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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lum Jul 31. 2021

유부초밥이 입덧 음식이었어?

채식레시피



 새 생명도 즐기는 두부 유부초밥




 나에겐 오래된 친구가 있다. 14살 때부터 함께 자라서 이름만 친구인 가족이다. 얼마 전 우리에게 아주 큰일이 생겼다. 친구의 뱃속에 작은 생명이 잉태했다. 사실 친구들의 임신과 출산은 처음이 아니었으나 확실히 다른 기분이기는 했다. 몇 달 전 이제 슬슬 임신을 준비해야겠다는 친구의 말을 듣고 나서 부터혼자 자주 상상하고 또 걱정했었다. 아마 우리가 변하는 일은 없겠지만 우리에게 큰 변화는 일어날 테니까 말이다. 새로운 인연은 그런 거니까.



 그리고는 종종 친구가 나에게 임신소식을 전하는 장면들이 떠올랐었다. 아주 맑은 날 전화로 혹은 문자로 나에게 새로운 생명의 소식을 전하는 장면이 또렷이 떠올랐다. 그렇게 문득문득 머릿속에 스치는 장면들을 몇 주 정도 본 후 정말로 날이 맑은 어느 날 친구에게 연락이 왔다. 선명한 두줄의 테스트기 사진과 준비는 했지만 너무 급작스러워 오히려 당황스럽다는 이야기를 함께 했다.



 진부하게도 내가 느낀 감정은 놀라움과 신기함 그리고 뭔지 모를 가슴이 벅차오르는 애틋함이었다. 사실 약간 눈물이 고였던 것도 같다. 당장 찾아가려고 그날의 스케줄을 되뇌다가 ‘오늘은 부부끼리 보내야 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다음 주를 기약하고 혼자 매일 설레었다. 매일 밤 창문을 열고 동네 사람들에게 이모가 된다고 자랑하고 싶었다. 드디어 다음 주가 되었고 꽃을 들고 찾아갔다. 내가 태어나서 한 꽃 선물 중 가장 의미 있지 않을까 싶다. 친구 집에서 보내는 1박 2일 동안 당연하게도 요리는 내담당이었다. 14살부터 밥은 내가 먹여 키웠다. 친구 부부는 이것저것 배달을 시켜주려고 했지만 이사가 얼마 남지 않은 집이라 나는 됐다고 냉장고나 털어먹자고 했다.



 그 다음 주, 일이 있어 친구 집에 또 가게되었는데 예상치 못한 재앙이 시작되었다. 바로 입덧이었다. 물도 비려서 먹지 못하겠다고 했다. 전날 친구가 두부 유부초밥이 먹고 싶다고 해서 두부와 오이를 사와서 식사를 차렸다. 친구가 나와 함께 먹으려고 주문해놓은 채소와 고기가 들어간 밀키트를 함께 준비했는데 친구는 고기는 이제 냄새만 맡아도 먹지 못하겠다고 했기에 그날만은 우리 둘의 메뉴가 바뀌었다. 고작 2cm짜리의 그 생명이 30년 모체의 입맛과 채식주의자의 메뉴를 바꾸다니 임신은 정말 별일이구나 싶었다. 식사가 끝나갈 무렵 친구는 살다 살다 내가 차려준 밥을 제대로 먹지 못하는 날이 왔다며 분하다고 입술을 삐죽였다. 와중에도 일부러 잘게 썬 오이를 열심히 골라낸 흔적은 15살 때와 똑같았다.




 


 재료

두부 반모, 오이 약간, 유부초밥 1-2인용 1팩, 당근 약간, 외 채소 취향껏


 1. 두부를 데쳐 으깬 후 물기를 면모에 꼭 짠다.

 2. 오이와 당근을 잘게 썰어 1과 섞어준다. 단촛물을 만들어 써도 좋고 시판 제품에 들어있는 후레이크와 단촛물을 써도 좋다.

3. 유부도 살짝 데쳐 기름기를 제거한 후 사용하면 칼로리가 낮아지고 그냥 사용해도 좋다.

4. 수분기를 살짝 제거한 유부에 2를 예쁘게 눌러 담아 오이로 장식하면 완성


 

 

 +tip

 두부소를 찐 양배추에 돌돌 말아 양배추쌈으로 만들어 함께 즐겨도 좋다.


 

 간단하고 칼로리가 낮은 레시피로 다이어터들 사이에서는 이미 유명한 레시피인데 임산부들의 입덧 요리 혹은  먹어야 하지만 임신 당뇨의 우려와 체중조절을 해야 하는 임산부들도 종종 즐기는 요리인  같다. 한동안은 온갖 입덧 음식을 검색하며 친구에게 이것저것 추천해주었다. 보통 냄새가 많이 나지 않는  음식 들이었다. 입덧이 심했을 때가 여름이라 다행이라고 말했지만 괜스레 혼자 안절부절못하기도 했다. 이제 겨우 손가락만   생명이 벌써부터 나를 웃기고 울린다. 겨울이 생일일  같아 나와 생일을 맞춰달라고 친구에게 말도  되는 일을 졸랐더니 얼마후 예정일이 나의 생일인 초음파사진을 보내 왔다.  아이가 벌써부터 너무 사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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