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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lum Jul 28. 2021

여름엔 역시 핑크색 냉면이지

채식레시피



 비트로 색을 낸 가볍고 시원한 곤약냉면



 

 나는 냉면을 좋아한다. 어릴 적부터 어머니를 따라 엄마의 단골집을 숱하게도 다녔었고, 나에게 결정권이 생기는 나이가 되었을 때도 계절과 상관없이 즐겨 먹었던 것 같다. 어머니와 함께 다니던 냉면집은 아주 매운 냉면이 유명한 집이었다. 우리 집은 내가 스무 살이 될 때까지는 매운 음식을 즐겨먹었었다. 가족 모두 가리는 음식이 없었고 모두 타고난 한국인의 입맛이었어서 나는 초등학교를 들어가기 전부터도 닭발을 먹으며 떡볶이를 씻어 먹는 친구를 비웃어주는 아이였다. 매운걸 잘 먹는 게 어른의 입맛이라는 이상한 논리에 잠시 지배되었었는데 사실 매운걸 잘 먹는 건 장기가 쌩쌩할 때의 이야기고 인생이 쌓일수록 심심한 재료 본연의 맛을 즐기는 것 같다.



 그래서 나의 매운 냉면 사랑도 점차 변해 심심한 맛으로 먹는 평양냉면이나 빨간 양념을 넣지 않은 물냉면으로 변하게 되었다. 그런데 또 다른 문제가 생겼다. 냉면의 면을 내 위가 소화시키기 점점 어려워졌다. 원래도 위장이 약한 편이라서 가끔 냉면을 먹으면 소화가 안됐지만 맛에 굴복해 감수하고 먹었었다. 그러나 먹는 음식의 종류를 채식 위주로 바꾸면서 자극적이거나 소화가 안 되는 음식들은 이제 잘 먹지 않는다. 속이 아프지 않고 가벼운 음식들이 익숙해져 냉면도 별로 당기지 않게 되었는데 여름이 다가오니 문득 생각이 나기는 했다.



 그래서 내가 먹을 수 있는 냉면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곤약을 좋아해서 면이 필요한 요리는 곤약면으로 보통 대체한다. 요즘엔 간편하게 냉면육수만 따로 판매를 한다. 동치미로 만들어진 육수를 구입하고 곤약면을 넣으면 되는 요리라서 레시피를 쓰기도 민망하지만 더운 날씨에 불없이 간단하게 즐길수 있는 레시피이기에 적어본다.







재료


곤약면1개, 냉면육수 1개, 오이 약간, 쌈무 약간, 비트 약간


1. 냉면육수를 얼려서 준비한다.

2. 곤약면을 식초를 한스푼 넣은 끓는물에 살짝 데쳐 곤약 냄새를 잡아준다.

3. 데친 곤약면을 얼음물에 행군후 물기를 꼭 제거한다 (물기제거가 잘 안되면 육수가 싱거워져요)

4. 육수에 비트를 한조각 썰어넣어 색을 낸후 비트는 건져낸다.

5. 동그랗게 말아올린 곤약면에 육수를 부어준다.

6. 채 썬 오이와 쌈무를 올려 장식하면 완성



 깜빡하고 육수를 냉동실로 옮기지 않아 얼음 없는 육수로 먹었지만 나쁘지 않았다. 채식을 시작한 후 자주 먹는 여름 메뉴가 된 곤약 냉면은 간편하기도 해서 더 자주 해 먹게 된다. 사실 비트는 없어도 되지만 내 냉장고에는 항상 있는 채소이기도 하고 자주 먹는 흔한 냉면에 색으로 변화를 준 소소한 이벤트로 보는 맛이 좋아지는 효과가 있다.



 단일 메뉴만 먹는 것보단 함께 먹는 것을 좋아해서 면의 양을 줄여서 냉면을 만들고 전에 글을 올렸던 톳 두부 샐러드와 함께 먹었다. 톳 두부무침을 많이 해놓았다가 야채만 썰어 준비하니 식사 준비가 10분이면 끝이 났다. 심심할수 있는 곤약냉면에 두부가 들어간 톳샐러드는 좋은 조합이었다. 시원하고 알록달록한 여름 같은 식사였다.










함께 곁들인 톳두부샐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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