탕 각각 한 스푼에 물도 한 스푼 넣고 고추냉이를 취향껏 섞어준다. (설탕 대신 매실액도 좋아요)
나는 더 여름의 느낌을 내기 위해 와사비 간장소스를 묽게 만들어 한 바퀴 둘러주었다. 시판되는 와사비소스를 사용해도 좋다. 와사비를 싫어한다면 빼도 되고 오리엔탈로 대체해도 되지만 개인적으로는 궁합이 좋았다. 일반적인 톳 두부무침은 오이가 들어가지 않는데 나는 더 다채로운 맛을 내보기 위해서 오이와 당근 양배추를 더했다. 채소의 식감이 더 해져서 만족스러웠다. 엄마의 오이소박이와도 역시나 잘 어울렸다. 엄마 집에 가서도 한번 해야 하나 생각이 든다. 이제 엄마보다 내가 할 줄 아는 요리가 더 많아져 가지만 김치는 평생 엄마를 이길 생각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