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레시피
간단하게 든든한 가지 두부찜
나에게는 15살부터 친구가 3명이 있다. 사실 더 오래됐는지도 모른다. 인생의 반이상을 알고 지내다 보니 이제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중 2명은 그 둘의 어머니들이 친구여서 훨씬 더 어릴 적부터 친구였는데 거기에 내가 함께 친구가 된 케이스다. 워낙 어릴 때부터 알다 보니 서로의 부모님들까지 알고 지낸다. 특히 친구 B와 E는 어머니들도 친구기 때문에 서로의 부모님들에 대한 향수도 나보다 각별하다. 얼마 전 친구 B가 E의 어머니와 함께 식사를 하자며 자리를 마련했다. 그래서 나까지 4명의 여자들의 저녁식사자리가 생겼다. 서른이 넘은 우리는 이제 어머니와 영양제나 건강검진 같은 이야기들을 한다.
맛있는 식사를 마치고 어머니는 먼저 일어나시며 “너네는 더 놀다가 집으로 와”라고 하시고는 멋있게 결제까지 하고 떠나셨다. B와 계산대 쟁탈전에서 승리를 하신 멋진 뒷모습이었다. 어머니가 사주신 밥을 맛있게 먹고 우리는 밀린 수다를 떨다가 E의 집으로 가 인사를 드리고 헤어지려고 했는데 이제 간다고 연락을 받은 어머니는 일층으로 내려와 계셨고 장이라도 보신 듯 옆엔 짐꾸러미가 한가득이었다. 친구 B와 나를 위해 싸주신 반찬과 먹거리들이었다. 그저 가벼운 마음으로 저녁이나 먹으러 갔던 나는 놀라서 아이고 하는 감탄사만 반복했고 B는 재빨리 차에서 홍삼세트를 꺼내 어머니께 드렸다. 모두 “아이고 뭘 이런 걸” 의 반복이었다. 어머니가 싸주신 여러 가지 반찬이 모두 맛있었는데 특히 흑임자가 들어간 샐러드드레싱과 가지 요리가 압도적이었다.
B와 나는 E에게 드레싱과 가지가 진짜 심하게 맛있다고 이야기를 하며 레시피를 알려달라고 졸랐다. E는 어머니에게 물어보겠다고 했고 그로부터 한 달 후 E가 샐러드드레싱을 어머니가 우리를 위해 해 주셨다며 가져가라고 연락이 왔다. 우리는 E의 집 근처에서 놀다가 집으로 갔는데 이번에는 꿀단지에 담긴 드레싱이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꽃이라도 사간 것에 안도했다. 레시피를 알려달라고 했더니 꿀단지만큼 다시 만들어 주시는 그 시크한 다정함이 재밌어서 웃음이 계속 났다. 무서워서 맛있다고 하지도 못하겠다며 농담을 하고 드레싱과 반찬 꾸러미를 또 들고 집으로 왔다.
농담이었지만 농담이 아니었다. 이후에도 가지를 볼 때마다 그 가지찜이 생각이 나서 물어보고 싶은데 이번에는 가지를 한포대로 해주실까 봐 겁이 나서 아직도 물어보지 못하는 중이다. 아쉬운 대로 다른 가지찜을 해 먹고 나중에 또 뵈면 이번엔 얼굴을 보고 슬쩍 물어봐야겠다.
재료
가지 2개, 두부 1/3, 부추 반줌, 피망 반개, 브로콜리 약간, 청상추 약간, 깻잎 약간, 간장, 식초, 다진 마늘, 후추, 매실액(설탕), 통깨, 참기름
How to make
1. 가지를 5cm 정도 키를 맞춰 자른 후 십자 모양으로 칼집을 내고 작은 수저로 속을 살짝 파준다.
2. 믹싱볼에 물기를 살짝 제거한 두부와 잘게 썬 부추, 피망을 넣고 후추를 톡톡 뿌려 섞어준다.
3. 1에 2를 넣어 속을 채워준다 (윗부분이 살짝 올라온 동그란 모양으로 빚어주면 됩니다)
4. 냄비에 채반을 놓고 가지를 올리고 적당한 크기로 썬 브로콜리를 두부 위에 올려 8분 정도 쪄준다
5. 접시에 자른 청상추와 깻잎을 깔고 익힌 가지찜을 올려준다.
6. 간장소스를 가지찜 위에 뿌려 주면 완성
함께하면 좋은 간장소스
진간장(조림간장도 좋아요) 한 스푼, 식초 한 스푼, 다진 마늘 작은 스푼, 참기름 작은 스푼, 매실액 작은 스푼, 후추 톡톡, 물 한 스푼을 넣고 섞는다. 기호에 따라 통깨를 넣어주면 된다.
가지 만두를 만든다고 생각하면서 만들었기 때문에 소에 해당하는 야채는 취향에 맞춰 가감해도 좋다. 쪽파나 고추를 넣어도 좋을 것 같다. 5개를 먹었는데 생각보다 포만감이 커서 놀랐다. 깻잎이 왠지 잘 어울릴 것 같아서 스텔릭스라는 처음 보는 작물(레시피 내 청상추)과 함께 준비했고 아주 좋은 선택이었다. 15분이면 만들 정도로 간단한 레시피라서 가지를 좋아한다면 아침대용으로 혹은 늘어지는 주말요리로도 좋을 것 같다. 맛있는 가지찜에 저녁이 행복해졌지만 올여름이 가기 전 친구 어머니의 가지 레시피를 받아야겠다는 생각은 여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