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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은이 Feb 06. 2023

벨기에에서의 3년을 준비하기

다음 주면 이제 한국을 떠나 3년간의 벨기에에서의 삶을 시작한다. ‘잘 살 수 있을까?’ 하는 걱정과 두려움이 앞선다. 그리고 한편으로 한국에서의 것을 그리워하지 않으려 벌써 노력 중이다.


그 첫 번째는 음식. 먹보인 나는 먹는 걸 무척이나 좋아한다. 그래서 특히 지난 1년간의 파리에서도 얼마나 한국 음식이 그리웠는지 모른다.


파리는 워낙 한국인들이 많아 한식당만 해도 100여 개가 넘는다. 하지만 짜장면이나 감자탕, 해장국 등 맛집이라 해도 한국 본토의 맛을 따라가긴 어렵다. 예를 들어, 짜장면 같은 경우는 고기를 썰어 넣고 만들었는데 짜장가루로 만든 약간 부족한 짜장의 맛이고, 감자탕도 고기는 실한데 속이 시원한 국물맛이 부족하다. 그 맛이 그리워 찾아다니느냐고, 난 파리에서 프랑스 음식보다 한식당에 더 자주 간 듯하다. 그렇게 난 한국에서 맛있게 먹었던 그 맛을 그리워했다.


그리고 한국에 돌아와서 일산에서 먹은 해장국은 얼마나 얼큰하고 시원했던지… 국물하나 남기지 않고 뚝배기까지 들고 국물을 마셨다. 정말 맛있었다. 특히 이렇게 추억이 담긴 맛있는 음식들은 꼭 해외에 있을 때 생각이 난다.


그래서 나는 벨기에로 가는 게 결정된 이후 계속 추억의 맛집들을 돌아다니고 있다.


오늘은 퇴근길에 회사 앞에서 맛있게 먹었던 포장마차 떡볶이를 먹었다. 예전엔 정말 맛있었던 것 같은데, 그 맛이 나질 않는다. 분명 난 한국에 있고, 같은 포장마차에, 주인도 같은 집에서 먹고 있는데 그 맛이 나질 않았다. 아쉬웠다. 그 맛있던 그 맛을 느끼고 가고 싶었는데.


또, 얼마 전 돼지고깃집도 그 맛이 그리울까 봐 찾아갔는데 그 맛이 나질 않는다. 분명 이 집인데…


그리울까 봐 맛있게 먹었던 그 집들을 다시 찾아가면서 그리워하지 않으려 미리 준비하고 있는데, 내 생각처럼 그만큼 맛있음이 느껴지질 않는다. 오히려 파리에서 한국의 맛을 흉내 내려 만들었던 내 요리들이 그립기도 하다.


나라는 사람은 지나간 과거의 즐거움을 쫓는 것일까? 다시 그 맛있게 먹었던 그 맛을 느끼고 싶다. 아니면 새로운 맛을 찾아야 하는가 싶기도 하고… 지나간 시간이 돌아오지 않는 것처럼 지나간 맛있었던 추억의 음식조차 다시 느껴볼 수 없는 걸까?


벨기에에 갈 준비에 바쁘다면서 내가 하는 최고의 준비라곤 내가 좋아하는 한국음식을 먹는 것과, 오히려 벨기에에 가지 않았더라면 만나지 못하고 “다음에 보자~”라고 말만 하며 지나갔을 수도 있는 인연들과 약속을 잡는 일이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해외에서의 3년의 삶이라는 게 느껴지지 않았는데, 이번주가 휴직 전 마지막 출근이 되는 주라고 생각하니, 뭔가 겁이 덜컥 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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