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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아바타 샌드위치, 치트키는 루꼴라
한국에는 그런 말이 있다. ‘어머니의 수만큼 김치의 종류가 있다’ 나에게는 그 말이 ‘샌드위치를 만드는 사람만큼 샌드위치의 종류가 있다’와 동의어가 되었다. 채식이 다이어트 식단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지만 내가 샐러드와 통밀빵으로 만든 샌드위치를 가장 많이 먹는 이유는 마음대로 커스텀 마이징이 너무 용이해서 인 것 같다. 빵의 종류와 재료의 종류만큼 다양한 샌드위를 만들 수 있고 베지테리언들의 문화가 활성화되고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비건들을 위한 빵도 많이 만들어지고 있어 더 다양하고 맛있는 샌드위치를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일주일에 한번은 꼭 만들어 먹는 편인데 보통 오픈 샌드위치로 익힌 채소들과 함께 먹는다.
자주 먹으니 오히려 더 검색을 자주 해서 다른 집 샌드위치들은 무슨 재료가 들어가는지 자주 훔쳐본다. 그러다 샌드위치의 유래에 대해서 올린 포스팅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도박을 좋아하는 영국의 샌드위치 백작 4세의 이야기였는데 카드게임을 좋아하는 그가 게임을 멈추지 않고 간단하고 배부른 음식을 먹기 위해 그의 하녀가 만들어낸 것이라고 한다. 이 이야기보다 중동이나 네덜란드의 더 오래된 샌드위치 기원들도 있지만 역시 스토리텔링이 중요한가 보다. 샌드위치 백작의 이야기가 가장 재미있어 오래 기억이 났다. 마치 컴퓨터 앞에서 게임을 하느라 시리얼에 우유를 부어 대충 끼니를 때우며 열심히 키보드를 두드렸던 중학생 시절의 우리 엄마 아들이 생각났다.
게임에 목숨 걸었던 중학생이 이제 제법 어른인 척한다. 가끔 용돈을 주는 오빠에게 초성으로 이루어진 답장을 한다. 그리고는 귀여운 이모티콘을 덧붙인다. 우리 남매 사이는 이 정도면 적당한 온도라고 생각한다. 어렸던 나도 요리를 자주 했었고 오빠에게도 밥을 자주 해줬었는데 물론 공짜는 아니었다. 오빠는 주로 부탁을 하는 스타일이고 내가 아무 말 없이 바라보면 천 원을 쓱 내밀며 부탁한다고 다시 말했다. 그럼 조용히 프라이팬을 꺼내 들고는 했었다. 가끔 내가 기분이 좋아야만 공짜로 밥을 얻어먹던 우리 집 샌드위치 백작은 지금은 컴퓨터 앞에서 식사를 하지 않지만 여전히 나의 요리를 맛있게 먹고 여전히 요리는 소질이 없지만 대신 설거지를 배웠다. 이제 제법 어른인 척 한다.
오랜만에 구매한 루꼴라로 샌드위치를 만들면서 오빠에게 샌드위치를 해준 적이 있었나 기억을 뒤적인다. 아, 몇 달 전 엄마 집에서 빈속에 반차 출근하는 오빠에게 샌드위치 비슷한 토스트를 들려 보낸 적이 있다. 그때 천 원 못 받았는데.. 샌드위치 백작에게 외상을 달아놔야겠다.
재료
치아바타 빵 1/2, 오이 약간, 양파 약간, 당근 약간, 브로콜리 약간, 파프리카 약간, 치즈 반개, 양배추 작은 접시, 루꼴라 약간, 카야잼(생략 가능), 바질 페스토
How to make
1. 먹을 만큼 자른 치아바타의 가로로 칼집을 내준다. 재료를 끼워 고정하기 위해 끝까지 자르지 않는다.
2. 빵의 한쪽면에 카야잼과 바질 페스토를 살짝 바른다. ( 카야잼 대신 사과나 무화과처럼 향이 강하지 않은 잼이 있다면 대체 가능합니다)
3. 오이를 빵의 길이와 맞춰 자른 후 가로로 얇게 썰어 준다.
4. 양파와 파프리카도 얇게 채 썰어 주고 양파는 찬물에 담가 매운 기를 제거한다.
5. 당근과 브로콜리는 먹을 만큼 잘라 후추를 톡톡 뿌려 구워준다.
6. 빵 사이에 파프리카, 오이, 양파, 루꼴라, 치즈 순으로 끼워준다.
7. 접시에 채 썬양 배추, 구운 야채와 샌드위치를 함께 올려 완성
나는 비건 빵으로 감자 치아바타를 사용했다. 취향에 따라 치즈나 올리브, 플레인도 좋다. 샐러드와 가니쉬는 취향에 맞춰 종류를 바꿔도 좋다. 나는 남아있던 식용꽃도 사용했다. 다양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 덕에 빵도, 바질 페스토도 치즈도 모두 비건 식품들이 나온다. 엄마 집에서 요리를 할 때도 항상 샐러드를 식탁에 놓고 채소의 비율이 높은 요리를 자주 하다 보니 잔소리하던 엄마도 요즘엔 하루 한 끼는 “너처럼 먹는다”며 자랑을 한다. 딸의 식습관을 책임졌던 엄마는 이제 딸의 식습관을 닮아간다. 우리는 조금 더 건강한 나이를 먹고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