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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은이 Mar 10. 2023

벨기에에서 3년. 목표를 정했다

지금은 3월 10일 금요일 오후 12시 15분.

아침에 일어나 사과 한 개 깎아서 신랑 아침으로 싸주고, 인스타도 보고 좀 여유를 부렸다.

그리고 20분씩 전화영어를 연달아 3번 했다.

물을 끓여 따뜻한 물 한잔 마시고, 헤이즐넛맛 그릭요거트에 그레놀라 타서 아침을 먹었다.

항상 그렇듯 소파에 누워 핸드폰으로 인터넷 서핑을 한참 하다 보니 지금이다.

뭐라도 해야 할까 조바심이 나서 이것저것 배워보려 찾아보다가, 온라인 콘텐츠의 성공은 꾸준함이라는 말에, ‘아, 나는 기껏 내 삶을 기록하겠다는 브런치 일기조차 못 쓰고 있구나’라는 생각에 글을 적어본다.

 

내가 이곳 벨기에에 온 지도 3주가 되어간다.

나는 3주간 무엇을 했을까.

*뭐.. 간간히 집을 보러 다니고, 벨기에 한국 문화원에 가서 책을 한 권 빌려 왔다.

(각 나라마다 한국문화원이 있을 텐데, 한글이 그리운 교민들은 한국책도 빌려볼 수 있고 다양한 전시도 있으니 가끔 가보면 좋을 것 같다.)

*장 보러 까르푸도 가고 델아이즈도 가서 장도 봤다.

(까르푸 하이퍼마켓은 좀 저렴하고 종류가 많았던 반면에, 델아이즈는 좀 더 깔끔하고 까르푸 보다 가격이 좀 비싸게 느껴졌다. 이는 내가 가 본 지점에 한해서 일수도 있겠다.)

*그리고 집에서 게임도 무지하게 많이 했다.

(신랑이 시작한 퍼즐 맞추기 같은 게임인데, 근 3달 정도를 계속 하길래, 뭐가 저리 재밌나 싶어서 한 두번 뺏어하다가 나도 시작했다. 꾸준히 한 우리 신랑이 나보다 레벨도 높고 게임 아이템도 좋은 것이 많다. 게임 역시 꾸준히 해야만 하는가…ㅎㅎㅎ)

*밀린 전화영어도 다시 시작했고, 하루에 15분씩 러닝도 했다.

(남들이 보면 에게 15분? 하겠지만, 워낙 저질체력인 나는 15분만 뛰어도 온몸에 땀이 철철 난다. 그리고 사실 15분 뛰러 가는 것도 한참 하루에 마음속으로 몇 번은 미루고 나서 꾸역꾸역 간다. 그래도 하고 나서 상쾌하고 뿌듯한 느낌은 강력하다.)


쓰고 보기 뭔가 한 거 같긴 한데, 정말 바쁘고 치열하게 돌아가던 일상에서 이런 여유롭게 내가 만들어 가는 여유로운 하루가 잘 굴러가는 게 맞는지 의심이 들 때가 많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은 아니지만, 최악의 나태한 삶을 살고 있지는 않은데, 난 왜 이리 불안한 걸까?

쫓기는 듯한 삶에서 여유를 찾고 꾸준히 하는 것. 이게 내가 3년간 가져야 할 나의 태도인 것 같다. 조금은 앞으로 돌진할 것 같은 나의 몸과 정신상태에서 여유롭고 지치지 않는 몸과 마음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나에게 부족한 점은 힘 빼는 것이다. 여유를 가지는 것이다.라고 생각하면서도, 힘을 주고 사는 게 익숙하고 좋은 사람이 굳이 힘을 뺄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드는 걸 보면, 아직 오락가락 갈피를 못 잡고 있다.


그나마 3주간 나의 3년에 목표를 정한 것이 있다면,

1. 불어, 영어 자유롭게 구사하기 : 이후에도 해외에 살게 된다면, 신랑 없이도 장보기, 집 구하기 등 기본적인 삶에 필요할 것이고, 해외 인사들과의 혹여나 있을 만남에 대화를 하는데 조금은 똑똑한 와이프의 역할을 하고 싶다.


2. 골프 100타 이하 : 아직은 채도 한 번 안 잡아본 초보이지만, 사람들과 어울리려면 골프가 필요하다고들 한다. 그래서 신랑과 함께 시작해 볼 계획이다. 유럽에 있어서 골프를 배우는 것이 비쌀 것이라는 생각이 있었는데, 오히려 저렴하게 1년 회원권 구입이 가능하다고 하니 평일에도 여유 시간이 많은 내가 많이 가서 치면 좋을 듯하다. 골프는 많이 치면 잘 친다고, 그래서 흔히 부자가 필드도 자주 나갈 수 있어, 잘 친다는 말이 있다고 하는데 나는 부자는 아니지만 시간이 부자니… 어쩌다 생긴 이 여유 시간을 잘 활용해 배워보려고 한다. 과연 재밌을까?


3. 한국어 교원 자격증 및 한국어 교육 학위 취득 : 화학 전공자로서 언어와는 1도 연관된 일을 해본 적이 없지만, 계속해서 이렇게 해외에서의 삶이 계속된다면 나에게도 공간과 시간에 제약을 받지 않는 직업을 다시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학시절 아르바이트로 과외나 학원 선생님 알바를 했었는데 꽤 나는 누군가를 가르치는데 소질이 있었던 것 같다. 특히나 사람들이랑 이야기하고 소통하는 걸 좋아하고, 언어를 넘어 문화를 가르쳐 주는 일이라고 하니 꽤나 흥미로워 보인다. 해외에 있는 나 같은 사람들이 한국어 교원 자격증에 다들 관심이 많아서 레드 오션인 듯하나, 이 쪽으로 공부를 파고들어 해 볼까? 하는 관심이 생겨해보려고 한다.


뭐 이 정도인 것 같다. 그리고 추가로 하나 하자면, 인스타 계정을 활성화시켜보고 싶다. 온라인으로 무엇을 판매하고 싶거나 한 생각은 없지만, 왜 사람들이 모이고 좋아하는지 그 메커니즘을 스스로 배워가 보고 싶은 생각이다. 사람들은 무엇을 좋아하는가? 무엇에 열광하는가? 왜 열광하는가? 나는 사업가는 아니지만 사회가 돌아가는 메커니즘이 항상 궁금하다.


적어도 저 3개의 목표는 달성하고 싶은데, 과연 적어도 일까? 나는 해낼 수 있을까? 그래도 이 글을 본 사람들이 있으니 나와의 약속을 위해 무언가를 계속해서 해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느새 12시 46분이다. 점심 먹고 오늘은 영어 공부(?)를 위해 지정생존자 미드를 정주행 하려 한다. 누가 보면 참 여유롭고 좋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누군가 어딘가 불안한 나의 마음을 알아줬으면 하기도 한다. 하루가 살기 힘든 사람도 많은데 참 배부른 소리다. 배고프니 점심이나 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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