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여름옷을 만든다고?
한창 더운 7월 말, 공장에 방문했을 때였다.
“가을 옷 만드는 거지요? “
“아니요? 여름옷이요. 집옷인데요? ”
“그래요. 뭐 사장님 맘이지.”
땀을 삐질삐질 흘려가며, 패턴집에 방문했을 때였다.
“가을 옷인가요?”
“아니요. 여름옷이요. 집옷이에요”
이때까지만 해도 몰랐다.
사실 그냥 듣긴 했다. 한 귀로 흘려들은 거다.
하고자 하는 콘셉트도 명확하고, 스타일도 있으니 빨리 만들어서 팔면 되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가 사 입어도 아깝지 않은, 내 맘에 쏙 드은 집 옷 만들기는 쉽지 않았다.
벌써 입추가 지나고, 반복되는 비.
여름 집옷은 늦었다. 그리고 아직 완성본조차 만들지 못했다.
원단부터 다시 고르기.
콘셉트 다시 잡기.
포장 이쁘고 브랜딩만 잘하고, 마케팅 잘하면, 제품은 좋으니 차별화될 거란 생각이었는데, 일단 머릿속에 있는 좋은 제품이 내 마음에도 들게 나오는 게 힘든 거였다.
가을겨울 집옷으로 다시 만들어보자.
쌓여가는 스와치, 원단. 그래도 이젠 진정성만이 살아남는 시대. 일단 좋은 제품이 먼저다!
사업일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