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엔 그것들이 지닌 위력에 비해
그 가치가 좀처럼 인정받지 못하는 것들이 있다.
대개 가사일이 그렇다.
혼자 자취를 시작하고 나서야 느낄 수 있었다.
일상의 매끄러운 흐름은 모두 누군가의 보이지 않는 노동으로 만들어진 것이란 걸.
매일 아침 갈아입을 속옷과 양말이 곱게 내 옷장에 개어져 있는 것이, 머리카락 한 톨 없는 깔끔한 방바닥이, 수시로 사용했던 깔끔하게 비어진 휴지통이, 그 모든 게 결코 당연한 게 아니었음을.
누워서 실컷 잠이나 자고 싶은 주말 오후,
세탁기에 온갖 빨래를 때려 넣고 청소기를 돌린다.
다 된 청소기 필터를 갈아 끼우고 다시 화장실 물청소를 하고, 그 사이 다시 빨래를 건조대에 널고 이내 마른빨래를 개어 넣고... 쓰레기통은 뭐 그리 빨리 차는지...
일주일만 지나도 금세 꽉꽉 채워져 있는 각 방 휴지통을 비우고 다시 새 봉투를 끼운다. 끝날 듯 끝나지 않는
고단함에 한숨이 푹푹 쉬어졌다.
이 짓을 매일 하고 있었을 우리 엄마가 생각났다.
집안일은 해도 해도 별 태는 안 나지만, 안 하는 순간 바로 티가 나더라는 수고로운 한탄이 머리를 스쳤다. 당시엔 흘려들었던 엄마의 그 말이 왜 그리 저릿하기만 한지.
가족들 빨래를 손수 개고 있던 엄마에게
비싼 옷은 꼭 손빨래를 해달라고 신신당부하던 내 모습을 떠올리자니 철없기 그지없다.
1인가구 살림도 만만치가 않은 요즘, 매일 요리를 병행하며 아이까지 키우고 있는 주부들은 어떤 싸움을 하고 있는 걸까 경외심이 든다.
다들 일도 하고 돈도 벌고 틈틈이 이런 잡다한 집안일까지 척척 해내며 불평 한마디 없이 각자의 삶을 꾸리는 건가. 그런 대단한 일을, 힘든 내색 하나 없이 꾸역꾸역 해내고 있는 건가.
난 아직 어른이 되기엔 멀었나 보다.
누군가에게 당연한 일상을 생색내고 싶어진다.
나 이렇게 피곤한 와중에 게으르지 않게 집안일도 안 빼먹는다고. 그리고 주말엔 물걸레질까지!
열심히 해도 티가 안 난다는 게 문제지만.
무엇이 됐건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일을 매일 해낸다는 건 위대하다. 어쩌면 가장 사소한 일이 의외로 많은 것들을 받쳐주고 있는 걸 지도 모른다. 작은 습관이 큰일의 주춧돌이 되는 것처럼, 삶의 위대함을 매일 틈틈이 가꿔보자. 그건 오늘을 살아내는 데 있어 분명 가치 있는 일일 테니까.
오늘도 보이지 않는 삶의 한 귀퉁이를 무심히 쓸어 담았을 사람들을 응원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