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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lum Jul 20. 2021

흑심 품은 두부는 착한 맛이야

채식레시피



 보기보다 든든한 톳 두부무침



 집 근처에 커다란 편의점이 마트로 변했다. 주인이 바뀐 건지 가끔 갈 때마다 분위기가 조금씩 변했다. 채소나 과일 등이 늘어나고 제품의 용량들이 커졌다. 품목이야 요즘엔 편의점에서도 과일과 채소도 팔기 때문에 크게 이질감이 없었는데 한동안 그쪽으로 다니지 않다가 지나가게 된 어느 날 드디어 이름도 바뀌었다. ‘ㅇㅇ마트’라고 정식으로 개명을 했길래 호기심에 들어가 보았다. 제법 마트스러운 제품들이 많이 생겼다. 편의용품들이 줄고 식료품의 종류가 엄청 다양해졌다. 손으로 써 붙인 가격표들이 생기기도 했고 수입 간식들도 들어오고 냉동식품 냉장고도 엄청 커졌다. 하지만 전에 있던 편의점의 구조는 남아있어 마치 동네에 하나씩 있는 프랜차이즈 치킨집이었다가 사장님이 개인사업장으로 바꿔 장사를 하는 치킨집 같았다. 어릴 적 향수가 어디선가 일었다.



 역시 마트는 크든 작든 구경하는 재미가 있는 건지 괜히 한두 바퀴 돌아보고 그냥 음료수나 하나 사서 나오려는데 갑자기 눈에 띈 그 옆에 해조류들. 미역, 톳, 다시마가 줄을 맞춰 있었고 나는 가만히 바라보고 다시마를 들었다가 다시 내려놓고 톳을 집어왔다. 해조류 요리는 살면서 몇 번 해본 적이 없지만 줄 맞추고 있는 해조류를 보자 어릴 적 엄마가 차려주던 어느 날의 저녁 식탁이 생각났다. 알록달록한 반찬들과 가장 가운데에 자리하고 있는 찌개, 그저 대쳐서 투박하게 썰어 낸 미역과 초장이 식탁에 한자리 차지했던 어느 날들의 저녁식사가 생각났다. 해조류가 올라간 식탁은 주로 여름이었고 미역일 때도, 다시마일 때도 있었다.



 엄마가 자주 해주지도 않았는데 왜 그리 기억에 남았는지 집에 와서 이런저런 톳 요리들을 검색해보며 생각했다. 매일 요리를 하는 지금의 내가 생각해보면 엄마의 데친 미역은 실은 매일 하는 반찬 궁리에 지쳐 식탁의 자리 채우기용이었을지도 모른다는 그럴싸한 의심도 들었다. 그랬어도 좋은 선택이었다. 나는 아직도 그 맛을 기억하니까. 상념에 빠져 톳 요리를 고민하다 결정했다.



톳 두부무침에 채소를 듬뿍 넣어서 만들어야겠다. 마침 엄마가 담근 오이소박이가 맛있어서 얻어온 것이 있었다. 두부도 있고 참기름도 있다. 톳 두부무침을 만들어 오이소박이와 먹으면 그때의 저녁 식탁이 더 선명히 기억 날 것 같다.







재료

두부 반모, 염장 톳 200g, 양배추 작은 접시, 오이 약간, 당근 약간, 새싹 샐러드 약간, 국간장 한 스푼, 참기름 한 스푼, 통깨 한 스푼, 다진 마늘 반 스푼


How to make


1. 톳을 깨끗이 씻고 염분기를 제거하기 위해 30-1시간 정도 담가 놓았다가 끓는 물에 살짝 데친다. (1분 내외로 살짝만 데쳐주세요.)

2. 두부도 살짝 데친  면포에 싸서 물기를  짠다

3. 가위로 적당히 잘라준 톳과 2를 믹싱볼에 함께 넣고 국간장, 참기름, 통깨 , 다진 마늘, 잘게 자른 오이를 넣고 조물조물 무쳐준다. 기호에 따라 재료를 가감한다.

4. 채 썬 양배추를 접시에 제일 먼저 깔아주고 3을 위에 올려준다. 채 썬 당근과 새싹 샐러드를 예쁘게 올려 완성



+함께하면 좋은 와사비 간장소스


1. 진간장 두 스푼, 식초, 설탕 각각 한 스푼에 물도 한 스푼 넣고 고추냉이를 취향껏 섞어준다. (설탕 대신 매실액도 좋아요)



 나는 더 여름의 느낌을 내기 위해 와사비 간장소스를 묽게 만들어 한 바퀴 둘러주었다. 시판되는 와사비소스를 사용해도 좋다. 와사비를 싫어한다면 빼도 되고 오리엔탈로 대체해도 되지만 개인적으로는 궁합이 좋았다. 일반적인 톳 두부무침은 오이가 들어가지 않는데 나는 더 다채로운 맛을 내보기 위해서 오이와 당근 양배추를 더했다. 채소의 식감이 더 해져서 만족스러웠다. 엄마의 오이소박이와도 역시나 잘 어울렸다. 엄마 집에 가서도 한번 해야 하나 생각이 든다. 이제 엄마보다 내가 할 줄 아는 요리가 더 많아져 가지만 김치는 평생 엄마를 이길 생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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