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시간과 장소

by YUN

모두 저마다의 기억을 품고 살아간다.


당신은 어떤 기억으로 살아가는가.

무엇이 오늘도 살게 만드는가.


잊고 싶지 않은 기억들, 잊고 싶은 기억들, 잊어줬으면 하는 기억들. 많은 과거들이 있었지만 그중 고르고 골라 어느새 그럴듯하게 포장된 기억을 우린 추억이라 부르나 보다.


시간은 그렇게 삶의 모서리를 갉아먹고 지나갔다.

둥글게, 또 무디게.


추억이라는 건 얄팍해서 괴로울 때도 불어오곤 했다.

다정했던 사람이 자꾸 머물렀다. 정말 뜬금없는 순간에 문득문득.


외로워질 때면 잠시 머무르다 흘러갔고 또 어느샌가 고여있었다. 내가 뭣도 아님을 깨달았을 때, 나를 특별하게 만들어 준 사람이 그리워졌다. 그리고 그런 나를 보며 자괴감이 들었다.


마음이 됐든, 태도가 됐든 어느 것을 당연히 여기는 순간 언젠가 후회하는 쪽은 내가 될 거라는 걸 이제는 안다.

섣불리 사랑하지 않겠다는 마음으로는 오랜 후회와 미련이 남는다. 아마도 그렇다. 지금 내가 그런 것처럼.


마음을 쉽게 주면 쉽게 다칠 순 있겠지만 마음을 아껴 주면 사뭇 외로워진다. 신중함이 지속되면 우린 많은 것을 놓친다. 상상도 못 한 기쁨, 뜻밖의 미소, 내가 생각한 모든 것을 제외한 그 이면의 찬란함.


오늘은 그런 생각을 했다.

사랑의 가치는 높지만 그 척도는 이에 비례하지 않는다고. 그러니까, 쉽게 말하면 어떤 것을 사랑하는 걸 너무 어려운 일로 만들지 말자는 말.


지나가는 꽃을, 손때가 묻은 낡은 노트를, 내 눈을 바라봐 주는 누군가를, 아주 보통의 이유로 사랑해 버려도 좋다. 굳이 설명할 수 없는 이유라면 역시 낭만이다.

낭만은 대개 사랑을 닮았으므로.


지난날과 오랜 나를 돌아보며 사랑의 잣대를 높이지 말자고 다짐해 본다.


나는 생각보다 더 많은 것을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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