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과 기회

by YUN


살면서 몇 번의 선택을 하고 몇 번의 기회가 올까? 그중 오롯이 자신의 의지로만 선택할 수 있는 일은 얼마나 될까.


가족의 걱정, 누군가의 조언, 현실적인 조건 등 때때로 우리가 내리는 선택에는 기막힌 우연 또는 불운이 곁들여지기도, 또 타인의 목소리와 수많은 타협이 녹아있기도 하다.


내가 선택했다고 믿지만 실은 여러 우연과 타이밍이 겹쳐 빚어낸 결과일지도 모른다.


최근 나는 기대와 희망이 여러 꺾이는 하루를 보냈다.

사람을 만나는 일에서도, 새로운 일을 마주하는 순간에도.


소개팅은 무난했다. 그는 나와 비슷한 듯, 다른 사람이었고 배울 점도 분명했다. 우리는 첫 만남 이후 몇 번 만나 시간을 가졌고 그분은 조심스레 나를 더 알아가보고 싶단 말과 함께, 내년에 예정된 유학 사실을 털어놓았다. 나 역시 점차 마음을 열어가고 있을 때쯤이라 당황스러움을 넘어 대체 왜 소개를 받은 거냐고 따지고 싶은 심정이었다.


기간제 연애라도 하겠다는 건가. 만날수록, 좋아질수록 힘들어질 관계임이 분명했다.

나는 나중에 받게 될 상처가 두려워 연락을 그만하자고 조심스레 거절 의사를 밝혔고, 오빠동생 사이로라도 알고 지내자는 그의 말을 다시 한번 정중히 거절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허탈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새로운 기업의 면접을 앞두고도 비슷했다.

면접 일정을 잡아놓고 이와 관련해 주위에선 낯선 직무라는 점과 회사가 먼 타지에 위치한 점을 비롯해 걱정이 쏟아졌다. 나 역시 회사 규모와 복지는 나쁘지 않았지만 생각했던 직무와는 다른 일에 치중된 업무임을 뒤늦게 알게 됐다.


가보고 싶은 마음은 분명 있었지만, 맞지도 않는 일에 허덕이며 아무도 없는 타지에서 삶이 흔들리는 모습이그려져 결국 면접을 포기했다.




둘 다 ‘못 잡은 기회’라고 부르기엔 조금 애매하지만 이상하리만큼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후회라고 부르기엔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았고, 확신이라고 하기엔 조금이지만 미련이 남아 있었다. 선택하지 않은 뒤에 남는 감정은 늘 애매하고 불완전했다.


나는 일단 저지르고 보는 쪽에 더 가깝지만 이번만큼은 한 발 더 멀리서 생각하고 결단을 내리려 애썼다.


지금 당장만을 생각하면, 괜찮은 사람과 더 좋은 시간을 가지며 만남을 이어갈 수 있었고 지루한 현재 회사를 벗어나 다른 일을 배워볼 수도 있었다.


그럼에도 나는 눈앞에 기회를 보내주었고

어떤 의미 있는 변화도 만들어내지 못했다.


하지만 일상에 새로운 변화가

반드시 ‘나아짐’을 의미하는 건 아니지 않을까.

무리하면서까지 나를 증명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렇게 모든 기회를 붙잡아야 한다는 생각에서 조금 거리를 뒀다. 하나를 가지면 하나를 내놓아야 하는 절대적인 진리처럼, 모든 것을 경험하고픈 욕심을 내려두고 어떤 기회를 지나칠 수 있는지, 그 기준을 스스로분명히 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한땐 내가 선택한 것들의 총합이 ‘나’라고 믿었다.

하지만 지나고 보니 무수한 고민과 망설임들, 그 속에서 내린 스스로의 결정과 그것을 밟으며 묵묵히 나아갔던 모든 과정이 있기에 지금의 내가 있을 수 있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기꺼이 선택한 것들, 얼떨결에 선택된 것들, 고민 끝에놓아준 선택들까지. 그 모든 것이 나의 총합이라는 걸.


어쩌면 인생은 얼마나 많은 기회를 잡았느냐보다 어 문 앞에서 오래 서 있었는지로 기억되는지도 모른다.

무엇을 놓을 수 있는지, 무엇을 잃을 수 있는지 분명히 아는 사람만이 원하는 곳으로 선명히 다가갈 수 있다.


완전히 자유로운 선택은 드물지 몰라도,

선택의 이유만큼은 내 것이었으면 한다.


쏟아지는 선택의 문 앞에서 어떤 안목을 기를 것인지는 오늘부터 찾아올 매일과 그 안에서 오래 고민할 내가 알려줄 것이다. 기꺼이 놓칠 줄 아는 용기를 가져야겠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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