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이란 무엇인가?
금융이라는 말은 익숙하면서도 낯선 단어다. 내가 어떤 개념에 대해 잘 알고 있는지 테스트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그 단어를 다른 사람에게 설명하는 것이다. 아마도 금융을 설명하기 위해 첫 번째로 떠오르는 단어는 '돈'일 것이다. 하지만 당신은 그 이후 설명의 동력을 잃은 채 금세 설명을 포기할 것이다. 금융은 무엇일까?
자산은 보통 금융자산과 실물자산으로 나뉜다. 이는 즉, 금융이 실존하지 않는다는 것을 뜻한다. 실존하지 않는 것이 어떻게 자산이 될까? 사회가 고신뢰로 갈수록 보이지 않는 것을 믿을 수 있게 된다. A가 지금부터 미래까지 일해서 갚을 수 있는 상환 능력은 신용이 되어 대출을 일으킬 수 있다. 그 대출로 A는 채무자가 되고 A에게 돈을 빌려준 B는 채권자가 되며 이 '채권'은 이자를 발생시키는 '자산'이 된다. 말 그대로 실존하지 않는 자산이다. 이것은 인간의 상상 네트워크가 만들어낸 고신뢰의 결과다.
그렇다면 이런 현상은 현대에서 등장한 것일까? 답은 '아니다'이다. 최초의 금융은 수렵 사냥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단 하나의 공동체 집단을 가정하자. 이 공동체엔 어린아이, 젊은 사람들 그리고 노인들로 세 개의 그룹이 존재할 것이다. 이 집단의 사냥은 젊은 사람들이 담당한다. 그들이 큰 사냥감을 잡아오면 이 사냥감을 어린아이와 노인들과 나눈다. 당연한 듯하면서도 기이한 현상이다. 그들은 왜 사냥감을 나눌까? 자기들끼리 먹게 되면 훨씬 더 생존에 유리할 텐데. 이것이 금융의 원리다. 노인들은 과거의 사냥꾼들이었을 것이고 그들이 어린아이에게 사냥감을 먹였다. 그 어린아이들이 자라 지금의 사냥꾼이 되었고 자신을 먹여 살려준 노인들에게 그 몫을 갚고 미래에 자신들이 늙었을 때를 대비해 어린아이들을 먹이는 것이다.
핵심은 현재의 자원을 미래로 보내는 힘이다. 젊은 몸은 소모하는 생명 자원보다 훨씬 더 많은 생명 자원을 얻을 수 있다. 그 힘은 젊은 몸을 통해 남는 생명 자원을 저축하려는 인간의 본능이 만들어낸 것이다. 현대의 우리는 그것을 은행에 저축하지만 고대의 인간은 그것을 어린아이들에게 한 것이다. 사냥꾼이 늙었을 때 어린아이들이 자신들을 버리지 않을 거라는 믿음이 금융 자산을 만드는 것이다.
수렵 사회가 끝나고 농업 사회로 오면서 이러한 저축은 식량을 통해 가능해졌다. 자신의 생명 자원을 소모해 얻은 식량은 말 그대로 또 다른 생명 에너지원이었다. 인류는 이러한 자원을 이용하는 교역을 통해 인류 전체의 시간을 절약한다. 예를 들어 한국과 미국은 시차가 13시간이다. 한국이 낮이면 미국이 밤이라는 뜻이다. 한국의 농부가 일할 때 미국의 농부는 잠을 잔다. 잠은 인류 생존의 필수 불가결한 것이기에 시차가 다른 두 나라가 낮에 일하여 얻어낸 자원은 인류 차원에서 봤을 때 24시간을 모두 사용한 것과 같다. 거기에 더해 서로 다른 기후와 환경에서 자라난 각기 다른 작물들을 교환하며 서로의 시간을 절약한다. 이러한 모든 종류의 교환과 흐름을 총체적으로 금융이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