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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현 May 25. 2022

인플레이션을 막는 방법은 도박장 운영이다?

인플레이션 이야기

문제: 어느 마을 이장이 마을 경기를 좋게 하기 위해 모든 사람에게 돈을 뿌렸다. 처음엔 소비가 증가해 마을 경기가 좋아지는 듯 했으나 넘쳐나는 돈 때문에 물건 가격이 모두 올라가기 시작했다. 이장은 어떻게 하면 불만 없이 돈을 다시 뺏아 올지 고민했다. 무작정 세금을 걷자니 불만이 폭발할 것이다. 이 때 마을 이장의 해결책은 무엇일까?


정답: 마을에 도박장과 고이율의 대출업을 운영한다. 도박장에서 잃은 돈은 마을에 자연히 흡수되고 주민이 많은 돈을 따가더라도 강력한 세금을 부여해 일부 회수한다. 도박장에서의 높은 세금은 모든 주민이 환영할 가능성이 높다. 더불어 잃은 돈을 따기 위해 높은 이율의 대출을 이용하면 꽤많은 돈이 회수될 것이다.

실제 세상에선 금융 파생상품(선물 거래)를 통해 돈을 흡수한다. 청산이라는 말을 들어봤을 것이다. 고이율의 대출업은 레버리지로 활용된다.


절대 이길 수 없는 싸움을 수차례 반복할 마을 주민들은 돈을 잃은 탓을 온전히 자신의 탓으로 돌릴 것이다. 당연하게도 주변 사람들의 손가락 질은 덤이다. 그러나 이건 간단하게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


여기 재밌는 실험 이야기가 있다. 실험용 쥐에게 버튼을 누르면 100% 먹이가 나오는 상황을 주었다. 쥐는 자기가 필요할 때만 버튼을 눌러 먹이를 먹었다. 이 쥐에게 버튼을 누르면 30%만 먹이가 나오도록 상황을 바꿔서 주었다. 이 쥐는 먹이가 나왔어도 미친듯이 버튼을 눌렀다. 30%라는 확률 안에서 보상이 주어지는 상황에 중독된 것이다. 모든 동물은 도박을 즐기도록 태어났다.


다시 마을 이야기로 돌아가자. 당연히 도박을 아예 안 할 수 있다면 좋다. 누군가는 충분히 부유해서 누군가는 자제력이 뛰어나서 도박을 아예 안 할 것이다. 그러나 극한의 상황에서 30% 확률의 버튼을 누르지 않으면 당장 죽을 사람들도 존재할 것이다. 당연히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도 버텨내고 이겨내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인간은 생각만큼 그렇게 뛰어난 동물이 아니다.


결국엔 나쁜 의도로 버튼을 놓은 권력자에게도 책임이 있을 수도 있다. 여기서 칸트의 정언명령이냐 밴덤의 공리주의냐에 따라 옳고 그름이 갈릴 순 있다. 당연히 옳은 일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람이 있을테고(=정언명령), 어차피 사회에 도움이 안 될 인간을 희생시켜 사회 전체에 이로운 일(물가가 내려가는)이 더 중요하다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공리주의). 사실 내가 말하고 싶은 건 따로 있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상황을 단순하게 보지 않고 다각적으로 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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