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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은이 Jan 17. 2023

와이프로서의 나, 직장에서의 나

나는 다음 달이면 신랑의 해외 파견으로 3년간 벨기에에서 살게 된다. 어느 누가 보면 신랑 따라 해외에서 살고, 참 풍족하게 산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새벽 3시에 잠을 이루지 못할 만큼 ‘나의 삶이란? 내 커리어는?’이라는 고민에 휩싸여 있다. 나는 2주 전, 승진에서 누락되었다. 이유는 지난 1년간 신랑의 해외 연수로 배우자 동반 휴직을 다녀왔기 때문이었다. 나갈 때까지만 해도 지난 7년여간의 직장생활에 많이 지쳐있던 터라 얼마나 기뻤는지 모르겠다. 로맨틱한 도시, 파리에서 1년간의 신혼생활은 지금 내가 겪고 있는 승진 누락의 실패와 한참 늦은 후배에서와 의 승진 구도에서도 제쳐질 수밖에 없었던 달콤함이었다.


돌아와서 열심히 한들 나의 자리만 있을 뿐, 정말 그 자리가 내가 충실히 다할 수 있는 자리인가는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듯하다. 내게 붙은 꼬리표는 ‘신랑 잘 만나서 휴직 같다온 애’ 가 전부. 지난 시간의 근무 기간이나, 뚜렷한 성과가 있다 하더라도 나에게 붙은 꼬리표로 난 회사에서의 성취감 따위는 누릴 수 없다. 여전히 그냥 자리만 지키고 있는 만년 선임에 머무르게 될 것이다.


나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또 신랑과 함께 해외살이를 하게 될 것이다. 물론 직장을 보존하며 갈 수 있다고 좋다고들 하지만, 나는 돌아와서 과연 내 자리에서 다시 일할 수 있을까? 요새 정말 많이 드는 생각은 ‘주변에서 좋다고들’, ‘부럽다고들’ 한들 그게 무슨 소용인가 하는 점이다.


나는 무엇보다도 일하고, 성취하는 것에서 행복이 큰 사람이라는 것을 지난 1년간의 파리생활에서 느꼈다. 돌아와서 일하면서 행복했고, 힘들었지만 살아있다는 느낌에, 무언가 배우고 성장하며 해낸다는 느낌에 행복했다. 하지만 난 승진에 누락되었고, 또다시 3년간의 해외살이를 떠난다. 한국에서의 커리어는 내려두고 간다는 점에서, 나는 두 개 다 가질 수 없다고 주변에서들 말한다. 하지만 난 두 개다 가지고 싶고, 두 개다 할 수 있을 거라 믿는다.


그 시작이 브런치 작가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나처럼 어떠한 사정들에 의해, 자기의 커리어를 이어나갈 수 없는 주부의 삶에서 내가 누군가의 희망의 시작이 될 거라는 기록을 남겨두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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