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적인 본성을 이용해서 만든 이타적인 힘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토마스 셸링의 재밌는 이론이 하나 있다. 셀링포인트라고 하는 것인데, 다수의 참여자들이 협력해야 이익을 얻는 조정상황을 설명하는 모형이다. 석방을 걸고 두 죄수가 1423, 1392, 19992, 5979129, 7 중에 하나의 수를 고르라는 질문을 받으면 둘 다 7을 고를 가능성이 매우 높다. 다른 수와 달리 의미를 가진 7이라는 숫자가 인간의 인지에 영향을 미치는 셸링포인트가 되기 때문이다.
인류는 고도화된 문명 속에서 협력없이 살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불특정 다수의 바다 속에서 특별한 의사소통 없이 협력을 전제하고 생활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다수가 협력 지점으로 삼는 셸링포인트들이 있는데, 우리는 실생활에서 이러한 것들을 눈치라고 표현한다. 너 좀 눈치가 있구나 싶은 사람들은 이러한 셸링포인트들을 잘 기억하고 있다가 실행하여 호혜적으로 행동하는 것이다.
눈치의 힘은 굉장히 강력하다. '인간은 착하게 살아야 해' 같은 인간의 본성을 전혀 생각하지 못한 무책임한 담론보다 훨씬 더 강력하게 사람들을 착하게 만든다. 그 힘은 지금 당장 내가 편한 행동보다 '나'의 미래를 바라보고 타인을 돕는 호혜적인 일을 하게 한다. 나라는 주어에 강조를 둔 것은 그것이 이기적인 인간 본성에 기반한 힘이라서 훨씬 더 효과적이고 일어날 가능성이 높은 믿을만한 힘이기 때문이다.
미래 이기심인 호혜성을 강조하는 이유는 이기심을 현재에 두면 비극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것을 공유지의 비극이라 한다. 도로 위에서 내가 편하자고 차선을 계속 바꿔 다니면, 모두가 차선을 바꾸게 되고 결국 모두가 불편을 겪는 비극 말이다. 공산의 사회가 무너지는 것도 결국 그것이 인간의 이기심이라는 본성을 무시한 무책임한 착한 담론이기 때문이다.
눈치라는 셸링포인트를 많이 공부하고 행동할 수록, 호혜적인 인간이 되며 호혜성을 갖춘 사람은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는다. 지금 잠깐 불편할 수 있겠지만 그 비용은 엄청난 미래 혜택으로 돌아온다. 모두가 이렇게 생각하고 호혜를 갖춘다면, 그 사회는 예측 가능한 이기심을 전제로 한 매우 안정적인 이타 사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