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수화물

빵? 과자? 밥? 무조건 끊는 게 답이라고?

by 김카인

한때 지방이 세상의 역적, 독과도 같은 취급을 받은 것처럼, 요즘에는 이상하게도 부쩍 탄수화물에 대해서 부정적으로만 보는 이들이 늘어났다. 추측하건대 지방으로 축적된다는 이야기와 함께, 혈당을 높여 살을 찌게 만든다는 말이 나오기 시작하는 시점부터가 아닐까 싶다.


물론 전부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나는 이미 이런저런 프레임이 씌워진 탄수화물의 오해를 지우기 위해서라도, 먼저 탄수화물에 대한 역할과 필요성에 대해서 먼저 이야기하고자 한다.


탄수화물은 무엇일까?


탄수화물을 가장 단순하게 이야기하자면, 인체가 사용하는 가장 기본적인 에너지원이라고 할 수 있다. 음식 속 탄수화물은 소화 과정을 거 쳐 포도당으로 분해가 되고, 혈액을 타고 세포로 전달하게 된다. 포도당이 없다면 근육은 힘을 내지 못하고 뇌는 사고와 학습을 지속하기 어려워지므로, 뇌와 근육. 그리고 장기들이 움직이는 가장 기초적인 원료가 된다고 할 수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뇌는 지방이나 단백질보다도 포도당을 선호한다. 바로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기에 아주 적합한 형태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성장기 아이들에게 탄수화물은 필수적인 존재라고 할 수 있다. 성장과 학습에 매진하는 아이들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집중력과 학습 능력을 유지’하는 데 있어서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성장기 아이들이 아니라고 해서, 성인이 되었다고 해서 탄수화물이 필요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요즈음 사회에는 더 절실히 필요로 할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탄수화물은 감정 조절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탄수화물 섭취가 부족한 경우 감정 조절에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저 살이 빠지고 찌는 일에만 혈안이 되어 그동안 탄수화물을 악마의 식품인 듯 바라보았다. 단백질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만큼, 더 많은 프레임을 씌우고 금기시해 왔다. 하지만 재미있는 것은, 우리가 탄수화물이 무엇인지, 어떤 것을 골라 먹어야 하는지, 또 얼마나 먹어야 하는지조차 들어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잘 모른다는 것은, 결국 다른 사람들의 의견에 따라갈 수밖에 없다. 광고에서 나오는 단편적인 의견을 듣게 되거나, 매체에서 말하는 고구마 따위에 국한된 말에 따를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탄수화물을 적이 아닌 팀으로써 올바른 소비를 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탄수화물에 해당하는 식품을 알아볼 줄 알아야 하고, 스스로의 선택에 의해 필요한 것을 골라 먹을 줄 알아야 한다. 재미도 없고 흥미도 생기지 않는다고 해도, 평생을 살아가는 인생에. 적어도 하루에 두세 번은 먹어야 하는 식사 시간을 가질 우리에게 이러한 작은 지식은 정말 큰 힘이 될 것이다.


좋은 탄수화물? 나쁜 탄수화물?


탄수화물은 단순히 한 종류로 국한되는 것이 아닌, 크게 단순당과 정제 탄수화물, 복합 탄수화물로 나누어진다. 우리가 흔히 들어본 좋은 탄수화물과 나쁜 탄수화물이라는 것이 이 기준에 의해 나뉜다고 하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좋은 탄수화물이라고 불리는 탄수화물은 보통 복합 탄수화물을 가리킨다. 복합 탄수화물은 흔히 아는 자연식품인 경우가 많고, 오래 씹을수록 은은한 단맛을 내는 식품이 많다는 특징이 있다. 탄수화물 중에서도 오래 건강하게 에너지를 쓸 수 있게 만들어 주며, 소화에 비교적 오래 걸리고 포만감을 주고 단순당이나 정제탄수화물에 비해서 천천히 혈당을 오르내리게 하는 녀석이다.


그렇다면 과연, 이런 탄수화물은 무엇이 있고, 또 어떻게 구분하여 섭취할 수 있을까?


우선 탄수화물이 많이 포함된 식품을 쉽게 구분하기 위해서는 구황작물을 생각하면 된다. 노동력이 중요했던 과거 사회에서 경작한 작물을 떠올리면 아마 쉽게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이 가장 빠르고 값싸게 에너지원을 얻을 수 있는 건 농업과 식물이라는 요소였고, 정착에 필요할 때 가장 필수적으로 요구되었던 사항이기에 이러한 작물은 좋은 무기가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탄수화물은 어디에?


복합 탄수화물과 정제탄수화물의 쉽게 말하자면 가공 유무의 차이라고도 할 수 있다. 복합 탄수화물은 우리가 자연에서 볼 수 있듯이 원형 그대로의 모습을 말하고, 정제 탄수화물은 곡물이나 식물을 가공하는 과정에서 섬유질과 영양소가 제거된 형태이기 때문이다. 정제. 탄수화물은 가공이 될수록 색 밝고 예쁜 경우가 많으며 모양이 예쁘고 식감은 딱딱하고 거칠기보다는 쫄깃하고 부드러운 경우가 많다.


정제 탄수화물과 같이 가공이 더해진 것은 우리 몸이 소화 과정에서 해야 할 일들을 비교적 쉽게 해 주기 때문에 섭취하는 속도가 빠를 수밖에 없으며 소화도 빠르게 이루어지고, 그로 인해 몸에 빠르게 흡수된다. 이러한 메커니즘을 통해 많은 열량을 쉽고 빠르게 섭취하게 만드는 동시에 혈당을 급격하게 올리게 되므로 원형 그대로에 가까운 복합 탄수화물보다 정제가 많이 된 탄수화물을 자주 섭취할수록 같은 양을 먹는다고 해도 살이 찔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일 인분 식사를 잡아가는 과정 중에서 양을 가늠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최대한 가공이 되지 않는 원물의 형태로 생각하며 익히는 것이 좋으며, 직접 요리를 해보고 과정을 배워보는 것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직접 요리를 하지 않더라도 과정을 아는 것만으로도 어떻게 가공된 음식이 자신의 몸에 들어가는지, 눈으로 직접 인식되지 않는 조미료와 양념이 어떻게 얼마나 사용되는지도 알 수 있기 때문에 조금 더 현명한 섭취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단순당? 단순히 설탕만이 문제일까?


단순당은 순간적으로 당분을 섭취할 수 있기 때문에 ‘단편적인 달콤함’이라고 이해하면 쉽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떠올리는 초콜릿, 사탕, 아이스크림, 설탕, 달콤한 음료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들은 실제로 분자가 단순하게 구성되어 있어 특별한 소화 과정의 노력 없이 빠르게 에너지원으로 사용될 수 있고, 그 결과 혈당을 단시간에 치솟게 만든다.


하지만 여기서 간과하기 쉬운 점이 있다. 혈당이 빠르게 올라간다는 것은 단순히 상승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급격히 올라간 혈당은 곧바로 빠르게 떨어지며 또 다른 문제를 일으킨다. 혈당이 갑작스럽게 떨어지면 피로감, 무기력, 짜증이 동반되고, 몸은 다시 혈당을 높이기 위해 단 음식을 찾게 된다. 결국 단순당은 이렇게 ‘혈당의 롤러코스터’를 만들며 악순환을 일으키게 된다.


사실 이런 음식들은 겉으로 보기에 “이가 썩을 것 같은 달콤함”으로 인식되기 때문에 오히려 조절하기가 더 쉬울지도 모른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다른 곳에서 나타난다. 바로 ‘겉보기에는 건강식’처럼 여겨지는 단순당, 즉 과일이다.


많은 사람들이 다이어트를 한다면서 빵이나 밥은 끊고 과일은 마음껏 먹곤 한다. 비타민과 미네랄을 섭취한다는 명목으로 과일을 ‘탄수화물이 아닌 건강식’으로 구분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일 역시 엄연히 단순당에 속한다. 물론 과일 속에는 식이섬유와 다양한 영양소가 함께 들어 있어 초콜릿이나 사탕보다는 훨씬 낫지만, 이러한 점에 빠져 사람들은 항상 적정량이상의 섭취를 이뤄내고 만다. 그러나 과일의 당분 또한 엄연히 당분이고 혈당을 빠르게 올릴 수 있는 성질을 가지고 있으며, 무엇보다 ‘건강하다’는 인식 때문에 과다 섭취로 이어지기 쉽다.


영양섭취면에서 과일을 즐길 수 있는 양은 고작해서 100~200그람인 사과 한두 조각 정도이다. 적정량은 식사에서 채우지 못한 영양소 섭취로 이로울 수 있지만, 그 이상은 단순히 설탕을 먹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작용을 일으킨다고 보면 된다.


결국 단순당은 종류와 상관없이 얼마나, 어떤 방식으로 먹느냐가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나는 먹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사람은 먹는 일에서 찾는 즐거움도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다만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위와 같은 음식이 어떤 메커니즘으로 몸에서 소비가 이루어지고 축적이 되며 어떤 장단점을 가지고 있는지는 알고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모르고 선택하는 것과 알고 선택하는 일은 의식적으로 시작이 되겠지만, 언젠가 무의식의 영역으로 넘어가 삶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전 19화식품 영양학에 대한 기본 지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