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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은이 Jun 02. 2023

벨기에, 생각보다 친절한 나라

정말 인종차별이 심할까?

내가 벨기에에 처음 오게 된 것은 2021년이었다.

벨기에란 작은 나라에 여행을 오는 한국인은 파리에서 암스테르담을 넘어가는 길에 잠시 들르는 정도에 불과하다. 그만큼 이 나라에 대한 정보도 많지 않다.


내가 접할 수 있는 정보 중 하나였던 것은 한 TV(?) 프로그램에서 벨기에를 방문했다가 인종차별로 시비가 붙은 영상이었다. 무서웠다. '여행을 가도 될까?' 싶은 생각까지 들었다.


하지만 긴장을 가득하고 온 벨기에는 생각보다 친절했다. 그때 든 생각은 (여행객이 드문) '코로나 기간이어서 그랬을까?'로 마무리되었지만, 내가 우려했던 바와 달리 친절해 좋은 기억으로 남은 이 나라에 대한 첫 기억이었다. (나중에 여기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듣고 보니 그 프로그램에서 방문한 지역이 위험한 지역이라, 웬만하면 가지 않는 게 좋은 지역 중 하나라고 한다.)




그리고 난 지금 이곳, 벨기에에 살게 되었다.


우선, 이곳은 유색인종을 정말 찾아보기 쉽지 않은 나라이다.

그래서 인종차별이 있을 수는 있겠다는 생각은 들었다. 하지만 벨기에라는 나라가 인종차별이 심하다는 것을 느낀 적은 아직 없다. (지난번 지하철에서 이상한 할저씨가 말을 시킨 사건은 그냥 그 사람 자체가 정신 이상자가 아니었나 싶다.)



내가 오늘 말하고 싶은 내용은 벨기에는 생각보다 친절한 나라라는 점이다.

1. 내가 이 나라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갖는 이유 중 하나는 버스나 트램기사 아저씨 때문이다.

저 멀리서부터 뛰어오는 사람이 보이면 아저씨는 당연하다는 듯이 기다려준다. 그리고 기다려준다고 해서 어느 누구도 눈살 찌푸리지 않는다. 거의 100이면 100, 이렇게 버스나 트램을 타기 위해 오는 사람이 있다고 하면 기다려준다.

 

2. 젊은이들이 할아버지, 할머니를 도와주는 장면을 자주 목격한다.

사실 난 이곳에서 너무나도 그들과 외모가 다른 외국인이라 혹시나 소매치기라던지, 범죄에 노출되기 쉬울 수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파리나 로마 등 관광지에서는 수 없이 많은 일이기도 하다. 그래서 대중교통을 타면 항상 긴장한다.


어느 날 프랑스어 학원을 마치고 오던 버스 안에서 내 옆에 팔에 문신이 가득한 젊은 친구가 서 있었다. 나도 모르게 긴장했다. 그런데 그 문신 친구 앞으로 거동이 조금 불편하신 할머니가 오셨다. 그 친구는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할머니 손을 잡아드리며, 버스 내 접이식 의자에 할머니가 앉으실 수 있도록 도와드렸다. 문신만 보고 그 친구가 불량한 사람일 것이라는 내 착각이 무색해질 만큼 따뜻한 배려였다.


그리고 오늘,

버스에 올라타기 힘든 할머니가 내 뒤를 따라 타셨다. 나는 그냥 어찌할지 몰라 지켜보기만 했는데, 바로 뒤따라온 다른 버스를 타려던 젊은이가 와서 할머니가 타실 수 있게 도와주고 자기 버스를 가서 타는 것이었다. '서양 것들은 어른에 대한 공경이나 양보 같은 건 없다'라고 철저하게 착각한 내가 그들에게 가지고 있던 인종차별이 아닐까 싶다.


그들의 인종차별을 두려워할 것이 아니라, 내가 누군가에게 가질 수 있는 편협한 생각이 더 위험하다는 생각이 드는 일화를 짧게나마 적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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